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 사랑 이야기

섭식을 조절하는 건 지방 조직에 있는 ‘인자’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섭식을 조절하는 건 지방 조직에 있는 ‘인자’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식사하는 자의 숟가락을 놓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만 먹으라는 엄마나 아내의 잔소리, 또는 날씬해져야 한다는 욕구도 중요하겠지만 답은 ‘섭식 조절 인자’다. 인간의 섭식은 뇌, 위장관, 간, 췌장, 자율신경계 및 내분비샘의 호르몬, 지방 조직에 있는 ‘섭식 조절 인자’가 조절한다.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에 있는 섭식의 중추는 공복 중추와 만복 중추로 나뉜다. 우리의 ‘배고픔 센터(hunger center)’가 자극받으면 먹고, 포만 센터(satiety center)가 자극받으면 식사를 중지하게 된다. 이런 섭식 중추가 손상되면 먹는 걸 정상적으로 조절하는 게 어려워진다.

자, 그럼 이번엔 내분비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식욕의 관련성을 알아보자.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몇몇 연구자는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뚱뚱하게 만든 쥐들에게 렙틴이라는 호르몬을 주입하자 기적적으로 살이 빠졌던 거다. 렙틴은 주로 지방세포에 의해 분비되며 그 양은 지방 조직과 비례한다. 렙틴의 분비는 지방의 종류, 양과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내장 지방보다 피하 지방에서 렙틴이 더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렙틴의 역할은 몸이 충분한 음식물을 섭취했을 경우 이를 뇌에 알려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렙틴을 대표적 ‘비만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 약제를 향한 관심이 뜨거워지자 생명공학기업 ‘암젠’이 잽싸게 특허권을 낚아챘다. 인류의 비만을 해결할 키를 틀어쥐면 ‘현대판 금광’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결과였다. 살찔 걱정 없이 원하는 대로 먹고 날씬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당시 렙틴 호르몬을 연구하는 자가 논문을 작성했다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을 거다. 첫째, 뚱뚱한 사람은 렙틴의 분비량이 적을 것이다. 둘째, 렙틴을 넉넉하게 주입하면 음식 욕구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추측성이 강하고 잠정적이며 불확실했던 이 가설은 검증되지 않았다. 특허권을 낚아챈 암젠의 연구자들은 크게 실망했다. 설치류보다 인간의 비만 기전이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렙틴 호르몬 분비량 따라

어떤 점이 그들의 기대를 부응하지 못했는지 살펴보자. 암젠 연구자들에게 실망을 안긴 첫째 이유는 뚱뚱한 사람들의 몸에서 렙틴 호르몬이 충분하게 나온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상 또는 그 이하의 체중을 가진 자들에 비해 뚱뚱한 사람들이 더 많은 렙틴 호르몬을 분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둘째 이유는 렙틴의 분비가 충분함에도 앞서 언급한 시상하부의 포만중추가 자극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더 많은 렙틴을 몸에 주입하더라도 뇌를 자극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이를 우리는 ‘렙틴 저항성’이라고 부른다. 다음호에 좀 더 알아보자.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