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삶과 역사를 엿볼 기회

❶ 아크람 자타리, 사진으로 본 사람들과 현시대, 2010
❶ 아크람 자타리, 사진으로 본 사람들과 현시대, 2010

레바논 출신의 아크람 자타리(Akram Zaatari)는 아랍의 삶과 역사를 향한 시선을 가장 잘 포착하는 사진작가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가 8월 1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50만점 이상의 아카이브 사진 오브제에서 연구ㆍ분류해 재작업한 사진ㆍ영상ㆍ설치물 등 30여점이 전시된다.

자타리는 자신의 작업을 고고학 발굴과 같은 ‘수집 작업’이라고 설명할 만큼 ‘예술로서의 수집’에 주목했다. 레바논 독재정권이 무너진 1997년, 자타리는 아랍 문화권의 시각이미지를 수집ㆍ연구하는 아랍이미지재단(AIF)을 동료들과 공동 설립했다. 이 재단은 식민지 시대의 스튜디오 사진, 일반인들의 가족사진, 건축가의 도시 기록 등 60만장의 사진과 필름, 유리원판, 인화지를 수집했다. 이미지에 얽힌 사연과 기록도 함께 모았다. 자타리는 이미지 속 사건과 인물뿐만 아니라 그것을 공유하고 보존ㆍ기억하는 방식까지가 기록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타리는 사진 매체의 관습적 정의를 뒤집음으로써 시각 이미지의 역사성을 새롭게 연구했다. 사진 매체의 정체성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시각 아카이브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1995년 이후 자타리는 사진을 평면 인쇄물이 아닌 입체적인 작품으로 인식하고 ‘아카이브’를 이용해 역사와 기억을 구축해 나갔다. 역사 서술을 위해 수집한 사진들을 관찰ㆍ분류ㆍ보존하면서 본인의 작업 의도와 잘 어울리는 이미지들을 골라 재촬영했다.

 

❷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 2017 ❸ 아크람 자타리 전시 전경.
❷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 2017 ❸ 아크람 자타리 전시 전경.

전시명과 같은 ‘사진에 저항하다’는 한 세트를 이루는 12개 조각들을 디지털 방식으로 외형이 가공된 판에 올려 제작한 작품이다. 주름과 마모가 생긴 젤라틴 네거티브 필름의 3D스캔을 재현했다. 사진 매체의 관념적 정의에 대한 대항ㆍ결합ㆍ비교ㆍ참조 등 여러 의미를 품고 있다.

‘얼굴을 맞대고’는 1940년대 초 트리폴리를 기반으로 활동한 사진작가 안트라닉 아누치안이 제작한 인물 사진 유리판을 근접 촬영한 것이다. 서로 달라붙은 유리판들 중 2개를 선택해 작업에 사용했다. 제복을 입은 프랑스 군인들의 얼굴이 그들에게 통치받던 지역 주민의 모습을 투과하는 듯 이미지가 겹쳐 식민지의 고단함을 표현하고 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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