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공화국의 난제

한국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초고 수준이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5445t에 달한다.[사진=뉴시스]
한국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초고 수준이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5445t에 달한다.[사진=뉴시스]

중국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지난 4월 한국을 덮쳤다. 중국은 플라스틱ㆍ종이ㆍ금속류ㆍ직물 등 4개군 24개 품목의 폐자원을 수입 금지 조치했다. 그 때문에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던 폐플라스틱 양은 지난해 1~2월 2만2097t에서 올해 같은 기간 1774t으로 92% 급감했다.

하지만 처치 곤란이 된 폐플라스틱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한국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은 5445t(2016년)에 이른다. 2003년 3956t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다. HMR(Home Meal Replacementㆍ가정용대체식품)시장과 택배시장 성장 등으로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닐봉투 사용량은 연간 216억개나 된다. 한 사람이 매년 420개의 비닐봉투를 사용하는 셈이다. 핀란드의 100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일회용컵 사용량도 매년 증가세다. 연간 일회용컵 사용량은 6억7241만(2015년)개다. 2008년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폐지된 데 이어 2013년 테이크아웃 일회용품 규제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향 쓰레기 수출길이 막힌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 사용 저감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대만은 2020년 이후 음식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의 무상제공을 금지했다. EU도 2020년까지 모든 일회용 포장재를 재활용품으로 바꾸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5월초에야 “폐비닐ㆍ일회용컵 등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생원료 가격을 안정화할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정책’이 한템포 늦게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늑장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치면 한국은 ‘플라스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지 모른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