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 보고서 ‘2018 CIO 어젠다’

당신의 회사엔 최고정보책임자(CIOㆍChief Information Officer)가 있습니까. 있다면, 당신 회사의 CIO는 최고경영자(CEO)와 자주 독대를 합니까. 당신 회사의 CIO는 현재 중요 경영전략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습니까. 당신 회사의 CIO가 다른 부서와 긴밀히 협업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까.

CIO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CIO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의 붕괴와 함께 잊혔던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4차산업혁명기에 발맞춰서다. 몇몇 글로벌 기업은 CIO를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주요 경영진으로 격상시켰다. 이를 증명하는 가트너의 보고서도 최근 발간됐다. 그런데 IT 강국임을 자부하는 우리는 어떤가. 당신은 CIO를 아는가. 더스쿠프(The SCOOP)가 CIO의 중요성을 취재했다. 첫 질문은 다음과 같다. “Who is CIO?”

4차산업혁명이 CIO의 역할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4차산업혁명이 CIO의 역할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최고정보책임자(CIO). 기업 내 IT 업무를 총괄하는 리더다. 요새 IT를 활용하지 않는 기업이 없는 점을 떠올리면 꽤 중요한 위치인데도, CEO나 CFO 같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가트너 보고서 ‘2018 CIO 어젠다’를 정밀분석했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한 인터넷은 벤처기업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바꿨다. 인터넷이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할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수많은 기업들이 ‘신新경제’를 약속했고 기대감은 주식시장을 흔들었다. 회사 이름에 ‘닷컴’만 들어가면 호재 없이도 주가가 급등했다.

그로부터 10여년, 돈을 퍼붓던 사람들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수익은 대체 어떻게 창출하는 거지?” 닷컴 기업의 청사진을 실현하기엔 당시 인터넷 속도는 너무 느렸다. 벤처기업들은 좀처럼 실적을 내지 못했고, 수많은 기업이 무너졌다. 투자자들은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주식을 보면서 한탄했다. 닷컴을 붕 띄웠던 버블은 그렇게 무너졌다.  

닷컴 소용돌이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기업들은 태도를 바꿨다. IT기술이 유용하긴 했지만,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IT 기업은 허리띠를 졸라맸고, 기업 내 IT 부서는 구조조정을 당했다.

이때 수모를 겪은 이들이 있다. 기업 내 IT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 임원, 이른바 ‘최고정보책임자(CIO)’다. CIO 개념이 등장한 건 1980년대 초반, 기업들이 컴퓨터를 막 기업 운영에 활용하던 시기였다. 기술에 문외한이던 경영진에게 조언을 할 사람이 필요했고 IT 역량이 뛰어난 엔지니어가 CIO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IT 업무의 책임을 맡은 그들은 버블로 생긴 부정적인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벤처기업의 CIO였던 한 IT 전문가는 당시를 ‘시련의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닷컴 버블은 지나친 기술 낙관과 주식 시장의 광기가 결합해 만든 비극이다. 이후에도 IT 기술은 여전히 유효한 도구였지만 기업들은 IT 영역 투자를 보수적인 관점에서 검토했다. IT 기술로 혁신을 꿈꾸던 CIO의 역할도 IT의 효율적인 활용에만 방점이 찍혔다.”

 

시련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어느덧 2018년. 그 기간, IT 역량의 위상은 달라졌다. 글로벌 증시를 ‘FANG(페이스북ㆍ아마존ㆍ넷플릭스ㆍ구글)’이 이끌고 있다. IT의 기술력이 탁월해진 결과다. FANG의 공통점은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 사업자라는 것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나 SNS 같은 플랫폼도 장악했다. 1990년대 말, 버블닷컴 기업들이 청사진으로 제시했던 신경제를 실현한 셈이다.

상황이 달라졌음에도 CIO의 현실은 차갑다. 대중들은 최고경영자(CEO)는 알아도 CIO의 의미를 잘 모른다. CEO나 최고재무관리자(CFO) 같은 경영진과 달리 CIO는 기업의 중요 전략회의에서 배제되기 일쑤다. CIO가 여전히 단순한 IT 엔지니어로 머무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닷컴버블과 CIO의 시련 

하지만 가트너가 글로벌 98개국 CIO 31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 CIO 어젠다’ 보고서는 다른 대답을 제시한다. “그간 CIO는 기술을 적시에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조력자’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CIO는 IT 영역에만 갇혀있어선 안된다. 조직 전반에 걸쳐 변화를 이끄는 혁신 리더가 돼야 한다.”

먼저 가트너는 조사에 응한 기업들을 ▲상위 성과 조직(IT 변화를 기업 전략에 잘 반영하는 기업) ▲일반 성과 조직(IT 변화를 적당히 반영하는 기업) ▲하위 성과 조직(IT 변화를 잘 반영하지 않는 기업)’ 등 세 범주로 분류했다. 흥미롭게도 세 범주의 조직에서 CIO의 역할과 권한은 크게 달랐다. 성과가 좋은 조직의 CIO는 IT 외 업무까지 관장했다. 성과가 신통치 않은 CEO의 역할은 IT에 국한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상위 성과 조직의 CIO 중 84%의 업무는 IT에 편중되지 않았다. 반면 하위 성과 조직의 CIO 중에선 53%만이 IT 외 업무를 담당했다. 절반에 가까운 47%는 IT 조력자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상위 성과 조직 CIO들은 보고 수준도 높았다. 상위 성과 조직 CIO 56%는 CEO에게 업무를 직접 보고했다. 하위 성과 조직 CIO는 이 비율이 30%에 그쳤다. 이들은 오히려 CFO에 보고하는 비중(33%)이 더 높았다. 하위 성과 조직 CIO들은 여전히 ‘IT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비용절감’에 집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인지 상위 성과 조직 CIO 76%는 기업의 공식적인 경영진으로 참여하고 있었지만, 하위 성과 조직 CIO는 45%만이 경영진 대우를 받았다.

CIO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 

이처럼 CIO의 본질을 깨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는 컸다. 상위 그룹의 매출이 디지털을 통해 연평균 6.6% 증가할 때, 하위 그룹의 매출 증가율은 1.2%에 그쳤다. CIO의 역할이 중요해졌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당신의 CIO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한구석에서 IT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CIO에게 전하라. “경영테이블에 앉으세요.” 닷컴 버블의 악몽에서 깨어날 때다. 지금은 닷컴이 아닌 4차산업혁명 시대 아니던가.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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