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걸의 有口有言] 조씨 가문과 록펠러 헌장
[윤영걸의 有口有言] 조씨 가문과 록펠러 헌장
  • 윤영걸 편집인
  • 호수 286
  • 승인 2018.05.01 0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식 올바로 세우려면 부모부터 바뀌어야
경영권의 ‘가족승계’ 욕망이 재벌을 비틀어버렸다. 이젠 생각을 고칠 때도 됐다.[사진=뉴시스]
경영권의 ‘가족승계’ 욕망이 재벌을 비틀어버렸다. 이젠 생각을 고칠 때도 됐다.[사진=뉴시스]

이유남 서울명신초등학교 교장이 쓴 「엄마반성문」이라는 책에는 ‘전교 일등 남매 고교 자퇴 후 코칭전문가 된 교장선생님의 고백’이라는 긴 부제가 달려있다. 잘나가던 아들이 고3 어느날 갑자기 자퇴를 했다. 한달 뒤, 고2에 재학 중이던 딸도 학교를 그만뒀다. 남매는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두문불출하며 종일 게임만 해댔다. 아들은 공황장애 증세를 앓았고, 딸은 폭식으로 체중이 80㎏까지 불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 사업은 부도가 났다.

문제는 자식이 아니라 엄마인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을 아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엄마는 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살았다. 행복하다는 생각보다는  세속적인 출세와 성공이 중요했다. 성공을 향한 수직줄에 악착같이 매달려서 맨 꼭대기로 기어오르는 애벌레들처럼,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생각지 않고 위만 보고 살았다. 아이들에게 늘 써오던 ‘맨날, 언제나, 한번도, 절대로, 결코’가 들어가는 말들이 당사자들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엄마는 일방적인 지시나 가르침이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게 대화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10년 전 엄마가 목표했던 명문대학엔 보내지 못했지만, 아들은 드럼을 배우고 딸을 제과제빵을 배웠다. 이유남 교장은 말한다. “먼저 부모가 행복해야 자식이 행복해진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딸인 조현아의 땅콩회항과 조현민의 ‘물컵 갑질’이 국민에게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수준의 사람들이 재벌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데 있다. 조양호 가문의 불행을 넘어 국가적인 위기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조양호 회장은 형제간 반목이 극심했다. 건설과 금융을 맡으며 분가한 동생들은 대한항공 비행기를 아예 타지 않는다. 조 회장은 인터뷰에서 현아ㆍ원태ㆍ현민 3남매에게 절약과 겸손을 강조해 가르쳤다고 말했지만 자식을 잘못 키운 죄는 결국 부모의 삶이 올바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몇몇 재벌 2세, 3세들은 방탕한 생활로 폭행이 전공이고, 마약은 부전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재벌그룹 2세, 3세의 일탈은 따지고 보면 돈의 가치만을 앞세운 부모의 일그러진 자식교육 탓이다.

한국 재벌의 ‘가족승계’ 욕망은 집착 수준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2~3세로 넘어가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주류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나라 재벌 총수 일가는 ‘회사는 내 것이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빠른 결정과 통 큰 투자가 장점인 ‘오너 경영’은 여전히 유효한 성장동력이다. 하지만 이런 체제를 유지하는 데 따른 대가도 크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을 따르면 합법적인 기업승계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우회해 소유 경영권을 승계하고자 각종 편법과 불법이 동원되고 있다.

재벌가는 왜 국민의 존경받지 못하는가. 이제 재산보다는 가풍을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바꿀 때가 됐다. 대주주 일가가 생각을 바꾸면 스웨덴 발렌베리나 인도 타타처럼 주식을 신탁한 공익법인 등을 통해 기업을 소유하면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 석유재벌 록펠러는 사회 환원하고 남은 재산 대부분을 패밀리오피스에 위탁했다.

록펠러의 패밀리오피스는 록펠러 가문헌장을 제정해 후손들의 학교성적에 따라 돈을 주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한푼도 받지 못하게 못 박았다. 패밀리오피스는 후손이 재산을 날리지 않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재산을 불려 태어나지 않은 먼 후손이 풍요로운 생활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놀라운 발명품이다.

한국의 부모는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식은 손님이다. 그것도 하늘이 잠시 맡긴 손님이다. 자식을 올바로 세우려면 먼저 부모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미리 준비하고 가르쳐야 한다. 총수가 죽어야 승계가 이뤄지는 후진적 관행은 역량 검증이 안 된 3세의 등장과 함께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세상에 나쁜 자식은 없다. 다만 나쁜 부모와 잘못 길들여진 자식들만 있을 뿐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고, 5일은 어린이날이다. 우리는 “진정 행복한 가정을 가지고 있는가?”를 자문을 해보는 계절이 됐으면 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5가지 언어는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이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0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