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석 가트너코리아 전무가 말하는 CIO 역할론

4차산업혁명이 모든 기업에 희망찬 미래를 주는 건 아니다. 기업 DNA를 바꾸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들 게 분명해서다. 치열한 시장이 살벌해질 수 있다는 거다.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4차산업혁명에 발맞춰 IT 문화를 진일보시켜야 하지 않을까. 최윤석 가트너코리아 전무는 “디지털화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면서 “최고정보책임자(CIO)의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세상이 됐다”고 꼬집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최윤석 전무를 만났다. 

최윤석 가트너 전무는 “기업의 디지털화를 위해선 CIO의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천막사진관]
최윤석 가트너 전무는 “기업의 디지털화를 위해선 CIO의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천막사진관]

✚ CIO의 역할이 왜 중요한가.
“과거 CIO는 무리 중 하나(One of them), 수많은 경영진 중에서 IT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에 불과했다. 지금은 다르다. 온리원(Only one)이다.”

✚ CIO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얘긴가.
“얼마 전만 해도 CIO의 업무는 기업의 IT 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는 것이었다. 각 부서의 생산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 이건 IT 역량을 갖춘 기술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이 CIO에게 새로운 임무를 내렸다. 기업의 디지털화다. 능력 있는 CIO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 기업의 디지털화는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가.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기술로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과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다. 과거 CIO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할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이 기술로 소비자에게 어떻게 제품을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 대다수 기업이 IT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디지털화는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첨단기술은 어떤 결과를 만들지 예측하기 어렵다. IT 역량이 충분한 CIO가 이를 검증해 전략을 짜야 한다. 디지털화에 뒤처지면 미래를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환경이 바뀌었다.”

✚ 기업 환경이 어떻게 바뀌었나.
“과거엔 1등 기업이 아무리 위기를 겪어도 2위로 내려앉는 데 수십년이 걸렸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우버, 구글, 아마존 등은 1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만에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이들은 디지털화된 플랫폼 비즈니스로 돈을 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디지털화에 따라 무너질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 기업의 생존이 걸린 혁신을 하는 건 최고경영자(CEO)의 몫이다. CIO의 역할이 꼭 필요한가.
“CEO는 관리자다. 기술을 비롯해 재무ㆍ인사ㆍ경영 등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반면 CIO는 기술 혁신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는 가트너가 글로벌 CIO 31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 CIO 어젠다’ 보고서에 잘 드러나 있다. 디지털화가 잘 돼있는 기업의 CIO는 다른 기업의 CIO와 확실히 다른 점이 있었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해야

✚ 어떤 점이 달랐나.

“디지털화가 잘된 기업의 CIO들은 IT 업무 외에도 경영 전략을 짜는 일에 상당 부분 시간을 쏟았다. 기업 내 주요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여하는 비중도 높았다. 업무 보고도 CFO가 아닌 CEO에게 직접 했다. 이런 CIO가 둥지를 튼 기업의 디지털 사업 매출 성장률이 다른 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 한국 기업의 CIO는 어떤가.
“총 33명의 한국 CIO가 조사에 참여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글로벌 CIO 그룹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목표인식이 분명했다. 대부분이 ‘디지털화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게 최대 목표’라고 답했다. 한국 CIO 조사의 긍정적인 지표는 이뿐만이 아니다.”

✚ 또 뭐가 있나.
“올해 IT 예산 증액 예상률이 6.1%다. 업계 표준치(3%)를 훌쩍 넘어 글로벌 상위 기업의 증액 예상률(4.8%)보다도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만큼 디지털화에 많은 예산을 쏟고 있다는 거다.”

✚ 디지털화가 잘 된 한국 기업이 많이 보이진 않는데.
“CIO의 전략과 현장의 분위기는 괴리가 있다. 이건 문화의 문제다. 디지털화가 되면 CIO만 탈바꿈하는 게 아니다. 기업의 A부터 Z까지 바뀔 공산이 크다. 책을 팔던 아마존 직원들은 지금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지 않나.”

 

✚ 해결 방법이 없을까.
“현장 직원이 거부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초행길은 낯설어한다. CIO에게 새롭게 부여된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이를 해결하는 거다. 조직원들의 거부감을 인정하고, 소통을 통해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목표가 확실해야 현장 사람도 이해할 수 있고 동기부여를 받는다.”

✚ 우리나라 기업들은 과거 연구ㆍ개발(R&D)에 많은 투자를 쏟고도 효율이 떨어졌다. IT 투자 증액률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는데.
“물론 우리의 기억 속에는 성급하게 IT 투자를 결행했다가 무너진 기업이 많다. 무조건 혁신만 좇다간 과투자가 될 수 있다. 기업을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투자와 혁신하는 데 쏟는 투자를 균형 있게 맞춰야 한다. 이 역시 CIO의 역할이다.”

디지털화는 마라톤처럼…

✚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우리 기업들은 주로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썼다. 퍼스트무버(First Mover)의 실책을 보고 보완해 몇몇 시장에서는 점유율 역전을 일궈내기도 했다. 좋은 전략이다. 이미 개척자가 닦아 놓은 길을 걷는 것이기 때문에 참고할 사례도 많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시장이 레드오션이다. 이 전략이 먹힐 만한 곳이 없다. 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고, 기술을 바탕으로 전략을 짜기 위해선 CIO가 필요하다. 아직 기업에 CIO가 없거나 방치했다면 이젠 바뀌어야 할 때다.”

✚ 한국 CIO에게 조언을 한다면.
“워낙 순식간에 바뀌는 환경 때문인지 기업의 디지털화를 ‘100m 달리기’로 생각하는 CIO가 많다. 하지만 너무 빨리 달리다 지쳐서는 안 된다. 이제 기업의 IT 기술은 투자했다가 실패했다는 이유로 철회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다. 실패해도 다른 전략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오히려 마라톤을 떠올리며 묵묵히 갈 필요가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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