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혁신성 모여야 조직이 성공

30% 신장(전년 대비). 다들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리테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P사장이 어느날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그는 디지털과 글로벌을 기반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앞서 나가 큰 성공을 일군 유명한 분이다. 오랜 기간 만나지 못한 탓에 궁금하기도 했지만 차원이 다른 감각의 소유자임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긴장이 됐다. 실제로 그는 충격적인 말로 만남을 시작했다. 
 

혁신적 조직 문화는 비즈니스의 또다른 영역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혁신적 조직 문화는 비즈니스의 또다른 영역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P사장의 말은 필자의 머리를 새까맣게 만들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주제였다. “IT업계를 제외한 전세계 100대 브랜드가 최근 5년 동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 좋은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아무런 변화를 하지 않는다면 3년 후에는 매출이 50%로 떨어질 것이고, 5년 후에는 회사의 존재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그는 덧붙였다. “지금은 ‘조직의 틀 전체’를 흔들어야 할 때다. 그 일환으로 디지털 전문가를 고용해 채용ㆍ교육ㆍ보상 등의 모든 부분을 디지털화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1년 동안 여러 명의 후보자를 만났지만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했다. 이런 사람을 찾아줄 수 있겠느냐.” 

그가 원하는 디지털 전문가의 미션은 세가지였다. 먼저 회사 전반에 디지털 DNA를 심어 조직 전체를 빠르게 움직이도록 만든다. 둘째, 시대 변화에 맞춘 새로운 스킬을 제공함과 동시에 새로운 인재를 끌고 갈 수 있는 리더를 양성한다. 셋째, 직원들의 생애주기별 최고의 직장 경험을 제공한다. 그는 “이런 직원들의 경험이 최고의 문화를 만들어 또다른 비즈니스의 영역과 결과가 창출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P사장과의 대화 중 실리콘 밸리에서 만났던 디지털 인재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곳은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적들과 싸우는 전쟁터다. 

A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토종 엔지니어다. 5년 전부터 이곳에서 근무해 영어권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영어로 전문 분야를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회사를 생각하면 행복하고, 회사의 성공이 바로 나의 성공”이라고 말한다. “SNS에 ‘나는 회사에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는 글을 올리면 한국 지인들로부터 ‘너 돌았냐’ ‘어디 아픈 것 아니냐’ ‘빨리 병원에 가봐라’ ‘육아가 힘들어 집에 가기 싫으냐’는 부정적인 댓글들이 달려 의아하다.” A는 행복한 사람이다. 

B 역시 한국에서 온 엔지니어다. 자율성을 최대한으로 보장받으며 상사의 지시나 정해진 일이 아닌 스스로 목표와 성과를 정해 일을 해왔다. 10년 경력자인 그는 이미 조직내 리더가 됐지만 부하 직원에게 일을 지시하지 않고 본인의 생각을 끊임없이 공유한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회사는 어떻게 돌아가며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등등의 정보를 제공해 직원이 회사의 부품이 아닌 함께 운영해 나가는 주체로서 자부심을 갖도록 한다. 

C는 20대 중반의 캐나다 교민이다. 미국에서 한참 주가를 올리는 스타트업에 근무하고 있다.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발가락이 훤히 나온 샌들을 신고 다니는 그는 회사와 동료를 무척 신뢰했다. 자신의 평가는 상사가 아닌 동료가 한다고 여겼다. 실제로 그가 다니는 스타트업의 평가항목 중에는 ‘다른 팀을 얼마나 도와주었냐’에 대한 내용도 들어가 있다. 모든 구성원이 서로의 능력을 믿기에 회사에서 잘렸다고 해도 ‘이 사람이 문제가 있었겠지’가 아닌 ‘회사와 맞지 않은 점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한다. 실수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실수를 숨기지 않고 오픈한다. C는 “이런 신뢰 관계가 업무에만 오롯이 집중하며 본인의 능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 셋을 보며 조직의 문화가 직장인의 일하는 방식과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상상이 구체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P사장처럼 과거의 방식을 버리거나 기존에 믿어온 성공방정식을 부정해야 하지 않을까. 자레드 코헨 구글 직쏘(구글의 심장) CEO는 이렇게 말했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막강한 변신로봇은 다양한 부품이 모여 완성됐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의 혁신성이 한데 모여야 조직이 성공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국내 전통 리테일 기업을 경영하는 P사장의 디지털 혁신 시도는 주목받을 만하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어떻게 도출해내느냐는 큰 숙제일 것이다. P사장이 어떤 결과를 내 눈앞에 내놓을지 벌써 기대된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 susie@younpartners.com│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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