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대내외 엄중한 변수 제대로 살펴라
[양재찬의 프리즘] 대내외 엄중한 변수 제대로 살펴라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289
  • 승인 2018.05.21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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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팀의 경기진단 충돌
신흥국의 6월 위기설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정확하고 냉철한 경제 진단이 필요한 때다.[사진=뉴시스]
신흥국의 6월 위기설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정확하고 냉철한 경제 진단이 필요한 때다.[사진=뉴시스]

경제팀이 경제현실에 대한 진단을 놓고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경제부처 컨트롤타워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대통령의 경제정책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김광두 부의장, 각 부처의 정책을 조율하는 정책 분야 대통령 비서실장 격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논란의 단초는 기획재정부가 매달 공표하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4시간 만에 수정하면서 제공했다. 기재부는 11일 애초 공개한 그린북 5월호에 없던 ‘회복 흐름’에 관한 설명을 끼워넣었다. 이때 들어간 문구는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 지난해 12월부터 그린북 첫머리를 장식해온 ‘회복 흐름’ 표현이 빠진 것을 본 언론이 ‘경기판단 하향’으로 해석하자 급수정했다. 그린북은 국내외 경기 흐름을 분석한 보고서로 시장에선 한국 정부의 공식 견해로 읽힌다. 
 
이튿날 김광두 부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어떻게 될까?”라고 꼬집었다. 그린북 수정 부분을 언급하면서 “믿고 싶다. 그러나 어쩐지 믿어지지 않는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만 9개월 연속 경기선행지수가 하락 중’이라고 경고한 13일에도 “기재부의 그린북이 맞고, OECD가 틀리기를 기대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14일에도 김상봉 한성대 교수가 국가미래연구원에 기고한 글 ‘정부의 경기판단, 문제 있다’를 링크시킨 뒤 “여러 지표로 보아 경기는 오히려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동연 부총리가 반박하고 나섰다.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제계 원로로서 의미 있는 말씀을 주셨지만, 3ㆍ4월 월별 통계만 갖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3~4월 수출이 두달 연속 500억 달러를 넘은 것은 사상 최초임을 강조한 뒤 산업생산도 월별 통계보다 추세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의 발언이 경제장관회의 직후 나온 점에서 경제부처의 공통된 인식이자 김 부의장의 경기비관론에 대한 반론 성격을 지닌다.

김 부총리의 발언이 보도된 뒤 두 시간 만에 김 부의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재반박했다. “경제를 볼 때는 현상과 구조를 동시에 보고 판단해야 한다. 현상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현상을 나타나게 하는 구조는 현상의 추세를 결정한다”고.

취업자 증가폭이 석달 연속 10만명대로 떨어진 고용 부진의 원인을 놓고는 김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이 견해를 달리 했다. 김 부총리는 16일 국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장 실장이 15일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는 없다”고 말한 것과 다른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J노믹스의 열쇠를 쥔 삼두마차의 경제현실 진단이 충돌한 것은 경제팀의 내부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거나 애써 경기위축을 외면하려는 의사표현일 수 있다.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제스처로도 읽힌다. 

지금 경제팀이 엇갈리는 진단을 내리는 국내경제 상황만 어려운 게 아니다. 대외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실업률이 4% 아래로 내려가는 등 경기가 좋자 미국은 연내 기준금리를 세차례 추가 인상할 태세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장중 3%를 넘어섰고, 달러화는 강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 중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에 이어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등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데서 비롯된 신흥국들의 6월 위기설도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이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앞으로 경제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고 밝힌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통계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행여 정권의 치적을 내세우거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경제지표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경제팀 의견이 갈리면 시장이 혼란스럽고 위기를 타개할 해법이 꼬일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통령이 나서 ‘J노믹스 3각 편대’의 불협화음을 조정하고, 부총리에게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서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내외 엄중한 경제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에 기반한 선제적 정책 실행으로 책임지게 하라.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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