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소 바람에 실린 비애

주택시장 트렌드가 ‘소형’으로 넘어갔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작은 평형대의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수요가 부쩍 늘면서 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무주택자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부동산 시장에 부는 강소 바람을 취재했다.

 

소형 주택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소형 주택의 이점이던 낮은 가격이 사라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소형 주택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소형 주택의 이점이던 낮은 가격이 사라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시장에 ‘강소强小 바람’이 불고 있다. 강소주택이란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해 작지만 실속 있는 소형 주거시설을 말한다. 가격 부담이 덜해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소형ㆍ초소형 규모의 강소주택이 중대형ㆍ중소형 주택을 밀어내고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비혼ㆍ만혼이 만연하고 딩크족(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이 늘면서 1~2인 가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0년 15.5%에 불과했던 1인 가구 비율은 2016년 27.9%까지 치솟았다. 같은해 2인 가구 비율이 26.1%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2인 가구는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부동산 시장의 강소 바람에 가장 큰 변화를 맞은 건 아파트 시장이다. 1인 가구를 위한 원룸형 평면을 도입하거나 소형ㆍ초소형 면적 공급량을 늘리는 등 몸집을 줄이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일례로 분양을 앞두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중흥S-클래스’는 일반분양 물량 174가구 중 41가구(23.6%)를 초소형 평형으로 구성했다. 그중 전용면적 24㎡(약 7.3평)는 33가구, 전용면적 28㎡(약 8.5평)는 8가구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초소형 아파트가 분양 물량으로 공급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공급된 전용면적 40㎡(약 12평) 이하 초소형 아파트 3289가구 중 2045가구가 서울에 공급됐다. 2016년 1391가구가 공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쩍 늘어났다. 

소형 아파트를 차지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분양한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40ㆍ59㎡(약 12ㆍ17.8평) 등 소형면적 위주로 구성됐는데, 분양 당시 40㎡의 경쟁률은 77.8대 1에 달한 반면, 59㎡의 경쟁률은 한자릿수에 그쳤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힐스테이트 클래시안’도 지난해 11월 분양한 결과 전용면적 47㎡(약 14.2평)의 경쟁률이 145.5대 1에 육박했다. 아파트 면적이 작을수록 쏠림현상이 심각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소형 주택을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가격상승 때문이다. 최근 공급량이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전체 시장에서  소형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최근의 강소주택 광풍이 소형 주택의 가격을 끌어올릴 게 분명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송파구 가락동 ‘송파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39㎡(약 11.8평)의 거래가격은 2016년 6월 4억7000만원에서 지난 1월 8억7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의 전용면적 27㎡(약 8.2평)도 1년 반 만에 2억8000만원,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센트라스’는 40㎡(약 12.1평)가 약 1년 만에 2억7000만원가량 치솟았다.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 소형 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늘었지만, 이젠 그것마저 어렵게 된 셈이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지고 있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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