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샘물 논란 끊이지 않는 이유

먹는샘물 시장이 1조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안전하고 깨끗할 것 같다’는 믿음으로 생수에 손을 뻗친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는샘물은 소비자의 믿음을 번번이 배신한다. 그 배경에는 환경부와 제조업체의 안일함이 숨어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먹는샘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취재했다. 
 

먹는샘물이 시판된 지 20여년 만에 생수시장이 1조원 규모로 성장했다.[사진=뉴시스]
먹는샘물이 시판된 지 20여년 만에 생수시장이 1조원 규모로 성장했다.[사진=뉴시스]

국내에 먹는샘물이 처음 등장한 건 1988년 서울올림픽 때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편의 위해 한시적으로 판매했던 먹는샘물은 1995년 다시 등장했다. 먹는물관리법이 제정되고 먹는샘물 판매가 허용되면서 ‘물 사먹는 시대’가 열린 셈이었다. 먹는샘물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커졌다. 2016년 70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2020년엔 1조원대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물을 돈 주고 사먹어야 하나’ 의문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토로한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안전성 논란 때문이다.

먹는샘물의 안전성이 사실상 도마에 오른 첫 사례는 2008년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다. 원수原水 점검 결과 일부 제품에서 기준치의 100배에 달하는 일반 세균이 검출됐고, 유통중인 먹는샘물에서도 총대장균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연속해서 법을 위반한 업체도 태반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먹는샘물 업체의 48%가 2년 연속 먹는물관리법을 위반해 적발됐다”면서 환경부를 질타했다.

하지만 환노위의 질타는 업계를 정화하지 못했다. 바로 이듬해인 2009년 일부 먹는샘물에서 ‘브롬산염’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브롬산염은 브롬이온이 함유된 물을 오존 소독할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브롬산염을 잠재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유통중인 먹는샘물 79개중 9%가량의 제품에서 WHO의 기준치(0.01㎎/L)를 초과한 브롬산염이 검출됐다.

 

브롬산염 검출사태 이후 환경부는 먹는샘물 수질기준에 브롬산염을 추가하는 등 규제 수위를 높였지만 이번에도 약발은 없었다. 먹는샘물을 둘러싼 안전 불감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2010년 상반기에는 샘물업체 53곳 중 12곳(22.6%)이 먹는물관리법을 위반했다. 이중 유통된 제품에 문제가 있었던 2곳에선 각각 대장균ㆍ일반세균과 탁도(물의 맑은 정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환경부는 각각 과징금 450만원ㆍ1860만원을 부과하고 제품을 회수ㆍ폐기하도록 했다.

2015년 국감에선 “수질기준을 위반한 먹는샘물의 회수율이 6.8%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수ㆍ폐기돼야 할 ‘불량생수’의 93.2%가 소비자에게 그대로 유통됐다는 얘기다. 환노위는 “회수ㆍ폐기 대상 제품은 유통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면서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환경부를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먹는샘물 관련 뉴스가 터져 나왔다. 8월에는 제이원이 생산한 크리스탈 2L 제품에서 기준치(0.01㎎/L)의 2배에 달하는 비소(0.02mg/L)가 검출됐다. 환경부는 회수 조치를 취하고 제이원에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뒤늦은 리콜, 회수율 6.8%

9월에는 금도음료의 충청샘물에서 악취가 발생해 관련 제품 49만여개가 회수ㆍ폐기됐다. 보건환경연구원이 “악취의 원인이 부적합한 페트(PET) 용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취수원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됐다. 먹는샘물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그해 11월에는 미세플라스틱이 말썽이었다. 환경부 조사 결과, 먹는샘물 업체 6곳 중 1곳의 제품에서 1L당 0.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환경부는 “현재 미세플라스틱은 수질 기준으로 설정돼 있지 않은 데다 구체적인 위해성도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업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먹는샘물 안전성 논란이 터졌다. 지난 4월 6일 동원F&B가 2월 13일~21일에 생산한 동원샘물 블루ㆍ마이워터에서 브롬산염이 초과 검출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동원F&B는 보도자료를 내고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늑장대응 논란이 불거졌다. 동원F&B가 4월 4일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틀 동안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생산기간과 유통량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철저한 원인을 분석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먹는샘물 안전성 논란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지난 5년간(2013~2017년ㆍ김삼화 의원실) 먹는샘물 제조업체의 위반 건수는 102건에 달했다. 1년(2017년 기준) 이내 중복 위반 업체는 5곳, 다년간 중복 위반 업체는 20곳이나 됐다. 제조업체수가 62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부의 느슨한 관리체계와 업체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더 큰 문제는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에도 더스쿠프(The SCOOP)는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시 기사를 살펴보자.

