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문재인 정부의 과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근 “각종 정책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했다”고 자평했다. 이 말에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근 “각종 정책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했다”고 자평했다. 이 말에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뉴시스]

정부부처와 통계청, 한국은행 등에서 나랏돈을 들여 각종 경제통계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제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미래 변화를 예측 진단한 뒤 적절한 처방과 선제적 정책을 폄으로써 문제를 치유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정부기관의 공식 통계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함은 물론 통계에 대한 해석과 진단에도 오류나 선입견이 없어야 한다. 특히 정권의 치적이나 특정 부처의 업무성과를 포장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릇된 해석과 진단은 잘못된 정책을 잉태하고 더 나쁜 경제 상황을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5월 10일)을 맞아 여러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사 등에서 국민 여론조사 및 경제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조사기관마다 이구동성으로 남북관계 개선 효과 등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는 괜찮은 반면 경제정책, 특히 일자리 정책과 혁신성장, 규제완화, 노동개혁, 에너지 정책(탈원전 혼선)에는 낮은 점수를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고용 사정은 되레 악화했다. 3월 실업률이 4.5%로 17년 만에 최고치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비유하며 닮지 말자던 일본(3월 2.5%)은 물론 미국(4월 3.9%)보다도 높아졌다. 

고용 한파는 2월, 3월 두달 연속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로 지난해의 3분의 1에 머문 점, 특히 도소매와 음식숙박업 취업자와 임시ㆍ일용직이 감소한 것으로 입증된다. 이는 대표적 생계형 자영업인 음식업 사업자가 전체 사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2월 9.91%)이 사상 처음 10% 밑으로 떨어진 것과도 맥이 통한다.

도소매와 음식숙박업 취업자 감소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소상공인과 자영업 고용주들이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해고한 흔적이다. 음식업 사업자의 비중 감소 또한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하던 사업을 접거나 새로 창업하려던 이들이 포기했다는 방증이다.

산업활동 관련 지표도 예사롭지 않다. 3월 제조업 공장가동률이 10년 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 재고 물량은 20년 전 외환위기 이후 최대다. 재고가 늘고 기계가 멈추니 기업들의 신규 설비투자도 줄었다. 이런 점이 반영됐는지 한국갤럽이 5월 첫주에 조사한 국정지지율은 83%인 반면 경제정책 지지율은 47%에 불과했다. 경제정책 지지율은 취임 초기에 비해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김동연 경제팀은 국민 여론 및 전문가 의견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 부총리는 10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안정기금 지원 등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했다”고 자평했다. 소득주도성장ㆍ일자리 중심 경제 등 ‘사람 중심 경제’ 패러다임 전환 기반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경제가 3년 만에 3%대 성장률로 복원했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김 부총리의 자화자찬에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지난해 11조2000억원 규모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이어 올해 본예산에서도 19조2000억원을 일자리 지원에 쏟아부으면서도 역대급 실업대란이란 현실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과 청와대만 보이지 내각의 존재감이 없다. 이낙연 총리의 반성처럼 내각 전체가 더 분발해야 한다. 김동연 경제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과 경제전문가들이 박한 점수를 준 부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보고 싶은 통계, 장밋빛 지표만 바라봐선 안 된다. 가려진 이면의 통계, 경고음을 울리는 지표에 더 신경 써야 한다. 

2년차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J노믹스의 궤도 수정이 요구된다. 가장 취약한 계층이 일자리를 잃는 모순이 나타나지 않도록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자. 최저임금 인상ㆍ근로시간 단축ㆍ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뿐만 아니라 유연근무제 확대ㆍ성과 중심형 임금체계 확립 등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세금을 쓰는 공무원 수 늘리기 대신 세금을 내는 민간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도록 과감한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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