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페스트’

연극 ‘페스트’의 장면들.[사진=국립극단 제공]
연극 ‘페스트’의 장면들.[사진=국립극단 제공]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묘사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격리되고 폐쇄된 공간에 남겨진 사람들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암흑의 정점에서도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엔 절망의 본질을 암시하는 사고의 고립에 빠지지만, 사람들은 재앙을 함께 이해하며 다시 손을 맞잡는다.

국립극단이 5월 18일부터 카뮈의 문제적 소설인 「페스트」를 박근형 연출가의 각색으로 선보인다. 고립된 도시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전염병 페스트와 그로 인한 시민들의 절망과 연대를 그린 이번 공연은 깊이 있는 연출과 시의적절한 유머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카뮈의 「이방인」과 함께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페스트」는 알제리의 도시 ‘오랑 (Oran)’에 급작스럽게 닥친 전염병과 이를 이겨낸 시민들의 이야기다. 인간의 절망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와 소시민들의 연대에 대한 헌사를 복합적으로 담고 있다.

‘깔리굴라 1237호’ ‘레지스탕스’ 등 그간 카뮈의 작품을 선보여온 박근형 연출가는 이번 공연을 통해 혼란스러운 시대를 지나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이들에게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주인공 베르나르 리유 역을 극중 의사와 내레이터의 2개 역할로 나눠 작품을 극적으로 만들었다. 페스트 사태를 회상하는 내레이터 리유 역에는 경기도립극단의 이찬우가, 전염병에 사명감을 느끼는 의사 리유 역에는 국립극단 시즌단원 임준식이 캐스팅됐다.

마흔네살의 젊은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짧은 인생을 마감한 카뮈는 낭만을 즐기는 음유시인이자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행동가였다. 7년간의 집필 끝에 탈고한 「페스트」는 죽음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인간상과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카뮈의 이런 감수성과 이해는 그가 진정한 휴머니스트였음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현재를 사는 관객들에게 위화감 없도록 각색됐다. ‘미세먼지’, ‘혼밥’ 등 현 시대 대표 키워드를 대사로 활용했다. 원작의 배경인 1940년대 격리된 도시 오랑은 철조망을 사이에 둔 채 둘로 갈라진 2018년의 한반도로 설정했다. 고립된 섬의 표현을 위해 박상봉 무대디자이너는 바람과 물, 안개 등 섬을 둘러싼 자연환경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스무 명의 배우들이 펼치는 앙상블도 볼거리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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