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 ‘지속가능성’

의류품에선 수많은 폐기물과 오염물이 나온다.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의류품의 지속가능성이 설정된다. 그런 지속가능성은 때론 불편하다. 음식물을 버릴 때 짜증스럽기도 하고, 재활용인지 아닌지를 따져보는 것도 귀찮다. 하지만 폐기물을 버리면서 환경적 이익을 한번쯤 생각하는 것만 해도 큰 변화다. 우리의 일상에선 지속가능성과 불편함이 공존하고 있다.
 

의류품의 재활용 여부는 지속가능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사진=뉴시스]
의류품의 재활용 여부는 지속가능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사진=뉴시스]

필자는 3년간 미국 중부의 한 대학에서 의류학을 가르쳤다. 이 대학이 생각하는 의류학 교육의 화두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었다. 일례로 의류학과 커리큘럼에는 과목마다 지속가능성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속가능성 관련 주제로만 이뤄진 과목은 학부 및 대학원 과정에 각각 한 과목씩 있었다. 지속가능성을 미래교육의 가치로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교육시킨 셈이다. 

그럼 지속가능성의 개념은 뭘까. 일반적으로 미래의 유지 가능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우리 세대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미래 세대에 민폐 끼치지 말고 함께 잘 살자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의류 제품의 지속가능성은 생산~사용~폐기 등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설정된다. 이를테면 ▲섬유를 생산하는 동안 사용하는 천연자원ㆍ물ㆍ경작지ㆍ살충제 등에 의한 환경적 영향 ▲제직 및 가공 중 배출되는 폐수나 운송 중 발생하는 대기 오염물 ▲의류 소비 과정 중 사용하는 물ㆍ에너지ㆍ의류 폐기물 ▲생산~제조 과정 중 공급사슬에 있는 노동자들의 근무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속가능성을 따진다는 거다. 

이 때문인지 패션기업들도 친환경ㆍ재활용 섬유의 개발, 친환경 가공 및 염색 공정 개발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노력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속가능성이 의류학에서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다시 대학 이야기를 해보자. 미국 대학에서 가르친 학생들은 지속가능성 주제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여러 과목에서 지속가능성의 내용을 배운 덕분으로 풀이된다. 의류학과 3ㆍ4학년 쯤이 되면 “천연섬유가 합성섬유보다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제품의 생애주기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대학원 수업에선 섬유 및 봉제 산업이 한창인 중국ㆍ방글라데시에서 온 대학원생들이 그 나라 산업 실정을 전달하면서 열띤 논쟁을 별이기도 한다. 이런 학생들의 관심과 논쟁을 보면서 필자는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이 학생들은 패션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사명감처럼 받아들이도록 교육을 받고 있는데(이런 교육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교육은 지나치게 획일적인 잣대로 산업의 윤리성을 판단하도록 호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이유로 필자가 학생들과 토론을 할 땐 답보단 질문거리가 더 많아진다. 정답이 없을 때도 많다. 학생 입장에선 답 없는 답답한 선생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언젠가 미국 몇몇 대학의 의류학ㆍ교육학 연구자들과 패션산업 전문가들이 모여 패션산업의 윤리성을 어떻게 가르칠지를 논의한 적 있다. 윤리성 판단이 모호한 실제 사례를 논의하면서, 우리는 교육자로서 어떤 수단을 활용해 학생들의 개인적인 판단을 도울 수 있을지를 토론했다. 여러 교육 모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공감했던 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윤리성 판단의 ‘회색지대’ 사례들이야말로 중요한 교육적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이런 구체적인 예를 수집ㆍ개발할 필요가 있다.”

복잡하고 모호한 사례는 부분 이익, 전체 이익, 환경 이익, 경제 이익 등 여러 경계에 놓인 상황을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 과정에서 교육은 정보ㆍ지식ㆍ시야를 제공하는 수단이어야지, 판단의 잣대를 제공해선 안 된다. 이런 교육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 사례를 활용한 교육수단의 개발은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안다고 꼭 실천하는 것은 아닌지라 필자 또한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환경친화적인 선택만 하면서 살진 않는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관련 수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소비 또는 사용 중 불편함과 환경적 이익을 저울질해보는 정도의 고민은 하는 것 같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불편함 

미국에선 갈아버리면 그만이던 음식물 쓰레기를 한국에선 일일이 분리수거해야 하는 상황이 짜증스럽고, 나무ㆍ플라스틱ㆍ헝겊ㆍ쇠붙이가 달려있는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골치가 아프지만, 불법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겨우겨우 쓰레기를 분리하면서도 환경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생각에 약간은 뿌듯해진다. 

이런 불편함 없이도 친환경적 선택이 가능한 혁신 기술이 개발되거나,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획기적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듯,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어느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로 한다.
김주연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생활과학연구소 겸무연구원) jkim256@snu.ac.kr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