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기업 인문학」 기업을 위한, 자본을 위한 인문학

기업 인문학은 기업이익과 자기계발에 복무하는 인문학이다.[사진=아이클릭아트]
기업 인문학은 기업이익과 자기계발에 복무하는 인문학이다.[사진=아이클릭아트]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은 어떻게 이해되고 작용하는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다는 인문학. 문화평론가 박민영의 「反기업 인문학」은 오늘날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는 인문학을 “기본적으로 반성적 학문이며 본래 세상 모든 지식과 제도 문물을 탐구 대상으로 삼아 질문하고 비판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인문학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성찰과 탐구, 비판과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반성적 학문들은 인간의 지성과 학문의 발달, 사회와 역사의 진보에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 사회에 ‘인문학의 유행’이란 말이 나온 것은 거의 15년 전부터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전복적인 도전’이고 인문학적 사고는 반성·회의·비판이 핵심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15년간 비판적 사유와 지성이 사회적으로 높아졌다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으며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이 많았다고 비판한다. 또한 “사회에는 인문학이 유행한다는데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다 죽어가고 있다”는 모순된 현실에도 주목한다.

저자는 현재 유행하는 인문학의 실체가 ‘정통 인문학’이 아닌 자본 권력이 끌어낸 ‘기업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기업 인문학은 기업이익과 자기계발에 복무하는 인문학이며, 비판 의식을 제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거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해결책에서는 사회를 외면하는 기업 인문학이 사람들을 교묘한 논리로 주류적 사고를 좇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인문학 열풍은 체제 순응에 길들여지게 하는 ‘기업 인문학’에 의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기업이 인문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결국 경영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신영복, 진중권 등 진보적 지식인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인문학을 강연하는 것을 예로 들며 기업 인문학은 자본가와 좌파 지식인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기업 인문학이 하나의 수단으로써 생존·출세·성공·경제적 이익에 복무하는 것임을 소개하면서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인문학’을 예로 삼는다. 잡스가 2011년 아이패드2 제작발표회에서 “애플의 상업적 성공이 인문학과 결합된 기술 때문이었다”고 말해 ‘아이폰 인문학’이 탄생했고, 이는 기업 인문학의 본보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받아들였던 인문적 담론들, 그저 막연하게 좋은 것으로 알았던 인문적 담론들,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던 인문적 담론들이 대부분 기업 인문학에 속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지금 우리 사고의 뿌리를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 또한 사회적 시장경제, 거버넌스, 박애 자본주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적 자본, 자본주의4.0, 빅 히스토리, 4차산업혁명 등 최근 집중 조명되고 있는 인문학 담론들에 대해서도 다룬다.

세 가지 스토리

「엄마는 이제 미안하지 않아」
다부사 에이코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사회는 요즘 어머니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한다. 각종 매체들은 제왕절개보다는 자연분만이, 분유보다는 모유수유가 좋다고 강조한다. 이 기준을 지키지 못했을 때 어머니들은 자녀에게 큰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저자가 육아 문제의 원인을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 찾는 이유다. 그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면서 “더 이상 누구에게도 미안해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폭발적 진화」
시라시나 이사오 지음 | 매경출판 펴냄

화석은 생물학에 있어 귀한 연구자료다. 특이한 점은 화석이 모든 시기에서 골고루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약 5억3000만년 전인 캄브리아기에 생물화석이 많이 발견된다. 많은 동물의 골격체계가 이 시기에 완성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폭발적인 진화를 유발한 ‘사소한 계기’가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또 동물의 신체기관을 통해 생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진화해 왔는지도 소개한다.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허혁 지음 | 수오서재 펴냄

출퇴근마다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는 버스기사.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버스를 몰고 있을까. 버스기사인 저자는 운전하면서 머릿속으로 글을 쓰고 탈고해 한편의 에세이를 냈다. 노동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의 글에는 힘이 있고 삶에 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왜 버스가 늦게 오는지, 버스기사는 왜 퉁명스러운지 등 버스기사의 내밀한 사정은 그의 삶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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