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경영컨설팅업체 리휠 “참여연대에 이메일 보내 한국 통신 현황 체크”

핀란드에서 날아온 보고서 때문에 국내 통신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의 이동통신 데이터 요금이 세계에서 2번째로 비싸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국내 통신업계는 리휠의 조사방식이 ‘엉터리’라며 보고서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리휠은 국내 참여연대에 국내 이동통신현황을 이메일로 묻는 등 보고서를 객관화하기 위해 힘을 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3사의 반박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리휠 보고서 무시해선 곤란한 이유를 살펴봤다. 

핀란드의 경영컨설팅업체 리휠은 한국의 데이터 요금제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싸다고 발표했다.[사진=뉴시스]
핀란드의 경영컨설팅업체 리휠은 한국의 데이터 요금제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싸다고 발표했다.[사진=뉴시스]

“한국의 데이터 요금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싸다.” 지난 4월 핀란드의 경영컨설팅업체 리휠이 41개국의 통신비를 발표했다. 이 회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이동통신 데이터 요금은 1GB당 13.9유로(약 1만7712원)로 조사됐다. 41개국 중 두번째로 비싼 가격이다. 리휠은 30유로(약 3만8228원) 이하의 4G 요금제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량도 조사했다. 한국은 1GB로 그리스(0GB). 몰타(0GB)에 이어 세번째로 적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국 통신비가 비싼 편이 아니다”는 이통3사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로 전락한다.

그 때문인지 이통3사는 즉각 반박했다. 리휠의 조사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한국 이용자 대부분은 요금제의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을 받는다”면서 “한국시장의 이런 특수성을 리휠이 반영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고서의 데이터를 신뢰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리휠이 발표했던 보고서에는 30유로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량이 300MB였다”면서 “이후 이통3사가 요금제 가격이나 데이터 제공량을 크게 바꾼 적이 없는데 300MB에서 1GB로 3.3배나 늘었다는 건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통3사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다. 요금제 기준이 국가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가령, 이 보고서에서 데이터 요금이 가장 낮았던 핀란드(1GB당 0.2유로·약 254원)의 경우 음성통화를 1000분 이상 제공하는 요금제는 대부분 무제한이다. 반면 한국의 요금제는 음성통화 무제한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데이터를 요금제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1GB당 데이터 요금을 비교하면 핀란드는 싸게, 한국은 비싸게 나올 수밖에 없다.

리휠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참여연대에 보고서와 관련해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리휠은 이전 보고서에서 한국 알뜰폰 업체의 요금제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면서 “이번 보고서의 한국 지표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것으로 미뤄 짐작할 때 리휠이 국내 통신시장을 더 깊이 있게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훨의 보고서에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30유로 요금제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량이다. 흥미롭게도 보고서 속 한국 지표와 국내 이통3사가 제공하는 데이터량은 별 차이가 없다. SK텔레콤(1.2GB·3만9600원), KT(1GB·3만8390원), LG유플러스(1.3GB·3만9490원) 등 이통3사가 3만8000원대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량은 1~1.3GB로 리휠의 조사 결과(1GB·약 3만8000원)와 비슷하다.

이통3사의 반발, 타당한가

4만원대 요금제에 선택약정할인 25%를 적용해 가격을 맞춰도 데이터 제공량은 3GB에 불과하다. 이통3사의 볼멘소리를 십분 받아들인다고 해도 41개국 중 6번째로 적은 양이다.

그럼에도 이통3사는 “이번 보고서에 기록된 한국 데이터에 알뜰폰 요금제가 포함돼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알뜰폰 요금제가 포함된 해외 국가들과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주장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리휠은 데이터 제공량을 평균값이 아닌 중앙값(median)으로 계산했다. 중앙값은 모든 자료를 크기순으로 배열해 놓았을 때 중앙에 위치한 값이다. 리휠이 중앙값으로 계산한 이유는 극단적으로 수치가 낮거나 높은 데이터를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통3사의 주장과 달리,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가 보고서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국내 알뜰폰 가입자수는 3월 기준 766만8048명으로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수의 11%에 불과하다. 나머지 89%가 쓰는 이통3사의 요금제를 들여다봐야 한국 요금제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3만원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해외 요금제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월 기준 영국 통신사 보다폰은 2GB 요금제를 2만15원에 서비스했다(이하 음성통화·문자 무제한 요금제 기준). 한국 요금제(300MB·3만2890원)보다 1만원 싸면서도 데이터가 7배가량 더 많다. 프랑스(2만917원)·이탈리아(3만2683원)는 10GB나 제공했다. 한국에서 데이터를 이 정도 수준으로 쓰려면 6만5000원대 요금제를 이용해야 한다.

3만원대 요금제는 한국에서 저가요금제에 속한다. 한국 저가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유독 적은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저가요금제와 고가요금제 간의 데이터 제공량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한국의 저가요금제에는 데이터 혜택이 거의 없는 반면 고가요금제에는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면서 “최근 데이터 소비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고가의 무제한 요금제로 빠르게 옮겨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제한 요금제 가입 비중은 지난해 12월 전체 4G 가입자의 30%를 돌파했다.

한국의 저가요금제는 해외 요금제와 비교해 데이터 제공량이 턱없이 부족하다.[사진=뉴시스]
한국의 저가요금제는 해외 요금제와 비교해 데이터 제공량이 턱없이 부족하다.[사진=뉴시스]

데이터 바가지 지적 못 피해

이통3사 관계자들은 “한국의 데이터 서비스 품질은 해외 국가보다 월등히 높다”면서 “데이터 품질을 고려해 요금제를 비교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이통3사가 데이터로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데이터 서비스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매월 1GB 밖에 쓸 수 없다면 소용이 있겠느냐”면서 “저가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리휠의 보고서는 ‘보편요금제(데이터 1GB에 음성 200분)’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목소리에 힘을 더한다. 이 제도는 지난 11일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상태다. 하지만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숱한 절차가 남아서다.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심사와 의결을 거친 뒤 법제사업위원회까지 거쳐야 한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리휠의 보고서가 갖는 의미가 중요한 이유다. 오류를 걷어내고 요금제의 민낯을 들여다봐야 할 때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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