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달콤하고 괴로운 ‘수면’ 이야기

잠은 우리를 행복하게도 하고 괴롭게도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잠은 우리를 행복하게도 하고 괴롭게도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바쁜 현대인들은 ‘불면증’ ‘수면 부족’이란 말에 익숙하다. 과다한 업무 때문일 수도, 불안한 시대에 걱정이 많아서일 수도, 신체 생리학적 문제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잠은 우리를 행복하게도 하고 괴롭게도 한다.

우리는 하루의 3분의 1을 잠에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잠을 자지 않고 살 순 없다.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잠에 대한 욕구도 날로 커지고 있지만 이 시간을 만족스럽게 보내거나 수면에 대해 충분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이클 맥거가 쓴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는 잠과 불면, 꿈에 관한 모든 지식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은 수면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함과 동시에 아리스토텔레스와 호메로스에서부터 셰익스피어, 디킨스, 에디슨, 나이팅게일까지 아우르면서 잠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소개한다.

저자는 젊은 시절부터 심각한 수면 무호흡증으로 고생했고, 결혼 후에는 아이들 때문에 수면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수면에 관해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와 문학, 역사, 대중 과학을 넘나들면서 잠에 관한 이야기를 이 책에 오롯이 담아냈다.

잠을 너무 적게 자거나 혹은 너무 많이 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에디슨의 백열전구 발명은 근대 들어 일반인들의 수면 패턴을 결정적으로 바꿨다. 에디슨은 전구 속 필라멘트로 쓰일 재료를 찾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천재는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이뤄진다”는 그의 유명한 말은 바로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다. 잠이 없기로 유명했던 그는 밤새 실험하며 밤 12시에 점심을 먹을 때도 많았다고 한다.

반면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거의 평생을 침대에서 살았다. 그녀는 크림 전쟁 당시 ‘등불을 든 여인’이라 불리던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이다. 그러나 36세 이후 공식 석상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고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상의 대부분을 침대에서 보냈다. 그녀는 간호학의 초석이 된 저서 「간호 노트」와 제안서 집필, 병원 설립, 인도의 위생시설 정비 등 수많은 사회 활동을 침대 위에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수면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다. 대표적인 것이 불면증과 수면 부족이다.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있어 잠은 평생 풀어야 할 숙제다. 사람들은 잠을 잘 자기 위해서라면 어떤 값이든 치르고 싶어 한다. 잠을 자고 싶어서 약까지 복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잠을 쫓아가며 일을 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조금이라도 각성 상태를 연장하고자 하는 그들에게 커피는 가장 가까운 친구다. 저자는 세계의 문화와 경제를 지배하는 커피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세르반테스는 소설 「돈키호테」에서 “위대하든 보잘것없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잠잘 때는 모두 평등하다”고 표현했다. 이 말은 잠의 속성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잠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인간은 모두 잠을 자고, 누군가와 한 침대를 쓰든 아니든 결국 잠은 홀로 잔다. 그러기에 잠은 우리 인생에 있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닐까.

세 가지 스토리

「조선전쟁실록」
박영규 지음 | 김영사 펴냄


선조는 흔히 백성을 버리고 달아난 왕으로 손가락질 받는다. 하지만 저자는 “만약 선조가 맞서 싸웠다면 한반도는 500년 일찍 일본의 지배 아래 놓였을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조선이 500년의 문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적의 힘을 가늠할 줄 아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때로는 글로, 때로는 칼로 이뤄낸 조선의 문명과 외교 전략 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양자 세계의 신비」
티보 다무르 지음 | 거북이북스 펴냄


양자 물리학은 더 이상 천재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공상과학소설, 스마트폰, 인공위성 등 현대인의 삶 속에 깊게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은 ‘양자’란 이름만 들어도 머리를 쥐어짜며 괴로워한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 저자가 펜을 들었다. 그는 양자 물리학이 무엇인지, 양자 물리학으로 세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등을 삽화를 곁들여 흥미롭게 소개한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 문예출판사 펴냄

고전이 주는 감동은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 책도 그렇다. 릴케가 후배 시인, 젊은 여인에게 보낸 편지들을 담은 이 책은 출간된 지 90년이 넘었음에도 우리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꿈과 진로, 자신에 대한 불안감 등 삶의 순간순간을 고민한 그의 모습이 오늘날의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불안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독자라면 릴케의 편지를 읽어 보는 걸 추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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