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시장

외로움과 비만. 둘 중 어느 것이 더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각종 질병을 유별하는 비만이 건강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아니다. 외로움이 더 건강에 안 좋다. 그로 인한 짜증이나 분노가 삶의 질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외로움을 전담할 장관이 임명되는 시대일까.

외로운 사람들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랜다. 사진은 소니의 로봇견 아이보.[사진=뉴시스]
외로운 사람들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랜다. 사진은 소니의 로봇견 아이보.[사진=뉴시스]

외로움은 비만보다 건강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비만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70세 이전 사망률이 30% 높고, 외로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그 확률이 50% 더 높다. 미국 은퇴자협회의 연구 결과다. 이 연구에선 미국의 45세 이상 인구 중 약 40%가 “만성적 외로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외로움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짜증이나 분노 등의 정서를 유발해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외로움은 소비행동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외로운 사람은 외로움을 조절하기 위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 특히 인지적 자원 수준이 낮거나 자존감이 낮은 경우에 더욱 그렇다. 그들은 과거의 향수를 되살려주는 제품을 많이 찾고 다른 이를 위한 기부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로운 사람들은 사람을 만나는 대신 시장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외로움을 달랜다.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어도 대인관계 스킬이 낮거나 인간관계에서 실망해 의도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단절한 경우가 많다. 외로움 산업의 가장 큰 수혜주는 반려동물 시장이다. 

개와 고양이로 대표되는 반려동물 시장은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위한 유기농 간식이나 반려동물 전용 와인이 출시되고, 반려동물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신탁상품도 나와 있다. 최근엔 반려자로서의 영역이 동물 외에 반려식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외로움의 해결사로 등장하고 있는 또 다른 대안은 인공지능 로봇이다. 소니(SONY)가 국제가전 박람회에서 선보인 반려로봇 ‘아이보(Aibo)’는 큰 인기를 끌면서 조기 매진을 기록했다. 아직까진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지만 반려로봇 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프라인의 대면 관계보다 사이버상 아바타로서의 삶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다. 더불어 가상현실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게임과 생활서비스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첨단 기술이 아니더라도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시장에 많이 나와 있다. 잠잘 때 팔베개를 해줄 베개 겸 쿠션, 필요할 때 맞잡을 수 있는 부드러운 손이 부착된 휴대전화 케이스,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거울을 부착한 식탁,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사람 그림자를 프린트한 커튼, 앉을 때마다 뒤에서 껴안아 주는 의자 등….

해 초 영국에선 외로움 문제를 전담할 장관을 임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어떤 대처를 하고 있는가. 로봇 기술이나 사이버 세상은 우리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기술에만 의존하는 해결책은 한계가 있다는 거다. IT에 기반을 둔 SNS가 수많은 사람을 엮어주고 있지만 오히려 우리가 더 외로워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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