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파트4] 한국경제 덮친 애그플레이션
살인적인 고물가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곡물 자급률이 4.6%에 불과하다. 연간 곡물 수입량은 1만5000t으로 세계 4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특히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을 주도하는 옥수수와 밀의 경우 국내 자급률이 2% 안팎에 불과하다.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거시경제의 영역 같지만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문제는 애그플레이션이 국내경제를 덮친 시기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0.5%포인트 낮췄다. 1분기 2.8%이던 경제성장률은 2분기 2.4%로 떨어졌고 내수와 수출이 동반부진을 겪는 등 경기둔화속도가 심상치 않다.
경기침체가 심상치 않자 한국은행은 7월 12일 3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3.25%에서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는 금리인하 효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도 봄바람이 불지 않는다.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시장에 돈을 풀어야 한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든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 하지만 두 정책 모두 인플레이션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애그플레이션 때문에 물가가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민경제는 더 고통받을 가능성이 크다.시장의 관심은 이제 한국은행이 9월 물가안정과 경기부양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를 두고 어떤 선택을 할지에 모아지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애그플레이션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기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지만 연내 한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한 달 사이 급격하게 상승한 국제 곡물가가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차가 있어서다.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하나대투 김두언 연구원은 “장바구니 물가와는 괴리가 있지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떨어져 오히려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있다”며 “통상적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국내에 반영되기까지 4~7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어, 경기침체 극복이 우선시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양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내수와 수출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끌어올릴 만한 카드가 많지 않다”며 “두 달 연속 금리를 인하할 경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 8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9월에는 한 차례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애그플레이션으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다. 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골드만삭스는 “식품가격 상승으로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경기진작을 위한 정책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정부의 재정부양책이 우선시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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