# …첫째 문제는 샘물업체의 이상한 관리절차다. 먹는샘물 허가와 지도, 관리를 환경부가 아닌 제조업체가 있는 해당 지자체에서 실시한다. 환경부는 관련 제도를 만들고, 지자체는 관리감독을 한다. 환경부령에 따라 지자체 장이 허가를 내주고, 해당 지자체에서 연 2회 업체시설을 점검한다. 분기마다 해당 관내에 유통되는 먹는샘물을 수거해 품질검사도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먹는샘물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행정적 효율성을 생각해 그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그럴만한 여력을 갖추고 있을까. 환경부 관계자는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면서 “100% 완벽할 순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질관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다. 해당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하고 있는 먹는샘물 제조업체 중에서 (먹는샘물 품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건수는 2014년 28건, 2015년 28건, 2016년 22건에 이른다.…

잊을 만하면 또 터지네

#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예를 들어 보자. 2015년에 A업체의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불소가 검출됐다. 관리당국은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다. 2017년 정기검사에서 A업체의 제품에선 또 다시 기준치를 초과한 불소가 검출됐다. 이번에도 영업정지 15일 처분이 내려졌다. 동일 항목을 반복 위반했지만 가중처벌 기준이 1년 이내이기 때문이다. 처분 규정 자체에 구멍이 있다는 얘기다. 이러니 2016년 기준 62개 제조업체에서 22건의 위반사항이 발생한 거다. 규정이 있어도 무섭지 않으니, 안일해지고 있는 거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지금, 샘물업체의 이상한 관리절차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지자체의 샘물업체 정기점검은 1년에 2회, 유통 중인 먹는샘물 수거검사는 1년에 4회(분기별 1회)에 불과하다. 샘물업체가 매일 자가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는지도 의문이다. 장정화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국장은 “샘물업체 중엔 영세업체가 많아 자체적인 시설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도 숱하다”면서 “지자체의 점검 횟수를 늘리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솜방망이처벌도 그대로다. 수질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아도 15일만 영업을 중단하면 되고, 4번을 어겨도 영업정지 4개월에 그친다. 표시기준 위반이나 자가품질검사 미실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이나 형사처벌 강화 등을 통해 기업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비소 검출 논란 이후 개선방안으로 ▲반복적인 수질기준 위반행위 업체에 최고 허가취소까지 처벌기준 강화 ▲환경부에 불량 먹는샘물 대응 전담기구를 설치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 후속 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먹는샘물 기준을 위반한 업체를 공표하는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 먹는물관리법에 따르면 행정기관으로부터 공표 명령을 받은 경우에만 환경부 홈페이지와 일간지에 위반사실을 공표하도록 돼있다. 행정기관이 공표 명령을 하지 않으면 기업은 ‘모른척’하고 있어도 괜찮다.

행정기관이 위반사실 공표를 명령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공표 일자가 1개월에서 최장 1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표마감일이 지나면 환경부 홈페이지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도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행정처분을 이미 내렸는데도 정보를 계속 공개할 경우, 기업에 이중처벌이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알권리보다 기업의 낙인효과를 걱정하는 환경부의 태도는 아이러니하다.

먹는샘물 위반사항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정화 국장은 “먹는샘물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면서 “위반사실을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는 유통채널이나 업체 홈페이지 등에 적극적으로 알려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놓고 있는 환경부, 도덕적 해이에 빠진 제조업체. 먹는샘물 안전성 논란이 또 터질 게 뻔한 이유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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