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맞벌이 부부 재무설계 上

지출을 확 줄이고 싶다면 ‘소비성 지출’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언뜻 쉬워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소비성 지출에도 다 이유가 있어서다. 하지만 소비성 지출은 분명히 불필요한 구석이 많다. 한달간 배달음식 내역만 봐도 과한 소비성 지출의 내역을 엿볼 수 있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가계지출 줄이기에 나선 오씨 부부의 가계부를 점검했다. ‘실전재테크 Lab’ 10편 첫번째 이야기다.
 

교육비 부담은 자녀를 둔 가계의 제일 큰 고민거리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교육비 부담은 자녀를 둔 가계의 제일 큰 고민거리다.[사진=더스쿠프 포토]

5월은 지출이 크게 증가하는 달로 유명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이벤트가 즐비해서다. 지출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가계재정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노후와 자녀 교육비 마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 하는 오윤성(가명·49)씨와 김윤희(가명·41)씨 부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년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두 아들을 둔 부부의 고민은 큰 아이의 진학 문제다.

큰 아들은 일반고와 특성화고를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문제는 취업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우니 차라리 취업이 잘되는 특성화고를 가겠다는 것이다. 아들의 생각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가슴이 아프다. 자신의 꿈을 찾기에도 부족한 나이에 벌써 취업을 고민하고 있어서다.

아내 김씨는 퇴사도 고민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둘째가 학교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부부의 노후가 발목을 잡는다. 현재 가계상황에서 김씨의 소득이 사라지면 재정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게 뻔하다. 오씨 부부가 재무상담의 문을 두드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3월 4일 진행한 1차 상담에서는 부부의 재무상황과 재무설계 필요성을 진단했다. 오씨 부부가 재무상담을 신청한 표면적인 이유는 자녀 교육비 문제였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한 노후준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오씨 부부가 노후를 걱정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양가 부모님에 있다. 홀로 계신 시어머니는 소일거리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오씨 부부가 매월 30만원의 용돈을 드리고 있지만 생활이 넉넉하지 않다. 친정 부모님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중소기업에서 퇴직한 친정 아버지는 커피전문점을 창업했지만 실패, 생활이 크게 어려워졌다. 지금은 아파트 경비로 일하고 있다. 경비원 월급으로는 친정 부모님의 병원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하다.

 

그럼 오씨 부부의 가계 재무환경을 살펴보자. 건설현장 기술직과 중소기업 과장으로 일하는 오씨 부부의 월 소득은 600만원(남편 400만원·아내 200만원)이다. 소비성 지출을 보면, 아파트 관리비를 포함한 각종 공과금으로 월 28만원을 사용한다. 휴대전화가 없는 막내를 제외한 세식구의 통신비는 월 30만원(휴대전화 할부금 포함), 교통비로는 18만원을 쓴다. 식비 등 생활비는 100만원, 여기에 남편의 자동차 유류비 30만원, 부부의 용돈 60만원(남편 30만원·아내 30만원), 부모님 용돈 60만원(시댁 30만원·친정 30만원), 큰 아이 용돈 5만원, 친정 식구 모임비 5만원 등을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교육비로 월 90만원을 지출한다. 그 결과, 오씨 부부는 월 426만원을 소비성 지출로 사용하고 있었다. 비정기 지출로는 경조사비 10만원, 의류·미용비 25만원, 자동차 관리비 20만원, 여행·휴가비 30만원 등 월 85만원(연 1020만원)을 사용한다. 금융성 상품은 보장성 보험료 23만원, 연금보험 45만원, 작은 아이의 교육비 마련 적금 10만원 등 78만원에 이른다.

이렇게 오씨 부부는 매월 589만원(소비성 지출 426만원+비정기 지출 85만원+금융성 상품 78만원)을 사용했다. 현금성 자산으로는 예금 1500만원과 최근 만기가 끝난 큰 아이의 교육비 마련 적금 600만원 등이 있었다. 오씨 부부의 재무현황은 비교적 양호했다. 부채도 없었고 가계재정이 여느 가정처럼 적자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씨 부부의 목표인 노후와 교육비 마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엔 역부족이다. 남편의 정년과 자녀 교육비 증가 시점이 맞물려 있어 자칫하면 개인연금 하나 없이 노후를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지금이 지출을 줄여 미래를 준비해야 할 ‘골든타임’이었다. 첫번째 상담을 마치면서 필자는 오씨 부부에게 지출내역을 함께 고민하고 줄이는 지출계획표를 작성해보라는 숙제를 내줬다. 보름 후 2차 상담에서 제출한 오씨 부부의 지출계획표는 고민에 비해 성과가 좋지 않았다. 오씨 부부는 생활비와 여행·휴가비를 각각 10만원씩 줄인 지출계획표를 제출했다. 오씨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어디를 어떻게 줄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용돈·교육비·유류비 등의 지출이 과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모두 필요한 지출이라 손을 대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계지출을 줄일 때는 가계의 현금흐름을 잘 살펴봐야 한다. 가계의 한달 지출 내역과 소비 형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소비성 지출의 규모를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지출 비중이 높은 소비성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잉여자금을 마련하는 건 어렵다. 일례로 한달에 몇 번 외식과 야식을 즐기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드명세서에서 배달음식으로 사용한 금액을 보고 크게 놀란다. 별다른 생각 없이 소비한 지출이 쌓이면 큰 금액이 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오씨 부부의 지출은 어디서 어떻게 줄여야할까. 지출구조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는 다음편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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