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파트4] 한국경제 덮친 애그플레이션

▲ 7월 12일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가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하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올 9월 추가 금리인하 여부를 두고 한국은행이 고민에 빠졌다. 경기악화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은 거세지는 반면 물가는 연일 치솟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살인적인 고물가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곡물 자급률이 4.6%에 불과하다. 연간 곡물 수입량은 1만5000t으로 세계 4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특히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을 주도하는 옥수수와 밀의 경우 국내 자급률이 2% 안팎에 불과하다.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거시경제의 영역 같지만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문제는 애그플레이션이 국내경제를 덮친 시기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0.5%포인트 낮췄다. 1분기 2.8%이던 경제성장률은 2분기 2.4%로 떨어졌고 내수와 수출이 동반부진을 겪는 등 경기둔화속도가 심상치 않다.

 
경기침체가 심상치 않자 한국은행은 7월 12일 3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3.25%에서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는 금리인하 효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도 봄바람이 불지 않는다.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시장에 돈을 풀어야 한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든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 하지만 두 정책 모두 인플레이션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애그플레이션 때문에 물가가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민경제는 더 고통받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한국은행이 9월 물가안정과 경기부양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를 두고 어떤 선택을 할지에 모아지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애그플레이션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기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지만 연내 한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한 달 사이 급격하게 상승한 국제 곡물가가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차가 있어서다.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하나대투 김두언 연구원은 “장바구니 물가와는 괴리가 있지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떨어져 오히려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있다”며 “통상적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국내에 반영되기까지 4~7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어, 경기침체 극복이 우선시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양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내수와 수출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끌어올릴 만한 카드가 많지 않다”며 “두 달 연속 금리를 인하할 경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 8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9월에는 한 차례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애그플레이션으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다. 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골드만삭스는 “식품가격 상승으로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경기진작을 위한 정책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정부의 재정부양책이 우선시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