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스마트폰 출고가 비교

정말 한국에서만 휴대전화 가격이 비쌀까. 이를 밝히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5월부터 세계 각국의 휴대전화 가격을 조사해 매월 발표하고 있다. 문제는 분석의 예봉銳鋒이 무디다는 점이다. 가격 비교만으로는 변수가 많은 출고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율에 따라 출고가가 오르락내리락한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스마트폰 출고가 비교정책의 허점을 살펴봤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휴대전화 가격 비교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의 휴대전화 가격 비교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세계 각국의 휴대전화 판매가(출고가)를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를 열었다. 비교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개국과 중국이다. 방통위는 갤럭시S9·아이폰Χ 등 국내 유통되는 휴대전화 중 80만원 이상인 제품 위주로 조사해 매월 발표할 예정이다.

비교 목적은 간단하다. 출고가를 내리는 것이다. 방통위는 4월 20일 “이번 비교 공시가 휴대전화 출고가를 낮추기 위한 유도정책”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한국만 휴대전화 출고가가 비싸다는 여론이 조성될 경우 제조사·이통사가 출고가 인하 압박을 받을 거란 계산이 깔려 있다.

표면적으로는 비교 공시가 소비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방통위가 공개한 비교 자료에 따르면 4월 애플의 아이폰7(32GB 기준)은 86만9000원으로 비교대상 14국 중 이탈리아(669유로·약 88만2700원)에 이어 두번째로 비쌌다. [※참고: 해당 휴대전화의 출시 여부와 가격공개 여부에 따라 비교 국가수가 달라진다.] 삼성전자 갤럭시S9(64GB 기준)의 국내 출고가는 95만7000원(SK텔레콤 기준)으로 13개국 중 두번째로 낮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통위의 비교방법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가격만 비교하기에는 출고가를 결정짓는 변수가 워낙 다양하다는 게 이유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세금은 물론 휴대전화 보조금, 판매장려금, 환율 등 출고가를 결정짓는 변수가 수두룩하다”면서 “단순히 출고가만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환율이다. 방통위는 화폐단위가 제각각인 각국의 출고가를 조사시점의 환율을 적용, 원화로 환산해 비교한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휴대전화는 환율을 적용하는 시점에 따라 출고가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사례를 보자. 갤럭시S8의 경우, 지난해 5월 캐나다의 출고가는 1169달러였다. 9월에도 출고가는 그대로였다. 문제는 원화로 환산했을 때다. 4월 환율로 약 96만9000원이었던 캐나다 출고가는 9월 환율로 계산하자 108만3400원으로 11만4400원이나 올랐다. 한국 출고가(93만5000원)와의 격차도 3만4000원에서 14만8400원으로 벌어졌다. 한국의 출고가가 캐나다보다 훨씬 싸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비교 자료 업데이트가 느린 것도 문제다. 국내와는 달리 해외에선 통신사 간의 출고가 경쟁이 치열하다. 일주일 단위로 출고가 할인행사가 벌어지는 경우도 숱하다. 그런데 방통위는 매월 둘째주에 휴대전화 출고가를 조사해 다음달 첫째주에 공개한다. 발표 자료 사이에 3주의 간격이 생기는 셈이다. “방통위의 자료가 출고가 문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교 자료 업데이트 느려

특히 출고가 변동이 큰 구형 모델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방통위가 조사한 LG G6의 스위스 출고가는 4월 기준 199프랑(약 22만1000원)으로 81만9500원인 한국 출고가보다 59만8500원이나 낮았다. “한국 소비자가 봉이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3일 스위스 통신사 ‘선라이즈(Sunrise)’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G6는 품절된 상태였다. LG전자 관계자는 “G6는 해당 국가에서 한시적으로 프로모션이 진행됐으며 단종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미 단종된 모델을 비교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통신시장의 출고가 문제를 꼬집으려면 더 촘촘한 기준을 내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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