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목표 못 맞추면 구조조정

정성립(68)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연임’에 성큼 다가섰다. 5월 주총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대우조선해양의 키를 다시 쥔다. 좌초 위기에 놓였던 대우조선해양의 ‘부활 발판’을 마련한 공을 인정 받은 셈이다. 하지만 정 사장의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다. 정상화를 위한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평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0일 열린 대우조선해양 임시 이사회에서 정성립 사장의 연임을 결의했다.[사진=뉴시스]
지난 4월 20일 열린 대우조선해양 임시 이사회에서 정성립 사장의 연임을 결의했다.[사진=뉴시스]

2015년 6월. 9년 만에 친정에 복귀한 ‘올드보이’ 정성립(68)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복귀 신고식은 혹독했다. 취임 직후 회사 상태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전임 경영진의 회계비리가 드러났고, 빅배스(Big Bathㆍ대규모 손실처리)를 단행하면서 입은 손실은 4조여원에 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업황은 악화일로를 걸었고, 수주실적마저 뚝 떨어지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좌초 위기에 빠졌다. 채권단을 설득하며 천신만고 끝에 회생의 기회를 마련한 정 사장은 강도 높은 회생 시나리오를 꺼내들었다. “경쟁회사가 눈독을 들일 만큼 작고 단단한 회사로 탈바꿈하겠다.” 2001년 워크아웃 중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을 1년 만에 조기 졸업시킨 과거의 성과가 있었던 만큼 정 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3년여,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일까. 정 사장은 오는 5월 말 임기 만기를 앞두고 다시 한번 신임을 받았다. 4월 20일 대우조선해양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성립 사장의 연임을 결의했다. 오는 5월 29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정 사장은 2021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을 이끌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산은과 정부는 정 사장의 연임을 놓고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정 사장을 한번 더 선임하기로 한 건 구조조정과 자구안 이행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일관된 방향성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 관계자는 “백이면 백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순 없지만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자구안이든 구조조정이든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사람이 맡아야 일관되고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 사장의 가장 큰 수훈은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의 시기에 취임한 정 사장은 수주를 따내느라 동분서주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회사를 안정적으로 만든 게 주요 성과”라면서 “회사가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갈 길이 멀지만 회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6년 만에 흑자전환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1년 5583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이후 줄곧 어마어마한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645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안정화 이뤘지만 정상화는 글쎄…

하지만 정 사장의 연임을 곱게 보는 시각만 있는 건 아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안정화 단계를 지나 회사가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가시적인 실적이 필요하지만 정 사장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거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수주목표인 45억 달러(약 4조8600억원) 가운데 26억9000만 달러밖에 수주하지 못했다. 조선3사 중 수주목표를 채우지 못한 건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하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ㆍ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100억 달러가량의 수주액을 달성하면서 수주목표인 75억 달러를 훌쩍 넘겼고, 삼성중공업도 수주목표인 65억 달러를 넘는 69억 달러를 수주했다.

자구계획 이행률이 저조하다는 점도 정 사장이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정 사장은 2015년 자회사 FLC를 약 45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2016년엔 서울사무소와 자회사 디섹을 각각 1700억원, 700억원에 팔았다. 지난해엔 당산사옥(352억원), 마곡 부지(1200억원), 자회사 웰리브(650억원), 자회사 대우조선해양건설(45억원)의 매각을 통해 약 2247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3600여명의 임직원을 감원하면서 인건비를 줄이고, 급여반납, 체인지오더로 인한 추가금 등을 통해 총 2조8000억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 이행률은 50%(자구계획안 유동성 목표 5조9000억원)를 밑돈다. 현대중공업(자구목표 3조5000억원), 삼성중공업(1조5000억원)의 자구계획 이행률이 각각 100%, 71%에 달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남은 자구계획안을 이행하기 위한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47% 수준인 이행률을 올해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올해 수주목표인 73억 달러를 달성하지 못하면 인력이나 설비를 더 감축해야 한다. 인력 감축 목표인 9000명을 달성하기 위해 900여명을 더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0% 밑도는 자구계획 이행률

지난 2016년 9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에 참석한 정 사장은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2년 안에 정상화된다”고 자신했다. 오는 9월이면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 기한으로 밝혔던 2년이 된다. 현재로서는 그때까지 대우조선해양이 정상궤도에 오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흑자전환하긴 했지만 지난해가 특수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짜 주목해야 할 건 올해부터”라면서 “정 사장을 두고 쏟아지는 의구심을 떨쳐내려면 올해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임에 성공한 정성립 사장. 하지만 그의 평가는 여전히 극단적이다. 또 한번의 임기가 끝나는 2021년, 정 사장은 의심의 여지없는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까. 답은 숫자가 말해줄 것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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