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호들의 자녀교육법

재벌을 외국에선 ‘Chaebol’로 번역한다. 외국의 한 매체는 갑질을 두고 ‘Gapjil’로 표기했다. 우리에겐 매년 터지는 ‘재벌 오너가의 갑질’로 익숙한 단어들인데, 외국에는 왜 이런 게 없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글로벌 갑부들의 자녀교육법을 살펴봤다.

세계적인 갑부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자녀들에게 막대한 재산을 상속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세계적인 갑부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자녀들에게 막대한 재산을 상속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한진그룹 오너 3세들이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을 다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6년 만에, 둘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셋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3년이 소요됐다. 일반 직원의 임원 승진 평균 나이가 51세란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자녀들의 승진을 서두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경영권 승계 작업’을 가속화하려면 이들이 그룹 내에서 그럴듯한 자리를 꿰차고 있어야 해서다. ‘땅콩 회항’ 이슈로 국민의 공분을 샀던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임원 복귀 시점을 서둘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의 부자들은 어떨까. 이들도 자녀에겐 한없이 관대할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자식들에게 뭔가 할 수 있다고 여길 만큼 재산을 주고 싶지,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주고 싶지 않다.” 

그가 상속 대신 선택한 건 ‘기부왕’이란 타이틀이다. 2006년 6월 자산의 85%를 기부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빌 게이츠 재단에만 전체 기부액의 6분의 5를 기부하기로 했고 나머지는 아내와 자녀들의 이름으로 설립한 4개 자선재단에 배정했다. 버핏이 가족들의 재단보다 훨씬 많은 돈을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이유는 간단하다. 빌 게이츠의 재단이 가장 자신의 돈을 잘 써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기부할 때도 혈연을 고려하지 않았다.

더 흥미로운 건 세 자녀의 반응이었다. 버핏 회장이 기부 계획을 발표하고 며칠 후 셋은 미국 ABC 방송에 출연했다. 진행자가 “내 돈은 어디 있느냐고 아버지에게 물어보지 않았냐”고 묻자 첫째 딸 수잔 버핏은 이렇게 답했다. “(아버지가) 정말로 엄청난 재산을 물려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신 나간 행동일 것이다.”

100조원이 넘는 자산으로 세계 1위 부호를 매년 놓치지 않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세명의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을 공개적으로 못 박았다. 각자 1000만 달러,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거다. 

빌 게이츠의 이런 성향은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빌 게이츠의 아버지는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미국의 대표적 갑부 모임의 일원으로 ‘상속세 폐지 반대 전도사’로 나섰다. ‘물려받은 많은 재산이 자녀를 망칠 수 있다’는 신념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이들 좌우명은 “쉽게 물려받은 재산이 인간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 투자의 대가’인 티 분 피켄스 BP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 역시 “나는 돈을 벌고 기부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하지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데 그것이 보통 이롭기보다는 해를 끼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본받아야 할 자녀 교육론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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