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part4] 부실한 총수 감시 시스템

▲ 재벌총수들은 실형이 선고돼도 손쉽게 면죄부를 받는다.
재벌 총수의 불법이 드러나 법적 처벌이라도 내릴라치면 대기업의 레퍼토리는 언제나 똑같다. “이래선 기업 못 한다” “심각한 경영 위기” 등의 협박을 가한다. 그러면 총수는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면죄부를 받았고 언제나 경영 일선으로 돌아갔다.

늘그랬다. 우리나라처럼 재벌 총수의 비리에 관대한 나라는 없다. 죄를 짓고 실형을 선고받아도 풀려났다. 집행유예마저도 대부분 사면 받았고, 사면을 받는데 걸린 시간은 평균 9개월에 불과했다.

 
8월 16일 한화 김승연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세간에서는 ‘당연한 결과’로 보지 않고 ‘설마’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김 회장은 이번이 세 번째 구속이다. 1993년에는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2개월 수감 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2007년에는 ‘보복폭행’ 사건으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집행유예 3년에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받은 게 전부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경영자로 복귀했다.

김 회장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300억원이나 되는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받았던 오리온 담철곤 회장도 3개월 뒤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오리온의 투명·윤리·준법경영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하지만 올해 3월 담 회장은 재신임 여부에서 다시 대표이사로 추천됐다.

집행유예 받은 대표를 재추천

2003년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같은 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난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비자금사건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80억원의 선고를 받았지만 말만 무성했던 ‘1조원 사회 헌납’으로 풀려나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약속은 이뤄지지도 않았다.

2008년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한 배임과 탈세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7년에 벌금 3500억원 실형을 받은 삼성 이건희 회장은 그나마 공백기를 거쳐 다시 복귀한 케이스다.
재벌 총수들의 회사 복귀를 거들었던 주장 ‘경영공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다. 하지만이런 논리를 받아들여 그들을 석방해도 도움이 되기는 커넝 다시 불법을 저질러 기업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그들이 어떤 자격으로 직원들에게 ‘정도 경영’ 혹은 ‘신뢰’를 강조하는지 모르겠다”며 “실형을 선고받을 만한 비리를 저질렀을 땐 경영권까지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의 범죄는 기업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리스크“라며 “비리 총수 대신 투명성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전환하는 게 기업에도, 주주에게도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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