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10대 중 1대는 이륜차다. 그럼에도 이륜차 관련 제도는 매우 허술하다. 규제도 많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이륜차는 고속도로는 물론 자동차 전용도로도 달릴 수 없다. 이젠 이륜차에만 불합리하게 적용되는 규제를 완화해야 할 때다. 고속도로는 몰라도 자동차 전용도로는 열어주는 게 마땅하다.

▲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 금지법으로 많은 이륜차 운전자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자동차 산업의 한 축을 맡고 있음에도 유독 외면을 받는 차종이 있다. 총 219만대(2017년 기준)가 등록돼 있는 이륜차다. 전체 자동차의 8.8% 비중이다. 운전자 10명 중 1명은 이륜차를 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륜차를 보는 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몇몇 퀵 서비스 기사, 폭주족 등의 과격한 운전으로 이미지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허점도 많다. 면허등록, 보험, 정비, 폐차 등 이륜차 관련 제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륜차 제도 상당히 허술

이륜차 운전자들의 불만도 많다. 이륜차는 ‘등록제’가 아닌 ‘사용신고제’이기 때문에 재산으로 인정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재산세(자동차세)는 내야 한다. 제약도 많다. 이륜차가 고속도로, 자동차전용도로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대표적 사례다. 물론 이유 있는 규제다. 필자는 이륜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걸 찬성하지 않는다. 국민의 부정적인 시각이나 낮은 수준의 이륜차 운전문화 등을 따져봤을 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2011년 헌법재판소도 ‘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 금지법’을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륜차의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을 허용하는 건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 국내 도로 중에는 운전자도 모르는 사이에 일반도로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뀌는 곳이 많다. 구간이 애매모호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전용도로에 진입해 벌금을 내는 이륜차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전용도로가 제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래전에 선정된 전용도로 중엔 횡단보도나 신호등이 놓인 곳이 더러 있다. 이런 곳은 다시 일반도로로 편입해 이륜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해줘도 괜찮다.

이제는 이륜차에만 불합리하게 적용되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안전성이 염려된다면 시범운행 구간을 선정하고 도로상황을 모니터링해 문제점을 해소해 나가면 된다. 이런 식으로 이륜차의 진입을 허용하는 전용도로를 조금씩 넓혀 나가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시범구역부터 선정해야

해외에서 답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이륜차의 고속도로와 전용도로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다른 회원국에선 이미 일반 자동차와 이륜차가 공존하는 문화가 구축돼 있다. 풍부한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면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모든 것을 한번에 바꾸기란 어렵다. 먼저 이륜차의 전용도로 제도를 손본 뒤 고속도로 진입문제를 논의하는 게 합리적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도 당연한 과제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륜차가 일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이동수단이라는 점이다. 도로 위에서 이륜차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