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형 충전기 확산 되기 어려운 이유

도로에서 전기차를 보는 게 낯설지 않다.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에 접어들었다는 거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로 가기 위해 손꼽히는 과제는 ‘충전 인프라’인데, 좋은 해결 방안이 있다. 바로 이동형 충전기다. 비용도 저렴하고, 사용 원리도 간편해서다. 그런데 한국전력의 업무지침이 이동형 충전기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무슨 일일까

전기차 시대를 맞기엔 이동형 충전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사진=뉴시스]
전기차 시대를 맞기엔 이동형 충전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사진=뉴시스]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다. 2018년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전기차 수량을 2만대로 확정했는데, 이미 1월 중에 예약이 끝났다. 정부는 지난 4월 부랴부랴 추경예산 119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가능 대수를 늘려야 했다.

이제 우리나라 국민들이 전기차는 ‘탈 만한 차’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충전 주행거리도 400㎞에 육박할 만큼 기술력이 개선된 데다 보조금을 받으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차 ‘니로’ 한국GM ‘볼트EV’ 르노삼성 ‘SM3 Z.E.’ BMW ‘i3’ 등 시장에 나온 제품도 다양하다.

충전 인프라도 많이 개선됐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주민센터 또는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충전기는 모두 1489곳에 달한다. 또한 전기차를 구매할 때 환경부에 신청하면 집이나 직장에 완속충전기를 설치하는 비용(기당 150만~300만원)을 보조받을 수도 있다. 전기차의 인기는 앞으로도 천정부지로 치솟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정말로 전기차 시대에 어울리는 인프라를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전기차의 보편적 사용방식은 휴대전화처럼 집에 들어가 완속충전기로 충전 후 아침에 끌고나오는 것이다. 환경부가 기를 쓰고 늘리는 공공 충전기는 엄밀히 따지면 ‘비상용’인 셈이다. 개인 전기차 소유주가 편하게 쓸 수 있는 충전기가 필요하다는 거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선 이런 충전기를 늘리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의 특수한 주거 문화 때문이다. 대도시의 거주 형태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는다. 고정형 완속충전기 설치를 위한 주차장을 확보하는 건 난제다. 그나마 2016년 6월 이후 500가구 이상의 신축 아파트가 전기차 충전소 의무 설치 대상으로 선정된 게 위안거리다. 대다수의 기존 아파트 단지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물론 대안은 있다. ‘이동형 충전기’다. 주파수를 이용해 ID를 식별하는 전자태그인 RFID가 부착된 이동형 충전기 하나만 준비하면 된다. 별도 공사를 하거나 구역을 지정하지 않고도 콘센트가 위치한 곳마다 옮겨 다니며 충전할 수 있다. RFID로 전기요금이 해당 충전기 소유주에게 개별 부과되는 만큼 다른 입주자들의 거부감도 덜하다. 사용 방식도 간편해 환경부가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활성화를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기차 소유자가 이동형 충전기를 이용하려면 건물의 전체 전력설비 용량 내에서 분리과금 허용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복잡하다. 관리소장과 아파트 입주자 대표의 승인을 받고 콘센트를 지정받아야 비로소 전기차 전기요금을 납부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선 입주자 대표와 입주자가 다투는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일선 한전 지사 직원들도 전기차 요금을 따로 분류하다 보니 업무가 쌓여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으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복잡한 과정은 한국전력공사의 업무지침에 따른 것이다. 각 부처간 해결사 역할을 하는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한전은 요지부동이다. “전기차 요금이 더 저렴한 만큼, 전기를 불법으로 사용할 우려가 있다”는 거다. 이 문제는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작은 업무지침이 전기차 시대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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