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보호법이 무색한 상가 권리금

자영업자들은 무한경쟁과 과당경쟁 속에서 노동시간만 늘리고 있다. 한국경제 전체로 볼 때 매우 비효율적이다.[사진=뉴시스]
자영업자들은 무한경쟁과 과당경쟁 속에서 노동시간만 늘리고 있다. 한국경제 전체로 볼 때 매우 비효율적이다.[사진=뉴시스]

더스쿠프에 게재됐던 ‘혹시 손님 들까 문 못 닫으시죠?’라는 기사를 읽고,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이태원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카페와 사진스튜디오를 결합해 ‘카페 스튜디오’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운영한 지 벌써 3년입니다.

물론 자영업이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무슨 일이든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그걸 하면서 사는 게 소망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나름 답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열정으로 만들고, 패기로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스쿠프 기사를 읽고, 너무나 공감되는 현실에 가슴이 아파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아마 지금도 고양 스타필드 업주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자영업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좋은 미래만 바라보고 시작했다가 현실은 정말 열악하고 지옥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테니까요.

자영업자들의 삶에는 매출만큼 중요한 게 권리금입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상한 제도로 알고 있습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천차만별이죠. 먼저 장사를 하던 사람들이 건물주와 관계없는 돈을 요구하고, 그 돈을 내야만 입주가 가능한 이 시스템은 정말 문제입니다.

더 심각한 건 법에서는 권리금 보호법이다 뭐다 해서 모든 권리금이 보호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세입자는 누구에게도 권리금을 보상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저 또한 사업을 시작할 때 많은 권리금을 주고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나기도 전에 건물주가 사망했고, 이후 몇차례 건물주가 바뀌었고, 현재 건물주는 재건축을 하려 하니 기간이 되면 나가달라 합니다. 건물주가 재건축을 한다니 누가 권리금을 주고 들어오려 하겠습니까. 가게를 팔지도 못하고 재건축 기간만 기다리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원래 계약 당시의 건물주는 재건축 생각도 없던 분이셨습니다. 건물주의 사망으로 이 모든 일이 일어났는데, 과연 세입자는 입주시 건물주의 건강까지 고려해야 하는 걸까요.

수많은 변호사들을 만나봤지만, 구제 받을 길은 없어보였습니다. 승패를 알 수 없는 소송에 긴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한다는 것 자체가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힘든 가시밭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역구 의원에게 억울하다는 메일을 보내봤지만, 답변은 없었습니다. 민의는 내팽개치고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하느라 바쁜 모양입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생각보다 많을 거라고 봅니다. 피해 금액을 합산하면 굉장히 큰 금액일 텐데 왜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걸까요. 그리고 왜 법으로 보호한다고 해놓고 실제로 보호해주지는 않는 걸까요. 자영업자들의 깊은 속을 아는 매체인 듯해서 이렇게 편지로 넋두리를 해봅니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최민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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