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근석 한국주거복지연구원장

오피스텔은 관리비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단지 오피스텔에서 관리인으로 선임돼 관리비 인상을 시도하는 ‘오피스텔 헌터’가 등장할 정도다. 이들이 손쉽게 전횡을 일삼을 수 있는 건 관리비 관련 규제와 법령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때마침 국회에서도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박근석 한국주거복지연구원장은 “33년 전에 오피스텔 관련법이 제정됐으니, 편법이 왜 없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과거 연예인 김부선씨가 아파트 관리비 비리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아파트 관리 관련법이 촘촘해졌다.[사진=뉴시스]

✚ ‘오피스텔 헌터’는 어떻게 등장하게 됐나.
“오피스텔 현장은 비리가 싹트기 쉽다. 소유주 모임에서 선출된 관리인이 오피스텔 행정 전반을 맡고 있어서다. 관리인은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관리비를 자기 돈처럼 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 왜 이런 구조가 됐나.
“아파트와 비교를 해보자. 아파트 관리비 비리 이슈는 과거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재산 가치가 큰 ‘내 집’을 둘러싼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수많은 주민들이 뭉치곤 했다. 연예인 김부선씨가 대표적이다. 덕분에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ㆍ제도가 강화됐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다르다. 소유주 중 실제로 거주하는 이들은 10%도 되지 않는다. 나머진 전부 2~3년 살다 떠나는 임차인이다. 관리비를 내는 건 임차인인데, 이슈를 끌고 가기엔 2~3년은 너무 짧다. 그렇다고 법으로 풀 수도 없다.”

✚ 법은 왜 안되나.
“오피스텔 관리 시스템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따른다. 민법의 특별법적 성격의 법률이다. 민법의 출발은 ‘사적 자치’, 처음부터 공공이 개입하기 어렵다. 이는 집합건물법에 관리비와 회계에 관한 사항을 감독하는 규정이 없는 이유기도 하다. 관리보다는 소유에 중점을 두고 만든 법이기 때문이다. 이게 27년 전에 만들어졌다. 일부 조문이 개정된 적은 있지만 큰 틀에서는 바뀐 게 없다. 그땐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쓸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을 게다.”

✚ 국회에서는 개정 논의가 있었는데.
“대부분 폐기됐거나 계류 중이다. 아파트 관리비 시스템을 만드는 공동주택관리법 일부를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 게 문제였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법이다. 주택 정책은 정부 정책이라서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다. 그대로 가져와 오피스텔에 심기엔 리스크가 있다.”

✚ 최근엔 아파텔 등 주거용 오피스텔이 늘지 않았나.
“아파텔도 주택으로 ‘쓸 수 있는’ 업무용 시설일 뿐이다. 이는 정부가 쏟아내는 각종 청년 주거 정책에서 오피스텔이 논외가 되는 좋은 변명거리가 되기도 한다.”

✚ 법은 어떻게 개정해야 할까.
“수백 수천 가구가 모인 주거용 오피스텔을 사적 자치로만 해결하는 건 난센스다. 행정력이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임대차보호법도 민법의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행정의 개입 여지를 뒀다. 어떤 시장이든 규칙이 없으면 편법과 불법이 판을 친다. 물론 법 개정이 솔루션은 아니다. 비리를 방지하고 처벌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어도 오피스텔 헌터는 또 나온다. 구조적인 문제다.”


✚ 구조적인 문제가 뭔가.
“지난해 서울시 30개 오피스텔 단지를 대상으로 관리비 현장 조사를 실시했는데, 놀랐다. 소유자와 실거주자 대부분이 관리 규정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10명 중 8명이 관리비 산정 기준을 두고 ‘모른다’고 답했다.”

✚ 무관심이 문제라면 입주민에게도 어느 정도 과실이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입주민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사회적인 문제다.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법정 소송인데, 소송전으로 가도 지는 사례가 많다. 정부가 오피스텔 관리비 이슈를 그간 정책적으로 홍보해온 것도 아니지 않나. 그래 놓고는 청년들에겐 아파트를 대체하는 주거 상품으로 꾸며놨다. 비싼 관리비는 월세 못지않게 청년층의 어깨를 짓누를 수 있다.”

오피스텔 헌터, 구조적 문제

✚ 대책은 없을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까지만 합의가 돼있다.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실정이다. 안타깝게도 당장은 오피스텔 헌터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나마 지자체에서 조례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오피스텔 표준관리규약’을 제정한 서울시가 좋은 본보기다. 입주민들도 오피스텔 관리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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