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 자존심 경쟁

차세대 TV 디스플레이 기술전쟁이 한창이다. 경쟁력이 약해진 LCD의 뒤를 잇는 OLED와 퀀텀닷의 싸움으로 요약된다. 흥미롭게도 OLED는 LG, 퀀텀닷은 삼성이 이끈다. 장단점이 제각각인 데다, 시장점유율도 엎치락뒤치락한다. 차세대 TV 디스플레이 전쟁,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흥미로운 기술전쟁을 살펴봤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차세대 주자인 OLED, 퀀텀닷의 경쟁이 치열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차세대 주자인 OLED, 퀀텀닷의 경쟁이 치열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TV시장이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TV제조업체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은 과거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프리미엄TV 시장(2500달러 이상)에서 소니가 기록한 시장점유율은 36.9%로, 삼성전자(18.5%)와 LG전자(33%)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아성이 더이상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TV 디스플레이 기술경쟁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프리미엄 TV의 경쟁력이 LCD(액정표시장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퀀텀닷(양자점) 등 디스플레이에 있어서다. 그렇다면 LCD, OLED, 퀀텀닷의 현주소는 어떨까.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LCD는 자리싸움에서 조금씩 밀리고 있다. 좁은 시야각과 느린 응답속도, 상대적으로 두꺼운 패널 두께 등 기술적 문제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움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LCD가 충족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산업리서치의 이충훈 대표는 “오는 2022년에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CD TV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OLED와 퀀텀닷의 기세는 뜨겁다. LCD의 뒤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자리를 잡았다. 이중 OLED는 LG디스플레이의 핵심기술이다. 현재 세계에서 TV용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OLED의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빛을 낸다(自發光)’는 점이다. 기존 LCD처럼 뒤에서 빛을 비춰주는 별도의 백라이트유닛(BLU)이 필요하지 않아 두께가 얇고, 플렉시블, 폴더블, 롤러블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할 수 있다. 명암비도 높고 시야각이 넓어 화질도 다른 패널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다만, 내구성이 약해 비교적 수명이 짧다는 점은 OLED의 단점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밀려나는 LCD

OLED가 LG디스플레이의 주력 제품이라면 퀀텀닷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력으로 삼고 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들고 있는 퀀텀닷은 LCD 기반에 무기물 소재 ‘퀀텀닷 필름’을 입힌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퀀텀닷은 두꺼운 두께, 좁은 시야각, 느린 응답속도 등 LCD의 단점을 그대로 갖고 있다. 

그럼에도 퀀텀닷만의 장점이 뚜렷하다. 무엇보다 색상 표현력과 재현력이 탁월하고 수명이 길다. OLED에 비해 생산단가가 낮고 생산성이 높아 가격경쟁력도 뛰어난 편이다. QLED(양자발광다이오드)를 개발하기 위한 중간단계라는 점도 퀀텀닷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 중 하나다.

QLED는 OLED의 구조에 퀀텀닷 소재를 적용한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OLED와 퀀텀닷의 장단점을 보완할 기술로 꼽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융합전자공학) 교수는 “삼성디스플레이든 LG디스플레이든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다음 단계는 QLED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소니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누르고 프리미엄TV 시장 1위를 차지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소니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누르고 프리미엄TV 시장 1위를 차지했다.[사진=뉴시스]

그럼 현 시점을 기준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중 우위에 있는 건 뭘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LG디스플레이의 OLED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이 양분하고 있다. OLED는 2013년 출시됐지만 인기는 2015년 론칭된 퀀텀닷이 더 많았다. 수율이 낮은 OLED의 약한 가격경쟁력 탓이었다. IHS마킷에 따르면 2016년 퀀텀닷은 OLED(83만대)보다 훨씬 많은 341만대를 팔았다.

세 늘리는 OLED 진영

이런 흐름은 지난해 4분기부터 바뀌었다. 그해 3분기까지 퀀텀닷에 밀렸던 OLED가 4분기 74만대(퀀텀닷 44만대)를 팔아치우면서 사상 처음으로 순위를 뒤집어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OLED의 수율이 80% 이상으로 올라선 게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OLED를 디스플레이로 선택한 TV제조업체들(OLED 진영)이 본격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소니와 파나소닉의 점유율이 치솟으면서 ‘퀀텀닷 진영’이 힘을 잃었다는 얘기다.

OLED는 지금 기세를 올리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뒤집은 데 이어 14개 업체로 진영을 늘렸다. 퀀텀닷 진영은 중국 TV제조업체 하이센스가 OLED 진영으로 옮기면서 2곳으로 쪼그라들었다. OLED는 기회를 맞았고, 퀀텀닷은 위기에 빠졌다. 그렇다고 앞날을 장담하기엔 이르다. 프리미엄 TV 시장을 흔드는 디스플레이 기술경쟁은 지금부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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