테슬라 무너진다면…

‘전기차 산업의 애플’로 불리는 테슬라가 심각한 경영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올해가 고비”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산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문제는 테슬라의 부도가 전기차 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기차를 짓누르는 ‘테슬라 디스카운트’가 형성될지 모른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테슬라 리스크를 취재했다.

▲ 테슬라가 파산하면 전기차 시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테슬라가 전기차 시대를 앞당겼다.” 전기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전기차는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출시된 전기차들은 대부분 2인승 소형차였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최대한 가볍게 만든 결과다. 하지만 주행거리는 100㎞를 넘지 못했다. 최고 속도도 시속 80㎞ 안팎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07년까지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2150대에 불과했다.

전기차 시장의 반전을 꾀한 건 테슬라였다. 2003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테슬라는 5년 만에 첫 전기차 ‘로드스터’를 출시했다. 최고속도 209㎞, 주행거리 400㎞의 로드스터는 스포츠카와 버금가는 스펙으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가격이 대당 10만9000달러(약 1억1663만원)였음에도 로드스터는 2012년까지 미국에서만 1200여대가 팔렸다.

테슬라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전기차들을 연이어 출시했다. 2012년 출시된 ‘모델S’가 대표적이다. 모델S의 주행거리는 466㎞(기본모델 기준)로 경쟁사 전기차의 두배에 달했다. 그만큼 기술력이 뛰어났다. 가격은 7만1000달러(약 7593만원)로 여전히 비쌌다. 그럼에도 출시된 지 3년 만에 세계 전기차 판매대수 1위(5만935대)를 차지했다.

테슬라가 성공을 거두자 후발주자도 늘었다. ‘니오’ ‘WM모터’ 등 신생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전기차 시장에 도전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테슬라 성공에 전기차 수요도 증가했다. 2008년 4540대에 불과했던 세계 전기차 판매량(누적 기준)은 2016년 120만8000대로 266배 뛰었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테슬라가 전기차의 본보기를 완성하면서 후발주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전기차의 시대를 테슬라가 연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테슬라에 최근 적신호가 켜졌다. 무엇보다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 2015년 모델S의 선전에도 테슬라는 7억1663만 달러(약 76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후속 전기차 ‘모델3’를 개발하고 생산공장을 짓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 탓이었다. 모델3의 대량생산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부족한 대량생산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악영향을 끼쳤다.

테슬라의 허와 실

그러는 사이 테슬라의 부채 규모는 2015년 67억8423만 달러(약 7조4679억원)에서 지난해 244억1813만 달러(약 26조1978억원)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곳간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미국의 주요 외신은 오는 8월 30억 달러(약 3조2091억원)에 이르는 테슬라의 자본이 바닥날 거라고 보도했다. 그 결과,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 3월 테슬라의 신용등급을 B2에서 B3로 한단계 낮췄다.


투자를 더 받을 수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테슬라 투자자들은 모델3 대량생산의 기대감을 갖고 버텨왔다”면서 “대량생산 체제가 이 이상 지연될 경우 더 이상의 투자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테슬라가 무너지면 전기차 시장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일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테슬라가 망하는 건 전기차 시장에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가장 큰 매력요소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최웅철 국민대(자동차공학) 교수는 “소비자들의 머릿속엔 ‘전기차는 테슬라’라는 공식이 인식돼 있다”면서 “테슬라가 파산하면 대중은 전기차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엔 소비자들이 전기차 시장에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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