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의 미니멀리즘 혁명

▲ 집밥은 '직장'으로 기울어져 있는 일상의 중심을 '집'으로 되돌려준다.[사진=아이클릭아트]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먹거리가 ‘집밥’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분주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은 이 당연한 말을 실천하지 못하며 지낸다. 아침 거르기는 다반사고 점심은 밖에서 때우기 일쑤며, 집에 돌아와선 피곤함에 손수 저녁상 차려 먹기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한 출발점이 끼니를 제대로 챙기는 일이라지만, 매번 요리하자니 무엇을 해먹어야 할지 막연하고 외식은 부담스럽다.

일본 가정식 연구가인 도이 요시하루는 그가 쓴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에서 한 그릇의 온전한 식사로 일상의 리듬을 되찾는 방식을 제안한다. 저자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심리적 부담을 덜고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식사법이 바로 일즙일채一汁一菜라고 소개한다.

일즙일채란 밥 한 공기, 국 한 그릇, 반찬 한 가지만 준비해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끼니를 챙길 수 있는 식사법을 일컫는다. 요리시간도 10분이면 충분해 양치나 세수를 하는 것처럼 매일 반복하는 일상 행위 중 하나로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일즙일채의 구체적 실천법을 알려주고 이 식사법이 우리 삶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일즙일채는 건강한 삶을 일구는 가정 요리의 한 형태다. 저자는 가정 요리란 수고를 들이지 않아야 맛있다고 이야기한다. 심플하게 요리할수록 식재료 본연의 맛이 있는 그대로 살아나고 날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즙일채 요리법에선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국과 반찬의 내용물이 달라진다. 새 메뉴를 억지로 생각해내지 않아도 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화려한 맛의 음식일지라도 끼니마다 먹으면 다른 맛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런 요리의 맛은 인공적이고 뇌가 좋아하는 맛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집밥은 ‘그럭저럭 맛있는’ 음식이다. 그 소박한 맛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 책은 집밥은 뇌가 아니라 몸이 먼저 좋아하는 음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식사食事란 단순히 먹는 일만이 아니라 먹으려면 해야 하는 일들 전부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집에서 하는 식사, 집밥이 우리 삶의 원점이며 모든 일의 시작점인 이유다. 또한 집밥은 ‘직장’으로 기울어져 있는 일상의 중심을 ‘집’으로 되돌려준다. 집이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내 삶의 중심점이자 ‘날마다 돌아오고 싶은 곳’으로 바뀌는 것이다. 집밥을 계속해서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식생활의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일즙일채이며, 저자는 그것을 식단이 아닌 라이프스타일로 제안한다.

사람은 식사를 통해 살아간다. 식재료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요리함으로써 그 근본이 되는 자연, 그리고 그것을 공급하는 많은 사람들과 이어진다. ‘먹는 행위’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좋을지 고민하는 자세와도 직결된다. ‘먹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며, ‘잘 먹는다는 것은 잘 살아가는 것’이다.

 

세 가지 스토리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 수오서재 펴냄

저자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면서 예술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관절염으로 바늘을 들기 어려워지자 “지금이 배우기 가장 좋은 때”라며 붓을 쥐었다.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 새내기 화가는 4년 만에 개인전을 열더니 100세가 될 무렵 세계적인 화가로 거듭났다. 이 책에는 그의 인생철학과 그가 남긴 67점의 그림이 함께 담겨 있다. 그는 말한다. “배움에는 때가 없다.”

 

「아이돌을 인문하다」
박지원 지음 | 사이드웨이 펴냄

대중음악의 노랫말엔 ‘깊이’가 있을까. 저자는 “당연히 그렇다”고 답한다. 전국민이 가볍게 따라 부르는 히트곡이야말로 그 시대를 가장 잘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방탄소년단과 워너원, 트와이스 등 아이돌 그룹들의 히트곡에 담긴 노랫말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분석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대중음악의 가벼움 속에 숨어 있는 의미와 통찰을 즐길 수 있다.

「사피엔스 DNA역사」
애덤 리더퍼드 지음 | 살림 펴냄

유전학은 인류의 비밀이 담긴 유전자(DNA)를 밝혀낸다는 점에 있어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복잡하고 난해한 학문에 대중이 다가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과 유전학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저자가 나선 이유다. 과학자이자 방송인인 그는 뛰어난 입담으로 어려운 첨단 유전학을 흥미롭고 알기 쉽게 풀어낸다. 평소 유전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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