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동목장 증여의 비밀, 이명희씨는 어떻게 일우재단 이사장 됐나
[단독] 제동목장 증여의 비밀, 이명희씨는 어떻게 일우재단 이사장 됐나
  • 김정덕 기자
  • 호수 286
  • 승인 2018.05.01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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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목장의 비화

현재 일우재단의 이사장은 2009년 취임한 이명희씨다. 전임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공익활동을 한다는 일우재단의 이사장직을 굳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꿰차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 재단이 편법적으로 부를 대물림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일우재단의 탄생 의혹을 단독 취재했다.

■ 1990년 노태우 정부 5·8조치로 제동목장 부지 비업무용 토지로 규정
■ 노태우 정부, 부동산 투기 막기 위해 비업무용 토지에 ‘재산세 중과’ 
■ 한진그룹, 제동목장 부지 1288만㎡(약 390만평) 기부 결정 
■ 제주대(231만㎡), 서울대(198만㎡), 21세기한국연구재단(895만㎡) 기부 받아
■ 한진그룹 “인하대, 항공대에 기부 안 한 이유는 편법적 소유 의혹 막기 위해서” 
■ 21세기한국연구재단은 사실상 조씨 가문이 운영. 한진그룹 발표와 달리 편법 소유. 
■ 21세기한국연구재단은 현 일우재단. 1995~2008년 이사장 조양호, 2009년~현재 이사장 이명희 
■ 2002년 김종선 전 정석기업 부회장이 이사장직 맡았지만 당시는 조양호 회장이 사법처리를 받고 있었음. 
■ 2009년 아무런 경력도 없는 이명희씨, 재단 이사장에 등극. 

일우재단은 사실상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소유물이었다.[사진=뉴시스]
일우재단은 사실상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소유물이었다.[사진=뉴시스]

1962년부터 10년간 1ㆍ2차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던 박정희 정부는 빠른 산업화를 위해 식량생산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당시 농림부는 육류와 우유, 계란 등의 생산량을 2~3배씩 획기적으로 늘리는 축산진흥계획(1972~1981년)을 추진했다. 축산업을 장려하고 적극 지원하는 프로젝트였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명예회장(창업주)는 1972년 3월 한진그룹 계열사로 제동흥산을 설립하고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박정희 정부의 출산업 장려책에 기업 차원에서 부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 첫걸음은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와 표선면 가시리 일대 약 1500㎡(약 461만평)의 부지에 ‘제동목장’을 설립한 것이다. 한진그룹은 정부 정책에 잘 호응했다는 이유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참고 : 제동흥산은 1995년 한진그룹의 또다른 계열사인 한국공항에 흡수됐다. 현재는 한국공항이 제동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면서 180도 바뀌었다. 부동산 투기꾼들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요동치자 정부는 1990년 4월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을 내놨고, 그 일환으로 그해 5월 8일 ‘부동산 투기 억제와 물가안정을 위한 특별보완대책(5ㆍ8경제조치)’을 추진했다. 재벌 대기업의 투기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부추겼다고 판단한 정부가 강한 규제책을 발동한 거였다. 

노태우 정부는 대기업의 비사업용 부동산 실태를 조사하고, 비사업용 부동산들은 내다 팔도록 종용했다. 팔지 않을 때에는 비사업용 토지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은 것으로 간주, 재산세를 무겁게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당시 10대 재벌이었던 삼성ㆍ현대ㆍ대우(1999년 부도)ㆍ럭키금성(LG)ㆍ선경(SK)ㆍ쌍용(1997년 해체)ㆍ한진ㆍ한국화학(한화)ㆍ동아(1997년 부도)ㆍ롯데가 팔겠다고 내놓은 토지만 약 4000만㎡(약 1200만평)에 달했다. 

한진그룹의 제동목장 부지도 비사업용으로 규정됐다. 토지 규모는 꽤 컸다. 목장부지를 팔지 않으면 재산세 중과, 이를테면 ‘세금폭탄’을 맞을 상황이었다. 한진그룹은 “조종사 양성용 비행훈련장으로 쓰던 제동목장 부지의 일부(약 300만㎡)는 비사업용이 아니다”면서 주거래은행 등에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나머지 땅은 제주대(231만㎡ㆍ70만평ㆍ당시 기준), 서울대(198만㎡ㆍ60만평), 21세기한국연구재단(현재 일우재단ㆍ859만㎡ㆍ260만평)에 기부했다.

