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수주 및 정도 경영과 반대로 걷는 GS건설

GS건설은 지난해 9월 ‘클린 수주 선언’을 발표했다. 깨끗하게 경쟁하고 구태는 털어내겠다는 거였다. 경쟁업체의 불법적 영업활동을 언론에 알리고, “수사를 의뢰하겠다”면서 엄포를 놨다. 6개월이 훌쩍 흐른 현재, GS건설은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GS건설 측은 “조합원이 먼저 경찰에 고발했다”면서 발을 뺐는데, 수사의뢰를 차일피일 미룬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다. GS건설의 ‘클린 수주 선언’, 참 이상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GS건설의 이상한 클린 수주 선언을 취재했다.

▲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클린 수주 선언’을 통해 시장의 구태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경쟁사 불법행위를 폭로한 것 외엔 한 게 없다.[사진=뉴시스]

GS건설이 또 한번 ‘클린’을 강조했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의 입을 통해서다. “클린 경쟁을 선언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정도경영과 안전경영에 매진하겠다(3월 23일 주주총회).”

GS건설은 지난해 9월 강남 재건축 수주권을 놓고 다른 건설사들과 경쟁을 벌였다. 경쟁이 과열되자 GS건설은 ‘도시정비 영업의 질서회복을 위한 선언’을 발표했다. “수주전의 승패를 떠나 조합원들의 표를 얻기 위한 금품 살포 등 불법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른바 클린 수주 선언이었다.

당시 임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GS건설의 ‘클린 수주 선언’과 ‘정도 경영’을 통해 도시정비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구시대적 관행이 바로잡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시장 정상화를 통해 좋은 품질의 좋은 주택으로 소비자 마음을 사겠다”고 말했다. 불법 근절을 넘어 건설업계의 구태를 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의지만이 아니었다. 행동도 단행했다. GS건설은 지난해 10월 15일 한신4지구에서 ‘매표시도 근절을 위한 신고센터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센터를 운영한 지 6일 만에 227건의 상담 요청이 있었고, 이 중 실제 금품 향응 신고가 25건 접수됐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금품 향응 제공자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재건축 수주권을 놓고 GS건설과 경쟁했던 롯데건설을 정면으로 겨냥한 거였다.

GS건설의 선언은 의미가 컸다. 브랜드파워 1위 업체가 자정 노력을 강조했기 때문에 경쟁업체들도 ‘클린 경쟁’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는 GS건설이 임 사장의 발언처럼 ‘클린 경쟁’과 ‘정도 경영’을 진정성 있게 밀어붙이고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GS건설은 ‘클린 수주’와 거리가 먼 행보를 걸었다. GS건설은 ‘클린 경쟁’을 선언한 지 두달 만인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영통2구역(매탄주공 4ㆍ5단지)’ 시공권 수주경쟁에서 ‘조합원 가구당 이사비 1000만원 무상 지원’을 제안해 논란을 빚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조합의 입찰 제안서 요구에 따라 이사비 지급을 명기한 것일 뿐”이라면서 “최종 확정된 것도 아니고, 국토부의 이사비 지급 기준이 정해지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단돈 5000원에 불과하더라도, 사소한 식사나 선물 등을 일체 제공하지 않겠다”는 자신들의 클린 수주 선언을 ‘자기 부정’하고 있다. ‘조합의 입찰 제안서 요구’라는 것도 사실은 상한선을 1000만원으로 한다는 것에 불과했고, GS건설이 경쟁업체들의 ‘이사비 무상 지원’을 대놓고 문제 삼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클린 수주’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한신4지구 수주경쟁 종료 당일인 10월 15일(일요일) GS건설은 롯데건설의 불법영업행위를 폭로하면서 다음과 같은 의지를 다졌다.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GS건설은 말폭탄만 날렸을 뿐 수사는 의뢰하지 않았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미 조합원이 서초경찰서에 고발했기 때문”이라면서 “17일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충분히 경찰에 협조했다”고 해명했다.

GS건설, 수주경쟁 독야청청했나

그는 이어 “조합원 개인이 한두 건의 내용을 고발한 것과 우리가 센터 운영을 통해 다량의 내용을 신고 받은 건 불법영업활동의 규모나 종류, 사례수 등을 봤을 때 사안의 심각성이 전혀 다르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조합원 개인의 고발과는 별개로 수사의뢰를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조합원이 롯데건설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건 10월 10일이다. 그로부터 5일이나 흐른 15일에 GS건설 측은 롯데건설의 불법행위를 알리면서 “수사의뢰를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GS건설은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다. “조합원 개인이 수집한 것보다 훨씬 많은 불법행위를 검토했고, 사안의 심각성도 전혀 다르다”는 GS건설 주장대로라면 수사를 의뢰해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주체’가 됐어야 했지만 그런 지위를 스스로 포기했다. GS건설은 롯데건설 불법행위 고발사건의 추이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당초 GS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한신4지구 고발 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조사를 받았고 충분히 협조했다”면서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결국 ‘클린 수주’를 선언하면서 경쟁업체의 불법영업행위 폭로에만 열을 올리고, 불법행위의 판을 바꾸는 역할은 포기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GS건설은 ‘클린 수주’를 위한 생태계 구축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수주경쟁 구태를 없애겠다면서 시공 및 관리시스템 개선, 하도급업체 관계 개선 등 건설업계의 고질병을 고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GS건설 관계자는 “‘클린 경쟁’과 관련해선 선언 내용에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시장을 어떻게 정화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털어놨다.

▲ GS건설은 롯데건설의 불법영업행위를 폭로하면서 곧바로 수사 의뢰를 하지는 않았다.[사진=GS건설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GS건설의 부실시공 논란도 문제다. 잊을만 하면 터지지만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준공된 서울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1단지(임대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에 물이 새고, 전기가 끊기고, 휴대전화가 안 된다는 민원이 빗발치면서 부실공사 논란이 일었다. GS건설 측은 “나름 원인을 조사해 보수공사를 충실히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똑같은 누수는 다시 발생했다. 그러자 “임대아파트(1단지)라 대충 지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GS건설 “부실 아니라 하자”

GS건설 관계자는 “부실시공과 하자는 전혀 다른 얘기”라면서 “하자를 보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입주한지 1년도 안 된 곳에서 ‘하자’가 발생했다는 건 부실시공 의혹을 부추길 만한 요인이다.

사실 GS건설은 부실시공 논란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별로 없다. 반포자이(2013년), 동탄2신도시 동탄센트럴자이(2015년), 인천 송도자이(2016년)를 비롯해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한 오산세교자이와 경복궁자이(1단지)에서도 부실시공 논란이 나왔다.

결국 GS건설은 임 사장의 입을 통해 정도경영을 외치면서도 수주경쟁에서의 ‘클린’만을 외쳤다는 얘기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GS건설 자이는 브랜드파워 1위다. 그만큼 시장에서 경쟁우위에 있다는 얘기다. 불법영업행위들을 ‘다 같이 하지 말자’고 하면 경쟁사들의 무기는 뺏고, 돈도 아끼면서 경쟁우위는 그대로 유지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생긴다. GS건설이 노리는 게 바로 그거다.”

GS건설의 ‘클린 수주’ 선언은 과연 정도正道에 가까울까 얄팍한 꼼수에 불과할까. 임 사장을 비롯한 GS건설 경영진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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