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커피공화국

원두커피 전성시대다. 가공커피도 원두로 만들어야 잘 팔린다.  원두커피가 가장 잘 팔리는 곳은 아무래도 대형 커피전문점이다. 그러나 대형 커피전문점의 커피가격은 조금씩 올라간다. 커피 한잔 마시기도 무서운 세상이다.

 

#7월 27일 스타벅스가 13주년을 맞아 반값 행사를 펼쳤다. 스타벅스 전 지점에서 병음료, 요거트 제품 등을 제외한 커피와 프라푸치노•티 등 40여종 음료를 반값에 팔았다. 이날 스타벅스 전 지점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트위터리안들은 “아메리카노 한잔 먹으려 한 시간을 기다렸다” “한시간 반 기다려 겨우 주문 성공” “여기는 스타벅스, 엄청난 인파! 아르바이트생이 무슨 죄”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날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12온스) 가격은 1950원이었다. 원래 가격은 3900원이다.

# 대학생 김수민(가명•26)씨. 커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주머니 형편을 감안하면 값싼 믹스커피를 마시면 좋겠지만 원두커피 맛에 푹 빠져 있다. 평소 아메리카노를 즐겨 먹는 그는 100원이라도 아끼기 위해 각종 할인 혜택을 동원한다.

하지만 최근 그런 혜택이 많이 줄어 맘이 편치 않다.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아메리카노 가격은 톨 사이즈 기준 3500원.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를 사 마시려면 무조건 할인을 받아야만 한다.
소비자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주머니는 얇아지는 데, 라면 값•참치 값에 맥주가격까지 오르고 있다. 물가인상 바람은 ‘커피’에도 영향을 끼쳤다. 7월 28일 국내 3위의 대형 커피전문점 커피빈이 주요 제품 37종의 가격을 300원씩 올렸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은 1인당 하루 1.5잔의 원두커피를 마셨다. 과거 믹스커피에서 원두커피로 소비자 취향이 바뀌면서 원두커피 소비량이 크게 늘고 있다. 대형 커피전문점은 커피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음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커피가 인기라는 얘기다. 스타벅스는 올해 들어 50개가 넘는 신규 매장을 오픈했다.

갈수록 오르는 아메리카노 값
국내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가격은 톨 사이즈 기준(12온스)으로 3600 ~3900원이다. 대부분 커피전문점은 일반적으로 온스로 커피 용량을 계산하는데 1온스는 약 30mL다. 스타벅스•할리스커피•카페베네•탐앤탐스•투썸플레이스 등은 12온스에서 14온스의 아메리카노를 각각 톨•레귤러•스몰 사이즈라고 부른다. 3000원 후반대 가격에 팔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려면 4000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할지 모른다. 커피빈은 올 7월 28일부터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12온스) 가격을 4000원에서 300원 올린 4300원에 받는다.
 

▲ 커피빈은 최근 아메리카노 가격을 4300원으로 올렸다.

4000원대 아메리카노를 파는 곳은 현재로선 커피빈이 유일하다. 하지만 ‘아메리카노 유형’의 커피값은 이미 40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파스구찌는 레귤러 기준(13온스) 아메리카노를 3800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이보다 700원 비싼 4500원에 팔고 있다.

특수상권에 따라 가격을 올려 받는 경우도 있다. 카페베네의 아메리카노 레귤러 사이즈(12온스) 가격은 3800원이다. 하지만 매장이 특수상권에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카페베네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점, 압구정 갤러리아점 등을 특수상권으로 분류하고 동일한 아메리카노를 원래 가격보다 700원 비싼 4500원에 팔고 있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특수상권에 있는 매장은 임대료 등 운영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커피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병원이나 학교에 입점한 경우 오히려 300원에서 500원 저렴하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톨 사이즈(12온스) 아메리카노 가격은 3900원이다. 거의 4000원에 육박한 가격이다. 아메리카노 가격이 4000원이 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5월 32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당시 기존 3600원이었던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은 3600원에서 3900원으로 올랐다.

대형 커피전문점 업계가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는 한결같다. 원두값•우유값 뿐만 아니라 인건비나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해서다.  커피빈 관계자는 이번 커피값 인상에 대해 “2008년 가격 인상 후 4년 만의 첫 가격 인상”이라며 “그동안 원두값과 우유값이 치솟고 임대료와 임금 등이 오르면서 내부적으로 가격인상을 흡수해 왔는데 이제는 한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커피빈은 2008년 12월 당시 커피와 티 등의 메뉴를 200원에서 700원까지 올렸다. 커피빈 측은 2008년 이후 4년 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원두값•인건비•임대료 등 각종 직간접적 운영비용의 증가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2010년 1월에도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를 3300원에서 3600원으로 올렸다.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2년 만에 무려 16%(600원)나 올랐다.
 

 

물론 업계 입장도 일리가 있다. 우유값은 2005년 인상 후 3년 만인 2008년 17~18% 인상됐고 2011년 11월 9% 가량 다시 인상됐다.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률은 2009년 4000원에서 2012년 4580원으로 올랐다. 연평균 적게는 2%에서 6%가 올랐다는 이야기다.

원두값도 올랐다. 업체마다 사용하는 원두는 블렌딩과 로스팅에 따라 달라지지만 콜롬비아와 중남미 지역에서 재배되는 아라비카 빈의 공급은 지난해 말 20% 정도 줄어들었다. 원두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다. 상가 임대료 역시 치솟고 있다. 가령 국내 가장 비싼 땅인 명동 밀리오레 옆의 네이처리퍼블릭의 상가 보증금은 2007년 35억원에서 2012년 50억원으로, 월 임차료는 2007년 1억45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대형 커피전문점이 유동인구가 많이 몰리는 지역에 주로 입점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임대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살인적인 물가도 힘겨운데 즐겨 마시던 커피값까지 오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저가커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최근 커피전문점 이디야는 카페베네 다음으로 700호점을 돌파했다. 소비자가 저가 커피에 대한 욕구가 커졌음을 보여주는 일례다. 이디야의 레귤러 사이즈(13온스) 아메리카노의 경우 2500원에 판매된다. 커피빈과 비교하면 40% 가량 저렴하다.

원두 생산량 줄어 원재료값 치솟아
지하철 역사에서도 품질 높은 원두의 아메리카노를 착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다. 고급원두를 사용한 아메리카노가 990원에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종로 지역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특별히 좋은 원두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비싼 값에 커피를 파는 것 같다”며 “최근 아메리카노 가격을 500원 낮추자 손님이 3배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커피빈을 자주 찾는다는 한 소비자는 “아메리카노 가격이 오른 후에 저렴한 소규모 커피전문점으로 발길을 돌렸다”며 “커피빈의 커피맛이 특별하게 달라지지 않는 한 당분간은 (커피빈에)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같은 값이면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게 날 것 같다”며 “이제까지는 대형 커피전문점 단골이었는데 앞으로는 같은 가격에 매장에서 직접볶은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셔야겠다”고 밝혔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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