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들이 ‘乙’로 보이는가
아직도 그들이 ‘乙’로 보이는가
  • 이갑수 INR 대표
  • 호수 287
  • 승인 2018.05.24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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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져야 할 리스크 경영

리스크 경영은 스마트폰과 SNS 시대의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스마트폰과 SNS가 없던 시대에는 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 및 비리 행태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았다. 꽁꽁 숨기는 게 리스크 경영의 답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기업 오너의 갑질 음성이 SNS를 타고 여론을 뒤흔든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도 좋은 제보 거리다. 이제 기업 오너들이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행각은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사진=뉴시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행각은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사진=뉴시스]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의 ‘물컵 갑질’ 여파로 대한항공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4년 전 ‘땅콩 회항’은 조현아 전 부사장만의 이슈로 끝났지만 이번엔 ‘오너 일가’로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기업 오너 일가가 내부 임직원에게 행한 권력형 갑질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분노는 치솟고 여론도 최악이다. 

언어 학자 에드윈 바티스텔라는 자신의 저서 「공개 사과의 언어」에서 “진실성 없는 사과는 굴욕을 가장한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사건 발생 10일이 넘어 발표한 사과문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물컵 갑질’ 사건을 딸의 일탈로 여기고, 딸 둘을 회사에서 퇴진시키는 정도로 무마하려 했다. 사과 시점, 진정성 모두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 

직원은 왜 분노했나

대한항공 직원들이 만든 단톡방에는 오너 일가의 갑질과 불법행위 제보가 쏟아진다. 가족은 물론 회장까지 경영에서 퇴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ㆍ관세청ㆍ국토교통부 등의 전방위적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 가장 해결하기 힘든 위기는 ‘오너발 리스크’다. 기업의 오너가 사건의 원인 제공자일 경우, 리스크를 관리하는 실무자들이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처리를 하긴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제아무리 심각한 ‘오너발 위기’라도 수세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선 안 된다. 시대가 너무 변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기업 등 조직들에서 발생되는 위기의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기업 직원들이 오너들의 갑질이나 비리를 스마트폰으로 모은 다음 언론에 제보하거나 SNS에 올린다. 이럴 경우, 조직 입장에선 대응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녹음, 영상 등 정보가 너무 정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도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에서 시작됐다.

둘째, 특정 사건이나 이슈가 조직의 또다른 부정적 이슈로 확대된다. 전개 속도나 범위, 파급효과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셋째, 을乙이 더 이상 갑甲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을의 뒤에는 같은 을의 위치인 여론이 있기 때문이다. 

직원 관리도 리스크 경영 

이런 사회적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기업 오너들이 관행처럼 권력형 갑질이나 불법행위들을 계속하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 오너 또는 최고경영자의 도덕성과 인식, 철학이 리스크 관리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내부 이해관계자의 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사실 고객 등 외부 이해관계자의 관계만 중요시하는 기업들은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내부 임직원 관리다. 임직원을 인격체로 대하고, 수평적 소통방식을 갖춘 조직은 위기 상황에서 더 빛날 수밖에 없다. 

오너와 최고경영자가 평소 직원들과 수평적 소통을 해야 하는 이유다. 선택은 기업 오너의 몫이다. 어쩌면 이번이 갑질이 만연하는 재벌의 문화를 바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갑수 INR 대표  kevin.lee@inrcomm.com│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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