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살리려 분투할 때 세 남매는 뒷방서 ‘부’를 쌓았다 
한진해운 살리려 분투할 때 세 남매는 뒷방서 ‘부’를 쌓았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286
  • 승인 2018.05.0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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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매와 한진해운

2014년, 대한항공은 침몰 위기에 직면한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자 대한항공도 휘청이기 시작했다. 그룹이 고군분투하던 사이, 한편에선 수상한 내부거래가 있었다. 대한항공은 오너 3세 개인회사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일감을 몰아줬다. 4년 뒤, ‘한진(HANJIN)’ 로고를 달고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던 선박도 더는 볼 수 없게 됐지만 대한항공 세 남매의 돈주머니는 두툼해졌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진 세 남매와 한진해운의 상관관계를 취재했다.  

싸이버스이는 한진그룹 세 남매의 쏠쏠한 캐시카우였다. [사진=뉴시스]
싸이버스이는 한진그룹 세 남매의 쏠쏠한 캐시카우였다. [사진=뉴시스]

이상한 관계였다. 자본금 5억원의 작은 IT 회사가 국내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을 쥐고 흔들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싸이버스카이. 2009년 기내면세품 구매예약 웹사이트 ‘싸이버스카이숍’의 운영을 이 작은 회사에 위탁한 대한항공은 어찌 된 영문인지 인터넷 광고 관련 업무 대부분을 자사 직원에게 맡겼다. 그러면서도 광고수익은 싸이버스카이의 몫으로 돌렸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가 기내에서 파는 상품의 판매금액 1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이 회사를 통해 각종 판촉물을 구입하면 값을 두둑하게 쳐줬다. 4.3%에 불과하던 싸이버스카이의 판촉물 사업 마진율이 2013년 12.3%로 치솟은 이유다. 

대한항공은 유니컨버스란 IT 회사에도 참 관대했다. 2009년 콜센터 운영 경험이 전혀 없던 유니컨버스에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등의 콜센터를 위탁했다. 당시 콜센터 시스템을 구축하던 대한항공은 통신사업자로부터 시스템 장비를 무상으로 받았는데도 유니컨버스에 장비 사용료를 줬다.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 평범한 중소기업이 아니었다. 2009년 당시 싸이버스카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삼남매 현아ㆍ원태ㆍ현민이 지분 100% 보유하고 있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이 회사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유니컨버스 역시 총수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하긴 마찬가지였다. 대표사장 자리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여전히 앉아있다.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가 그룹의 일감을 맡으면서 해야 할 일과 비용은 떠넘긴 채 이익만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 징수’ 행위를 한 셈이다.

여기까진 빙산의 일각이다. 두 회사가 한진그룹과 거래한 비중은 매출의 80%를 웃돌았다. 대한항공 로고 상품 판매는 물론 기내 잡지 광고 업무는 싸이버스카이가 독점했다. 유니컨버스는 계열사 고객서비스센터나 콜센터 일감을 독식했다. 모두 수의계약으로 따낸 결과물이었다. 덕분에 실적에는 부침이 없었다. 2013년 42억원에 불과하던 싸이버스카이의 매출은 2015년 69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2013년 9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던 유니컨버스는 2년 뒤엔 17억원을 벌었다.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의 행보는 재계에서도 주목했다. 두 회사가 세남매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익명을 원한 업계의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그룹을 상속받다 보면 특정 기업의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세금도 내야 하는 등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오너 3세에게는 이만한 캐시카우가 없었다. 두 회사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자금) 마련에 동원된 듯하다.” 

수상한 오너일가의 회사

하지만 시장경제 논리는 두 회사의 성장을 반기지 않았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게 위법은 아니지만 내부거래의 이익이 오너 일가에 흘러들어가는 구조는 문제였다. 공정한 경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도 모르게 쑥쑥 크던 두 회사는 부당 내부거래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 ‘망網’에 포착됐고, 2015년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그로부터 1년 반 후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총 14억원의 과징금을 매기고 조원태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논란이 커지자 한진그룹은 부랴부랴 조치를 취했다. 2015년 11월 세 남매는 싸이버스카이 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2016년 4월엔 유니컨버스의 콜센터 영업 부문을 한진정보통신에 넘겼고, 지난해 6월엔 유니컨버스 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한진그룹은 소송에서도 ‘의문의 1승’을 거뒀다. 지난해 9월 대한항공ㆍ싸이버스카이ㆍ유니컨버스가 “공정위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면서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뜻밖에도 승소勝訴했던 거다. 재판부의 판시 내용을 요약해보자.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거래의 성질, 취득한 이익의 규모, 거래의 동기 등에 비춰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몰아준 이익이 부당한 이익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지분 관계를 깔끔히 털고, 법원도 세 남매의 손을 들어줬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큰돈을 챙겨온 세남매는 법적 ‘면죄부’를 받은 셈이었다. 

하지만 찜찜한 구석은 여전하다. 두 회사가 그룹의 일감을 받으면서 성장한 과실이 누구에게 흘러갔느냐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00년 싸이버스카이를 13억원에 인수한 세 남매는 2007〜2013년까지 배당금으로만 47억7024만원을 받았다. 주식 전량을 대한항공에 팔면서는 49억원의 매매차익도 봤다. 유니컨버스에는 29억원을 투자해 2012년에서 2015년까지 모두 15억원을 배당받았다. 콜센터 영업 부문을 한진정보통신에 넘기면서 207억원을 챙기기도 했다. 이렇게 총 276억원의 돈이 세 남매에게 흘러갔다. 조현태 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는 별도로 연봉도 챙겼다.

더구나 이 시기는 쓰러져가는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대한항공이 고군분투하던 때였다. 대한항공은 보유 우량주식을 시장에 내놓고 핵심자산인 항공기까지 팔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던 한진해운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치솟았지만 그룹 경영철학의 핵심 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실현하기 위해서 리스크를 감당했다. 

그룹 휘청이는 사이…

시장에선 한진해운을 살리려다 대한항공마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결국 그룹은 한진해운 간판을 내려야 했다. 그사이 세남매는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를 발판으로 돈방석에 앉았다.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공정위는 최근 대한항공에 조사관을 다시 투입했다. 타깃은 원종승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세 남매가 공동 대표를 맡은 면세품 중개업체 ‘트리온무역’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가 기내면세품 판매와 관련해 이 회사에 부당한 이익을 줬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세 남매는 이번에도 면죄부를 받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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