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갑론을박

‘공매도’는 선진적인 투자전략으로 불리지만 개인투자자에겐 치가 떨리는 대상이다.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면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매도 시장이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 시장을 개선하고 규제를 실효성 있게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시장’을 분석했다. 
 

공매도를 향한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공매도를 향한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공매도 = 하락장이 예상될 때 해당 종목의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 매도주문을 낸 이후 주가가 예상대로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싼값에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

2013년 4월 16일 11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예정에도 없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사에 관한 중대한 내용이 발표될 거라는 소식에 여론의 눈과 귀가 기자회견장으로 쏠렸다. 이 자리에서 서 회장은 답답함을 토로하며 입을 열었다.

“시장의 탐욕스러운 투기세력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회사를 음해하는 악성루머와 허위사실이 자본시장에서 생산 유포됐고, 회사에 대한 의혹과 문제제기가 반복 재생되고 있다. 악성루머에는 적극적으로 해명해 왔으며 공매도를 일삼는 주가조작 세력의 집중 매도공세에는 주식을 매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다. 하지만 불법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셀트리온을 투기세력의 계속되는 의혹과 공격에 맞설 수 있는 굳건한 회사로 만들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를 대상으로 회사매각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서 회장이 뱉은 말은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한편에선 ‘공매도 세력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회사를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서 회장의 충격 요법에도 공매도와 셀트리온의 악연은 계속됐다. 회사의 실적 성장세에도 공매도 물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소액주주들이 나섰다. 공매도 세력에서 벗어나기 코스피로 이전 상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올 2월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다.

하지만 셀트리온 은 여전히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공매도종합포털에 따르면 4월 24일 기준 공매도 잔고가 가장 많은 종목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 금액은 3조638억원으로, 2위 삼상바이오로직스(5336억원), 3위 넷마블(4734억원)의 5~6배에 이른다.

 

최근 공매도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삼성증권 ‘유령주식’ 파문이다. 삼성증권이 공매도를 이용해 고가에 주식을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저가 매수해 이익을 얻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제기됐다. 4월 6일 제기된 청원에는 20일 만에 23만7228명(4월 26일 기준)이 동의했다.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의 공매도 물량이 쏟아져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정보력이 약한 개인투자자만 손실을 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순기능이 있는 만큼 공매도를 폐지하는 건 맞지 않다는 주장도 많다.

상승장이 아닌 하락장에서 베팅해 손실 위험을 피할 수 있는데다, 주가에 가격거품이 끼는 걸 방지해 적정 수준을 유지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공매도가 주가하락의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문의 자료도 숱하게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4년 한국거래소가 분석한 자료에서도 공매도와 주가하락의 연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공매도가 없더라도 떨어질 주가는 떨어지고 올라갈 주가는 올라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만명 넘긴 공매도 폐지 청원

그렇다면 공매도가 계속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에게 기울어진 공매도 제도의 불공정성을 꼽았다. 개인투자자가 공매도에 나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식을 빌릴 수 있는 기간이 60일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일정 금액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 빌릴 수 있는 종목과 수량도 한정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투자자는 쉽게 주식을 빌릴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그렇지 않은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빌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금융당국의 규제도 공매도를 향한 개인투자자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규제하기 위해 2016년 공매도 공시제도를 도입하는 등 각종 제도를 잇달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각종 제도의 실효성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돈다는 점이다. 공매도 공시제도는 공매도 세력의 ‘실체’가 누구인지 밝혀낼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외국계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사가 공매도를 할 때 증권사를 이용해 증권사의 정보만 공개됐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공매도 공시제도가 실효성을 얻기 위해선 어떤 종목을 누가 많이 공매도를 하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누가 공매도를 하는지가 아니라 공매도로 누가 수익을 얻는지가 밝혀져야 개인투자자의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규제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사진=아이클릭아트]
금융당국의 공매도 규제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사진=아이클릭아트]

지난해 시행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과열종목 지정 요건이 까다롭고 우회할 수 있는 예외 항목이 많아서다. 주식시장 유동성공급자와 주식시장 시장조성자로 분류되는 증권회사는 예외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과열종목으로 지정돼도 공매도 거래금지는 하루가 지나면 해지된다. 공매도 거래금지일에 못한 공매도를 다음날하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공매도 규제하는 제도는 많지만 이를 처벌하는 규정은 미흡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셀트리온 주주는 “악성 루머 등을 유포해 주가를 떨어뜨리는 공매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 규정은 나쁜 공매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불공정거래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불법적인 공매도로 수십억의 수익을 올리고도 푼돈에 불과한 과태료만 내면 그만”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공매도 폐지가 어렵다면 개인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규제와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혁 계명대(회계학) 교수는 “공매도를 폐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매도와 같은 효과를 가진 금융상품을 만들어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폐지의 근본적인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투명성에 있다”며 “공매도와 관련한 정보를 상세히 공시하고 부당한 공매도에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규제제도 실효성 높여야

손 교수는 자본유출을 우려해 공매도 규제를 망설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외국자본 유출이 빠져나갈 것을 걱정한 나머지 국내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불공정한 공매도를 규제한다고 자본이 유출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를 제물로 외국인투자자가 돈을 벌어간다면 국부유출과 다를 게 없다”면서 “자본유출과 국부유출 중 무엇이 더 문제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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