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사태가 남긴 과제] 외국기업의 ‘난’ 막을 수 있나
[GM사태가 남긴 과제] 외국기업의 ‘난’ 막을 수 있나
  • 고준영 기자
  • 호수 286
  • 승인 2018.04.30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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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남긴 얽히고설킨 난제

71억5000만 달러. 정부와 GM본사가 한국GM을 살리기 위해 투입하기로 합의한 금액이다. 한국GM의 정상화를 막는 걸림돌이 해결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한국GM 사태를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난제는 숱하게 남아 있다. 한국GM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GM이 남긴 과제를 취재했다.

▲ GM본사와 정부는 한국GM 경영정상화를 위해 7조72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합의했다.[사진=뉴시스]

법정관리의 기로에 선 한국GM 노사가 가까스로 합의점을 찾았다. GM본사가 법정관리 신청 의결일로 못 박은 4월 23일 당일, 한국GM 노사는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14차례나 진행하고 난 뒤에야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합의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2018년 임금인상을 동결하고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 휴가비ㆍ학자금ㆍ차량할인 등 일부 복리후생비를 삭감한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신차를 배정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사가 상호 협력한다. 군산공장 노동자 680여명에 대해선 추가 희망퇴직ㆍ전환배치를 시행하고, 잔류 인원은 이후 별도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한국GM사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노사 합의가 이뤄진 만큼 경영정상화 작업에 탄력이 붙을 거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이번 합의로 인해 한국GM은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의 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그는 “타결을 통해 GM, 산업은행 등 주요 주주와 정부의 지원을 확보하고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빠른 지원을 촉구했다.

실제로 한국GM 경영정상화 절차는 급물살을 탔다. 노사 타결 이후 3일 만인 4월 26일 한국GM 노조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찬성률 67.3%(1만223명 중 6880명 찬성)로 최종 가결했다. 여기에 화답하듯 같은날 GM본사와 정부도 한국GM 지원 방안에 합의했다. 한국GM을 살리기 위해 투입될 금액은 71억5000만 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7조7200억원에 이른다. GM본사가 출자전환 및 신규투자를 목적으로 6조9100억원(출자전환 3조원)을 쓰고, 산업은행이 81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자금지원을 대가로 한국GM이 향후 10년간 한국에 체류하겠다는 약속과 20%가 넘는 자산의 매각을 막는 비토권을 받아냈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한국GM 철수 우려를 떨쳐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한국GM의 회생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손꼽혔던 신차 배정도 약속받았다. 부평공장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창원공장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 각각 배정될 예정이다. 이런 내용이 담긴 합의안은 한국GM 실사 결과(5월 중)에 이상이 없으면 확정된다.

정부는 노사합의, 신차배정, 자금지원 등 한국GM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조건들이 모두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한국GM사태는 이대로 마무리돼도 좋을까. 그렇지 않다. 한국GM사태 안팎에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숱한 과제가 남아있다.

GM 철수 막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군산공장 협력업체들은 여전히 벼랑에 몰려있다. 군산공장 1ㆍ2차 협력업체만 130여곳. GM이 군산공장을 놓고 활용하기보다는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산공장에 남은 한국GM 직원 680명가량은 추가 논의 가능성이 열렸지만 협력업체 직원 1만여명은 손도 못 써보고 길거리에 내몰릴 처지다. 지역 관계자는 “해당 가족까지 포함하면 군산시민 전체의 20%가량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는 정부와 지자체가 주축이 돼 군산공장을 매입하는 것이다. 산은과 군산시, 기업들이 공동 매입해 새로운 자동차회사나 위탁생산회사, 자동차 관련 산업단지를 설립하면 대량 실직과 지역경제 침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GM이 조금만 양보하면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 교수는 “창원공장과 부평공장 협력업체에서 납품받을 물량을 군산공장 협력업체에 분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서 “한국GM은 수익성을 조금 포기해야겠지만 국고가 들어간 만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GM이 한국시장에 남을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지원의 조건으로 내세운 ‘실사 결과 이상이 없을 경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산은 관계자는 “해당 자료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에 대응하는 납득할 만한 자료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GM본사는 여전히 경영실사에 필요한 내부거래 자료 등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실사 결과가 신통치 않거나, GM본사가 마음을 고쳐먹으면 언제든지 철수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거다.

사실 외국기업의 ‘먹튀’ 문제는 풀기 힘든 난제로 손꼽혀왔다. 2004년 쌍용차 사태(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자본ㆍ기술만 흡수하고 법정관리를 신청) 이후 외국기업의 ‘먹튀’ 논란은 국내 기업의 해외 매각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데 애를 먹은 것도 또다시 먹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한국GM도 이런 먹튀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 2월 7일 시작된 한국GM 노사의 2018년도 임단협 교섭은 14차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사진=한국GM 제공]

실사에 문제가 없어서 조건부 합의안이 확정되더라도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산은이 확보한 견제장치는 근본적으로 GM을 막을 비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2ㆍ제3의 GM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10년 체류 약속’ ‘비토권’ 등은 임시방편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면서 “철수 시점을 좀 더 뒤로 늦춘 것에 불과해 향후 같은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언제든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고질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산 위기 놓인 130여 협력업체

국고가 줄줄 샐 가능성도 있다. 이호근 교수도 날카롭게 이 문제를 꼬집었다. “정부가 혈세를 투입하기로 결정한 핵심 이유는 노사합의다. 하지만 노사합의는 많은 정상화 조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경영 문제, 생산성 문제, 추가 부실여부인데 이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지금 국고를 투입한다고 해서 당장 정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국고가 허투루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5월 중 끝나는 실사가 별 탈이 없다면 정부는 8100억원을 투입하고, 한국GM 사태는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정부가 투입할 혈세가 불쏘시개가 돼 한국GM의 정상화를 이끌고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면 당연히 반길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군산에선 1만여 노동자의 곡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고, 제2의 한국GM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되지도 않았다. 한국GM사태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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