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의 맹점

올해 3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오는 7월 1일이면 법정 근로시간이 줄어든다. 그런데 이상하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근로시간 단축은 ‘그림의 떡’”이라고 말한다. 왜일까. 상시 근로자가 4명 이하인 사업장은 애초에 근로기준법 자체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무시간이 단축됐지만, 4인 이하 작업장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언제 적용할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사진=뉴시스]
근무시간이 단축됐지만, 4인 이하 작업장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언제 적용할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사진=뉴시스]

이번에 바뀐 근로기준법의 핵심은 ‘1주’의 개념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기존 근로기준법에는 1주의 개념을 정해놓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 ‘휴일을 포함하지 않는 평일 5일’을 1주로 해석했다. 그러다보니 주 40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으로 정해놔도 법에서 허용하는 주당 12시간의 연장근로(당사자간 합의 필요)와 휴일 16시간(8시간씩 이틀)을 더하면 주당 근무시간이 총 68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고 명시함으로써 결국 휴일 근로시간을 포함시켜 최대 52시간까지만 근무하도록 했다.

개정안 적용 시기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제각각이다. ‘상시 300명 이상의 사업장’은 2018년 7월 1일, ‘상시 50명 이상 300명 미만의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 ‘상시 5명 이상 50명 미만의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 시행한다. 

근로자 전체에 일괄적으로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건데, 입장에 따라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상(제11조 제1항)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각 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법을 시행할 것을 예고하고 있어 차별 적용의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상시 5명 이상’이 아닌 사업장이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2항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을 의무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는 거다.

더 심각한 건 1997년 근로기준법이 생길 때부터 이 규정이 있었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역시 헌재는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당시 헌재는 이렇게 판시(헌재 1999. 9. 16. 98헌마310)했다. “상시 사용 근로자수 5인이라는 기준을 분수령으로 근로기준법의 전면적용 여부를 달리한 것은 근로기준법의 확대적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한편으로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의 근로감독능력의 한계를 아울러 고려하면서 근로기준법의 법규범성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결정이다.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단지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그 사업장이 얼마나 영세한지도 모르고, 얼마간의 유예기간을 둔다는 설명조차 없이 20년 넘게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미루고 있다는 건 결코 상식적이지 않다. 

어떤 사업장이든 무조건 한번에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사업장 규모가 작더라도 최소한 실태조사라도 제대로 하고, 기준이라도 잡아서, 근로기준법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도록 노력은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보면 상시 근무자 수를 기준으로 법 시행 시기를 정한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기업의 사업 내용에 따라 고려해야 할 것도 많기 때문이다. 국회가 근로시간을 단축했다고 자축할 게 아니라 법 취지를 다시 한번 고려해야 할 때다. 
도지현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dojih@ibslaw.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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