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딩크족의 재무설계 上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Dink族·Double Income No Kids)’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맞벌이로 수입을 늘리는 대신 육아의 부담은 피하겠다는 거다. 하지만 딩크족도 재무설계가 필요하다. 지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재무상황이 악화할 우려도 크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딩크족으로 살고 있는 이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을 살펴봤다. ‘실전재테크 Lab’ 11편 첫번째 이야기다.
 

무분별한 신용카드의 사용은 가계 재무상황을 악화시키는 일등공신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무분별한 신용카드의 사용은 가계 재무상황을 악화시키는 일등공신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퇴근 후 가계부를 작성하는 이영선(가명·33)씨는 한숨 쉬기 일쑤다. 맞벌이로 한달에 490만원을 벌고 있지만 남는 돈이 없다. “가계부를 쓰면 새는 돈이 보인다”는 누군가의 조언에 5개월 전부터 가계부를 정리하고 있지만 특별히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이씨는 “가계부는 기록일 뿐이라는 생각만 든다”며 “단순히 언제 누굴 만나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확인하는 용도”라고 푸념했다. 소득의 몇 퍼센트를 저축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저축을 많이 하면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무런 목표도 없이 그러자니 숨이 턱턱 막힌다. 그렇다고 저축을 미루자니 불확실한 미래가 걱정이다.


이씨는 결혼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가족 행사 관련 비용을 과도한 지출의 원인으로 꼽았다. 결혼 전에는 집안 행사를 일일이 챙기지 않았지만 결혼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문제는 지출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족 행사 비용까지 발생해 돈을 모으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혼 3년 차에 접어든 이씨 부부가 모아둔 돈은 200만원에 불과했다. 이씨 부부가 재무상담을 신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늘은 평범한 신혼부부인 권진용(가명·36)씨와 이영선(가명·33)씨 부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4월 1일 진행한 1차 상담에서는 부부의 재무 흐름과 경제관 등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1차 상담에서 변화한 젊은 부부의 경제관을 엿볼 수 있었다. 이씨 부부는 의도적으로 자녀 계획을 세우지 않은 전형적인 딩크족이었다.

부부는 결혼을 하면서 세금·주거비 등 공통 지출을 제외하고 각자의 지출은 따로 관리하자고 합의했다. 월급을 합쳤다가 지출을 하는 것이나 각자의 월급에서 항목을 정해 지출하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자의 지출을 허술하게 관리하면서 돈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부부는 공통적인 재무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결혼 전 소비패턴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씨 부부가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부부의 월 소득은 490만원(남편 280만원·아내 210만원)이다. 우선 남편 권씨의 지출 상황이다. 권씨는 통신비와 교통비로 각각 월 8만원, 10만원을 지출했다. 용돈과 비정기 지출, 생활비 등으로 매월 100만원을 사용했다.

권씨가 부담하고 있는 공동 지출은 빌라 주택담보대출 상환액 40만원(8800만원·연이율 3.5%)과 경조사비 10만원 등이다. 금융성 상품으로는 건강보험과 종신보험 등 각종 보험료로 62만원을 사용했다. 더불어 저축성 보험으로 월 20만원, 주택청약저축으로 월 10만원을 지출했다. 이렇게 남편 권씨는 월 소득 280만원 중 260만원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번엔 아내 이씨의 지출 현황이다. 언급했듯 아내의 월 소득은 210만원이다. 이씨는 매월 통신비(8만원), 교통비(10만원), 회사 식비(15만원), 용돈 및 생활비(100만원) 등을 지출했다. 이씨가 부담하고 있는 공동 지출은 관리비와 각종 세금 16만원, 비데와 정수기 렌털비 5만원 등 21만원이다. 금융성 상품으로는 건강보험과 암보험으로 월 34만원, 저축성 보험 20만원, 주택청약저축 10만원 등 64만원을 사용했다. 이씨의 총 지출액은 월 218만원으로 월 8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종합해보면, 이씨 부부는 월 490만원을 벌어 478만원(남편·260만원, 아내·218만원)을 소비했다. 잉여자금은 12만원에 불과했다. 이씨 부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에 있었다. 소비의 대부분을 신용카드로 결제해 지출을 통제하지 못했다. 실제로 이씨 부부는 생활비, 의류·미용비, 용돈 등을 아무런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씨 부부는 “카드값이 많이 나가는 건 알았지만 생활비와 각종 지출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소득공제를 위한 것도 있지만 카드가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편리해 주로 카드만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주택담보대출의 중도상환을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결혼한 두 사람은 현재 거주 중인 빌라(2억1000만원)를 장만했다. 자녀 계획이 없는 부부에게 아파트는 큰 매력이 없었다. 매월 수십 만원에 달하는 관리비를 내는 것도 낭비라고 생각했다. 
이씨 부부는 8800만원(연이율 3.5%·30년 상환)을 주택담보대출로 빌렸다. 매월 납부하는 이자는 39만5000원이다. 이씨 부부는 내집 장만을 하고 월세 정도의 비용을 내는 것에 큰 불만이 없다고 밝혔다.

필자는 부부의 생각이 매우 짧다고 조언했다. 이씨 부부가 30년간 상환해야 하는 이자만 5425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원금 8800만원의 60%가 넘는 금액을 이자로 써야 한다. 게다가 변동금리를 선택해 금리가 오르면 이자는 더 증가할 것이다.

소득 대비 지출도 과했다. 이씨 부부는 월 소득은 490만원 중 478만원을 사용한다. 소득의 98%를 사용하고 있다. 지출도 따로 저축도 따로 하다보니 돈은 돈대로 모이지 않고 서로에 대한 불만은 불만대로 쌓여갔다. 혼자 아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이유였다.

필자는 비정기 지출만이라도 하나의 통장을 통해 관리하라고 조언했다. 함께 돈을 관리하면 지출 항목과 적정 금액에 대한 대화가 증가한다. 처음엔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부부가 각자 돈 관리를 하는 것도 좋지만 공유할 수 있는 건 공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씨 부부에겐 여느 부부처럼 지출계획표를 작성해 보라는 숙제를 내주지 않았다. 과도한 소비의 원인인 카드값을 해결하지 않으면 지출을 줄여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어서다. 대신 각자 2개월치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해 불필요한 지출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했다. 맞벌이를 하고도 제대로 된 저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씨 부부의 지출은 어디서 어떻게 줄여야 할까. 지출구조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는 다음편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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