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았던 문제 터져나온 금감원의 고질병과 해결책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에 이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금융시장을 감시ㆍ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만경영, 채용비리, 금감원장 자격 논란 등 곪았던 내부 문제도 연이어 터져 나왔다. 금감원은 감시자인가 감시받아야 할 대상인가. 더스쿠프(The SCOOP)가 금감원의 고질병과 해결책을 취재했다.
 

금융감독원의 독립성 확보와 감시망 강화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의 독립성 확보와 감시망 강화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는 당시의 부패한 사회를 향해 이렇게 풍자했다. 절대 권력에서 비롯될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과 자본시장을 감시ㆍ감독하는 금융권 최고 사정기관인 금융감독원도 유베날리스의 격언에 빗대어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금감원의 전횡이 되레 금융시장과 한국사회를 어지럽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다.

현재 분식회계 의혹으로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이슈는 대표적 사례다. 지난 1일 삼바의 특별감리를 마친 금감원은 삼바가 고의로 회계처리를 위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문제는 지난해 1월 똑같은 의혹이 제기됐을 때 금감원은 상반된 주장을 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삼바의 회계처리는 별 탈 없이 용인됐고, 주주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에서도 금감원의 레이더망은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선 방만한 경영과 더불어 채용비리, 임직원의 주식 부당거래 등 불법행위도 서슴없이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취임한 지 약 2주만인 4월 16일 자격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금감원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그룹 사태 등 시계추를 돌려보면 금감원의 무책임한 관리ㆍ감독 실태 사례는 숱하게 많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현재 금감원의 기능이 사전 피해 예방보다는 사후 처리에 치중돼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게다가 대부분 비슷한 문제가 다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후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을 감시ㆍ감독할 수 있는 견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감원을 감시하는 장치가 없는 건 아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와 제23조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는 금감원의 업무ㆍ운영ㆍ관리를 지도ㆍ감독해야 한다. 제29조에선 금감원 내부에서 업무와 회계, 직원들의 위법 여부를 감사하는 감사 1명을 두도록 정하고 있다. 아울러 매해 국정감사와 감사원의 감사도 받아야 한다.

금감원 감시기능 유명무실

그럼에도 금감원의 방만한 경영과 비리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고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다는 건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금융위와 금감원의 금융감독 업무가 다소 중복되는 데다, 금감원 내 2인자로 꼽히는 감사 자리도 줄곧 금융위나 감사원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도맡고 있어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지고 있는 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런 맥락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일부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한국은행 출연금, 금융사들의 분담금 등을 받아 운영되지만 공공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반민반관半民半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예산편성ㆍ인사 등에서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기 때문에 감시체계가 좀 더 촘촘해질 가능성이 높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런 점을 감안,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지난 1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금감원의 독립성ㆍ자율성과도 직결돼있어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통제를 받는 만큼 정부의 입김에 휘둘릴 공산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숱하게 제기됐지만 논의에만 그친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2007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적도 있지만 2년 만에 유보된 바 있다.

중요한 건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 금감원을 분리ㆍ독립시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았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금융위 조직을 기능별로 개편해 ‘정책’과 ‘감독’을 분리하고,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독립을 추진하겠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이런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새로 부임한 윤석헌 금감원장의 철학도 ‘정책기구’와 ‘감독기구’의 분리와 금감원의 독립성 확보로, 문재인 정부의 개편안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편안 대로라면 금감원의 독립성ㆍ자율성을 높여 더 큰 권력을 쥐어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장상환 경상대(경제학) 교수의 조언은 의미가 있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취임 2주만에 불명예 퇴진했다.[사진=뉴시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취임 2주만에 불명예 퇴진했다.[사진=뉴시스]

“정책기구와 감독기구를 분리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민간기관보다는 준공공기관의 성격을 갖는 게 좋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환경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사들은 대다수 재벌그룹에 속해 있다. 자기 검열이 어렵고, 계열사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거다. 삼바 회계처리 논란도 이런 문제가 드러난 사례다. 금감원도 공공기관이어야 이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감독기능 분리하되, 공공기관 지정해야

하지만 장 교수는 최종적으론 민간기관으로 가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금융감독기관이 민간기관인데, 이는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검열ㆍ감사를 철저히 하기 때문”이라면서 “관리ㆍ감독 기준은 시장과 산업 변화에 맞춰 변해가야 하는데 민간기관일 때 금융사들과 적절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감시자인가. 감시해야 할 대상인가. 일부 주장처럼 독립성이 보장되면 곪았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아직 어느 것도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 확실한 건 무너진 금감원의 감시망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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