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약속 지켰나

2014년 흔들리던 한국씨티은행의 키를 잡은 박진회(62) 행장. 당시 그는 크게 세가지 약속을 했다. 그로부터 햇수로 5년, 박 회장은 약속은 지켰을까. 답을 하기엔 논란이 너무 많다. 특히 회사 수익을 해외로 빼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전혀 잠재우지 못했다. 박 회장 취임 후 씨티은행의 배당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박진회 행장의 5년을 살펴봤다.

▲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2017년 배당을 유보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지켜지지 않았다.[사진=뉴시스]

2014년 금융 업계 안팎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증권ㆍ보험ㆍ은행 등 모든 업종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친 탓이었다. 금융권은 직원수를 줄이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영업점을 줄여나갔다. 칼바람은 외국계 은행에도 불었다. HSBC은행은 소매금융을 중단하고 본점을 제외한 10개의 영업점을 모두 폐쇄했다.

한국씨티은행도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2012년 218개 달했던 점포수를 2014년 134개로 줄였다. 2년 사이 84개, 2012년 대비 40%에 달하는 점포를 축소한 셈이었다. 같은 기간 4059명이었던 직원수는 3478명으로 감소했다. 그래도 여의치 않았는지 2015년엔 씨티은행 자회사인 씨티캐피탈을 아프로서비스그룹에 매각했다.

실제로 씨티은행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2011년 4567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은 2012년 1963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2013년 2191억원으로 잠시 회복세를 보였지만 2014년 1155억원으로 다시 급감했다. 하지만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줄인 자본잉여금을 사측이 해외로 빼돌리려 하고 있다”는 의혹에서였다.

박진회 은행장은 ‘구조조정 칼바람’이 무섭게 불던 2014년 10월 한국씨티은행의 신임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박 행장은 취임 후 추가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말로 노조를 달랬다. 민원 없는 은행을 만들고, 스마트 영업점을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2017년 지점 90개 통폐합

“구조조정을 통해 줄인 자본잉여금을 사측이 해외로 빼돌리려 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박 행장은 2014년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담에서 “과거 5년간 씨티은행의 배당성향은 높지 않았다”며 “수익이 나면 일정부분 배당을 해야 한다는 게 기본원칙으로 배당성향이 낮아 여력이 많지만 금감원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햇수로 5년여, 박 행장은 약속을 지켰을까. 일단 “추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지난해 4월 씨티은행이 133개 영업점 중 90개를 통폐합한 것을 두고 “의도적으로 구조조정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사실상 구조조정이었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어서다. 이 문제는 법정 소송까지 갔다. 노조는 영업점 통폐합을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렇지 않다’며 씨티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통폐합 과정에서 박 행장은 비정규직 300여명의 정규직 전환도 약속했다.

하지만 ‘민원 없는 은행을 만들겠다’는 공언은 한낱 공염불에 그친 게 맞다. 박 행장은 2014년 “상품기획부터 사후서비스까지 민원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지만 씨티은행은 여전히 민원이 가장 많은 은행이다. 금감원의 ‘2016년 금융민원 및 상담동향’ 자료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고객 10만명당 민원건수는 9.8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신한은행(3.45건), NH농협은행(3.31건)의 3배에 이른다. 이 때문인지 2014년부터 3년 연속 민원 1위 기록도 씨티은행이 갖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지나치게 소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은행은 지난해 6월과 12월 각각 248만원, 3200만원의 과태료 제재를 받았다. ‘꺾기 영업’ 관리 소홀과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 진행 중인 채무자를 채무불이행자로 등록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유출된 고객 정보가 카드 복제로 이어진 사건도 발생했다. 고객을 차별한다는 논란도 심각한 수준이다.

씨티은행은 박 행장 취임 이후 영업점을 통폐합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고액자산가를 위한 특화 영업점 개설’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3월 도입한 계좌유지 수수료 제도도 고객차별의 일단이다. 씨티은행은 신규계좌 개설시 잔고가 1000만원 미만인 고객이 은행창구를 이용할 경우 월 5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경우 자산 2억원 이상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부자만 고객으로 받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시중은행도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을 생각했다”면서도 “고객의 반발을 우려해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자산가의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 맞지만 고객차별 정책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고객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거래 고객에겐 적용하지 않았다”며 “영업점 축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은행의 ATM을 이용해 입출금을 해도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한국씨티은행이 지난해 대규모 영업점 통폐합에 나섰다.[사진=뉴시스]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풀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되레 씨티은행의 수익은 박 행장의 취임 이후 더 많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938억9100만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이 돈은 씨티은행의 지분 99.98% 보유한 미국 씨티뱅크 오버시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COIC)에 지급됐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2413억5300만원의 40%가량이 대주주가 있는 미국으로 송금된 것이다.

배당 성향 역시 박 행장 취임 후 가파른 증가세를 띠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0%였던 씨티은행의 배당성향은 2015년(41.6%), 2016년(73.1%), 2017년(37.7%)으로 껑충 뛰었다. 박 행장 취임 이후 대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은 3755억6500만원에 이른다.

취임 후 3755억원 배당

문제는 씨티은행이 배당 후인 올해 1월 29일, 4월 17일 각각 각각 2000억원(이율 1.92%), 2500억원(이율 1.96%)의 은행채를 발행했다는 점이다. 1000억원에 가까운 배당을 단행한 이후에 5500억원에 이르는 자본을 이자를 주면서 조달한 셈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시중은행이 은행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건 흔한 일”이라면서도 “고액 배당으로 비판을 받는 은행이 대규모 배당을 집한 이후 자본을 조달하겠다며 거액의 은행채를 발행하는 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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