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심상치 않은 시그널

“5조원 가치의 아마존 킬러.” 최근 미국의 경제ㆍ금융전문 채널인 CNBC가 쿠팡을 소개하며 “아마존이 한국시장에 아직 발을 들여놓지 못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과 무관하게 쿠팡을 향한 해외에서의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도 “결국 치킨게임의 승자는 쿠팡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시그널이 흘러나오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쿠팡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불어나는 손실에도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며 자신삼을 드러낸다.[사진=뉴시스]
불어나는 손실에도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며 자신삼을 드러낸다.[사진=뉴시스]

이커머스 업체들이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다. 나홀로 흑자를 기록한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곤 쿠팡(-6389억원), 11번가(SK플래닛ㆍ-2497억원), 티켓몬스터(-1153억원), 위메프(-417억원) 모두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그중 화제는 단연 쿠팡이다. 매출과 손실 기록을 해마다 갈아치우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6846억원. 2016년(1조9159억원) 대비 40% 이상 늘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조 단위 매출이다. 티켓몬스터(35.1%), 위메프(28.2%), 이베이코리아(10.3%), SK플래닛(-4.3%)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 중에서도 매출증감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영업 손실도 그만큼 늘었다. 2016년 5653억원이었던 쿠팡의 영업 손실은 지난해 6389억원으로 덩치가 커졌다. 최근 2년간 합산 영업손실액만 1조2000억원 규모다. 부채총계(1조3337억원)가 자산총액(1조726억원)을 넘어선 것도 쿠팡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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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려가 아예 없다는 건 아니지만 ‘최후에 웃는 자’ ‘치킨게임의 생존자’는 결국 쿠팡이 될 거라고 말한다. 그 배경에는 손실의 주범인 ‘물류시스템’이 있다. 한 시장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상품 중개수수료 매출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다. 쿠팡이 직매입 비중을 90%까지 늘린 이유다. 그래서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는데, 다른 경쟁업체들은 따라갈 수 없는 규모다. 문제는 물류비를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다보니 팔면 팔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인데, 이는 쿠팡이 물류시장을 거머쥐면 해소될 만한 리스크다.”

그는 덧붙였다. “그렇게 되면 온ㆍ오프라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쿠팡에 외국계 투자자본이 추가적으로 들어오는 건 그 가능성에 베팅을 했기 때문이다.”

오세조 연세대(경영학) 교수 역시 물류시스템만 구축되면 최후의 승자는 쿠팡이 될 거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지금은 물류시스템 때문에 적자가 쌓이는 구조이지만 5년, 10년 장기적으로 내다보면 충분히 키울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라면서 “해외 자본이 계속 들어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어떻게든 투자를 유치해 규모를 키우는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시장을 장악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금력 싸움이라는 얘긴데, 글로벌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쿠팡에 더 유리한 환경이다.”

쿠팡도 여전히 “계획된 투자”라면서 자신감을 내비친다. 실적 공개 후 시장의 우려는 “신규 투자 유치 성공”이라는 카드로 잠재웠다. 쿠팡은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방식으로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사들로부터 4억 달러(4300억원)를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물류시스템이 구축되면 적자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쿠팡의 물류시스템이 구축되면 적자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쿠팡이 자신감을 갖는 또다른 이유는 ‘아마존’의 선례다. 아마존은 1994년 설립 이후 물류센터와 직접배송에 끊임없이 투자했다. 창업 6년 후인 2000년엔 28억 달러(약 3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손실규모가 무려 14억 달러(1조6000억원)였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투자를 멈추지 않았고, 8년 만인 2002년에야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손실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쿠팡은 아마존보다 빠른 설립 2년 만에 흑자를 기록한 경험이 있다. 쿠팡이 “언제든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쿠팡의 역설은 여기서 시작된다. 외부의 긍정적인 평가, 사측의 자신감에도 쿠팡 내부에선 불길한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높은 퇴직률, 원활하지 않은 소통, 불안한 재무상황 등이 그것이다.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예상퇴직률은 12.6~39.2%. 고용시장 평균 이직률이었던 4%를 훨씬 상회한다. 이커머스 업계의 이직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 수치는 결코 낮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보험금 충당 목적으로 예상치를 계산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숫자와는 상관이 없다”고 밝혔지만 전직 ‘쿠팡 출신’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는 건 잦은 이직의 방증으로 충분하다. 

내부서 감지되는 불안한 시그널

불통 문제도 쿠팡을 불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요소 중 하나다. 전현직 직장인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한 인터넷사이트에서 쿠팡을 검색하면 ‘소통’이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회사 소식을 항상 뉴스로 먼저 보는데 소통을 좀 했으면 좋겠다” “데이터로 소통한다” “직원들과 소통 좀 하라”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손실이 불어나는 재무상황도 직원들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쿠팡은 지난해 물류센터를 담보로 싱가포르 투자사로부터 시설차입금 3000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사측은 이를 ‘투자적 성격’이 강하다고 알렸지만 직원 대부분은 ‘대출’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월 급여가 통상적인 지급시간을 훌쩍 넘겨 입금돼 직원들이 크게 동요한 일도 있었다. 쿠팡 측은 “단 하루도 급여가 밀린 적 없다”고 밝혔지만 재무환경이 신통치 않은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직 쿠팡 직원 A씨는 “몸집을 키워 나스닥에 상장한 다음 회사를 넘겨버리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줄곧 받았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나스닥 상장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시기가 확정된 건 아니며, 매각 의지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가슴은 지금 이순간도 잔잔하게 요동치고 있다. 과연 쿠팡은 그들의 확신처럼 아마존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럴싸한 포장지로 부풀려놓은 기업 중 하나로 남을 것인가. 그 결과를 열어볼 시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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