 

그러면서 한진그룹은 비공식적으로 이렇게 발표했다. “제동목장 부지의 편법소유 의혹을 없애기 위해 인하대와 항공대는 제외했다.” 인하대와 항공대는 한진그룹과 연관성이 깊은 대학교인 만큼 제동목장 부지의 기부를 사회 환원으로 봐달라는 소리였다. 

제동목장 땅 증여세 없이 재단으로

문제는 장학재단 성격을 띤 21세기한국연구재단이었다. 노태우 정부의 5ㆍ8경제조치가 나온 이듬해(1991년) 2월 설립된 21세기한국연구재단은 조중훈 명예회장이 대한항공 주식 23만7552주(당시 평가액은 약 31억원), 조 명예회장의 사돈인 최현열 CV그룹(옛 남경그룹ㆍ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부친) 명예회장이 현금 3억3000만원(당시 기준)을 출연했다. 21세기한국연구재단의 출연금이 284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는 제동목장 부지(260만평)를 기부 받아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제동목장 부지의 평가액은 약 240억원이었다.

하지만 편법의 고리는 여기서 얽히기 시작했다. 제동목장 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제동흥산은 21세기한국연구재단 측에 859만㎡의 땅을 증여하면서 증여세는 한푼도 내지 않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서 공익법인에 증여하는 재산에는 증여세를 면제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재산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제동목장 부지를 공익재단에 편법 증여한 것이었다. 

한진그룹 측은 “편법이 아니라 장학재단에 출연한 것뿐”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비업무용 토지를 향한 정부의 예봉과 여론의 관심이 무뎌질 무렵, 21세기한국연구재단의 사실상 소유권(대표권)은 조양호 회장에게 넘어갔다. 1995년 이사장에 오른 조 회장은 ‘이사 대표권의 제한규정’을 통해 21세기한국연구재단을 수십년간 장악했다. 한편에선 “2002~2003년 김종선 전 정석기업 부회장이 이사장직을 맡은 적도 있다”고 말했지만 조 회장이 ‘실권’을 스스로 놓은 건 아니었다. 

조 회장은 1994~1998년 항공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1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629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1999년 11월 구속기소됐다. 2000년 6월 항소심을 거쳐 2001년 8월 결국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50억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공익법인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공익법인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공익법인의 임원이 될 수 없다. 2002년 한해 조 회장이 이사장직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 회장은 2002년 12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났고, 사건이 잠잠해지자 2003년 4월 조용히 이사장에 복귀했다. 김종선 전 부회장은 ‘임시직 이사장’이었다는 얘기다. 이후 조 회장은 조씨 가문의 소유물이어선 안 되는 21세기한국연구재단을 또다시 지배했다. 2009년엔 자신의 부인인 이명희씨를 이사장에 앉히고, 재단 명칭은 자신의 호를 따 ‘일우재단’으로 바꿨다. 

 

문제는 이명희 이사장이 일우재단을 운영할 적임자였느냐다. 2009년 일우재단 이사에 등재되자마자 이사장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이사회라면 아무 경험도 없이 들어온 초보 이사를 이사장으로 뽑을 리 만무했지만 일우재단에선 그런 일이 벌어졌다. 

이 이사장은 이후 세상 위에 군림했다. 제주도 제동목장 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전용 별장에서 관상용 백조를 키우고, 직원들이 백조를 잘못 돌보면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뻔한 결과지만 이사장으로서 공익사업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했다. 수백억원의 재원을 갖고도 연 5~6건의 전시, 신인 사진작가 발굴과 활동 지원, 저개발 국가 유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 정도가 고작이었다. 

공익재단이 되레 돈 모아

게다가 일우재단 장학생 규정에는 갑질 규정까지 있다. 한끼 식대를 고작 3000원, 잡비를 1일 1만원으로 계산해 지급하면서 장학생들에게 취업을 허용하지도 않는다. 유학생이 방학기간에 국내 여행을 하려 해도 재단에 사전 보고와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 규정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공교롭게도 2010년 일우재단 홈페이지에 업로드됐다. 

결국 조중훈 창업주가 일우재단을 만들어 제동목장 대규모 토지와 대한항공 주식을 세금 한 푼 내지 않은 채 조 회장에게 대물림했고, 조 회장은 이사장만 한번 교체함으로써 이를 이명희 이사장에게 물려줬다. 그러는 사이 일우재단의 총자산은 2008년말 317억3280만원에서 2017년말 366억6208만원으로 약 49억원이 더 늘었다. 공익재단이 돈을 소진하기보다는 되레 돈을 더 모은 셈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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