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파트3] 통화정책 발목 잡은 글로벌 가뭄

▲ ‘헬리콥터 벤’ 버냉키 FRB 의장(왼쪽)과 ‘수퍼마리오’ 드라기 EBC 총재가 통화완화정책의 실행여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세계경기가 침체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통화완화정책을 실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악재가 터지고 있다. 가뭄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이다. 국제시장 관계자들은 애그플레이션이 통화완화정책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의 확산이 심상치 않다. 세계의 곡창지대인 미국 중서부지역에 56년만의 가뭄이 덮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투기자본이 곡물시장에 몰리면서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의 국제 곡물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물가가 꿈틀대면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화정책으로 돈이 시장에 뿌려지면 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은 7월 3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은 이번에도 “필요하면 한다”며 가능성만 시사했다. 시장은 3차 양적완화 조치의 확실한 기약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곡물가격의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경기부양책의 발목을 잡을까 우려하고 있다.

 
유럽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7월 26일 “나를 믿어라, 조치는 충분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8월 2일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유는 독일에 있다. 독일 정부가 ECB의 최대 역할은 물가안정이라고 한정지으며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사들이는 등의 행위는 명백한 월권이라고 ECB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애그플레이션의 발생은 ECB가 재정위기국의 국채 매입이나 초저리장기대출프로그램(LTRO)과 같은 통화정책을 사용하기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애그플레이션이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국제 곡물가 상승의 충격이 통상적으로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 보다 신흥국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소비자 물가가 비교적 안정돼 있는 것도 이유다. 선진국의 물가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신흥국과 달리 유가다.

동양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선진국일수록 식품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며 “가뭄으로 인한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 김두언 연구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시장의 예상보다 낮다”며 “애그플레이션과는 관계없이 OT가 끝나는 올해 말 3차 양적완화가 시행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CB의 통화정책 역시 애그플레이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이채원 연구원은 “남유럽은 사상 전례 없는 경기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은 감수해야 한다”며 “8월 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독일과 타협해 곧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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