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생중계된 남북정상회담

 

▲ 남과 북, 두 정상은 세계로 송출된 생중계 방송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약속했다. 과거 두차례 정상회담처럼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안된다.[사진=뉴시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만나 악수하는 모습부터 기념식수, 산책과 야외 단독회담, 판문점선언 서명과 공동 발표, 정상 내외의 대면과 ‘하나의 봄’ 환송공연까지. 

생중계 방송의 매력은 현장성과 생동감에 있다. 현장 모습이 리얼타임으로 여과나 편집 없이 그대로 전해져 감동을 더한다. 더구나 이번 정상회담 무대가 불과 몇달 전까지 전쟁 위기설이 나돌았던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이었으니.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 언론 앞에서 직접 회담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국제외교 무대 첫 등장은 지난 3월 말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이었지만 비밀리에 진행된 데다 결과도 사후에 발표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하며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던 그 시각 국내 방송의 순간 시청률은 34.06%. 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이 정규 수업 대신 모니터로 역사적 순간을 지켜봤다. 외신들은 “세계를 뒤흔든 악수” “세계 역사의 대전환”이라고 타전했다. 경기도 고양 킨텍스 프레스센터에선 36개 나라, 약 3000명의 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남북간 왕래가 처음 생중계된 것은 20년 전 1998년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장면이 CNN을 통해 생중계됐다. 정 명예회장은 약속한 소 1000마리에 1마리를 더해 현대에서 만든 트럭 100대에 실어 보냈다. 더 보낸 소 1마리는 대북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특히 소떼에 임신한 소들을 포함해 북한을 감동시켰다. 트럭도 북한이 사용하도록 두고 왔다. 소떼 방북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열렸고 금강산관광이 시작됐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첫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개성공단이 조성됐다.

그러나 금강산관광은 2008년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10년째 중단 상태다. 개성공단은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 지시로 폐쇄됐다. 남북 정상은 4ㆍ27 공동선언에서 밝힌 대로 자주 만나야 한다. 이번에 마주한 탁자 2018㎜ 이내로 남북한의 거리를 더욱 좁혀야 할 것이다. 이산가족 및 친척의 상봉과 고향 방문은 물론 일반 국민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가닥을 잡으면 끊긴 남북교류가 단계적으로 재개될 것이다. 중단된 남북경협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개성공단에 외국기업을 유치해 국제공단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 개성공단 건설 때 거론됐던 해주 등지에 제2, 제3의 남북경협 공단을 건설하는 것도 추진하자.

동해ㆍ경의선을 비롯한 남북한 철도 및 도로 연결과 고속철도 건설 등 공동 인프라 구축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장에서 “평창 고속열차가 좋더라”며 부러워할 정도로 북한 내 교통 인프라는 열악한 상태다.

 

남북경협은 남북한 모두에 이롭다. 우리는 내수시장을 확대하고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을 버리고 경제에 매진하겠다는 북한으로선 남한이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다.

남북한 정상은 판문점 도보다리에 앉아 30분 동안 단독 대화를 나눴다. 통역이 필요 없는 두 정상 간의 대화 장면이 TV로 생중계됐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이끌고 방북해 20년 전 주목을 받았던 바로 그 통로다.

남과 북, 두 정상은 생중계 방송을 통해 세계인과 약속한 판문점선언을 확실하게 이행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동발표에서 “이제 우리는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김 위원장은 “역대 합의서처럼 시작만 뗀 불미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처럼 합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채 한반도 평화시계를 거꾸로 돌려선 안 된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석부터 4ㆍ27 정상회담까진 ‘봄이 온다’ ‘새로운 봄’ ‘하나의 봄’ 등 봄 시리즈였다. 올가을에 한반도에 ‘가을이 왔다’는 것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남북이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다. 판문점선언에서 명시한대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은 가시적 조치를 취해 세계의 우려를 씻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자신이 강조해온 ‘한반도 운전자론’의 운전대를 꼭 잡고 놓치지 않아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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