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와 2차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간 핫라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비공개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간 핫라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비공개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뉴시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2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2일로 예정됐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표면적 취소 이유는 북한의 최근 성명에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이다.

북한의 성명은 외무성 최선희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비판한 개인 담화와 김계관 제1부상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좌관 비난 발언을 지칭한 것 같다. 최 부상은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24일 펜스 부통령을 향해 ‘아둔한 얼뜨기’ 등 원색적 언어로 공격했다. 김 제1부상은 16일 볼턴의 리비아식 핵폐기안에 반발하며 “북미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부상이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고 겁박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당신의 핵 능력을 언급하지만, 우리의 것(핵 능력)은 너무도 규모가 크고 강력해서, 나는 그것들이 사용돼야 할 일이 없기를 신께 기도한다”고 응수했다. 

불과 보름여 뒤 정상회담을 앞둔 국가의 외교 당국자와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위가 높다. 국가간 외교 협상에서 다양한 전략과 술수가 동원될 수 있다지만, 이런 식의 거칠고 자극적인 발언이 오가고 만약의 행동을 위협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개인과 집단간 인간관계는 물론 국가간 협상도 품격있는 대화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해야 지속 가능하다. 상대방이 모욕과 분노를 느낄 만한 언사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지도자라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자국 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한 정상회담 개최와 비핵화 논의를 성실히 이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 말미에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둘 사이에 훌륭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느꼈고, 결국 중요한 것은 대화뿐”이라고. 다행히 북한의 반응도 판을 깨자는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성명을 발표한 김계관 제1부상은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실무진간 막후 협상과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지나친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 북한과 미국은 이참에 내부의 이견 조율을 통해 일치된 메시지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4ㆍ27 남북정상회담을 주도한 통일전선부와 과거 6자회담에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던 외무성 간에 경쟁의식이나 견제는 없는지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국으로선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보장 및 재건 방안에 대한 강경파와 온건파 간 의견차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으로선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을 버리고 경제에 매진하겠다고 한 주민과의 약속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핵실험장 폭파 장면을 취재한 각국 기자단이 원산에서 풍계리까지 437㎞를 열차와 버스로 이동하는데 16시간이 걸렸다. 특히 원산에서 풍계리 인접 재덕역까지 416㎞ 구간을 특별열차로 이동하는데 12시간이 소요된 점을 보면 열차가 시속 35㎞로 달렸음이다. 김 위원장 스스로 남북정상회담에서 “민망하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중재자나 당사자 차원을 뛰어 넘는 길잡이 역할까지 해야 한다.[사진=뉴시스]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중재자나 당사자 차원을 뛰어 넘는 길잡이 역할까지 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언제까지 이처럼 열악한 철도 및 도로망을 주민에게 제공할 텐가. 북미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이뤄져 비핵화가 진전되고 남북경협이 활성화하면 철도 등 남과 북을 연결하는 물류망을 개선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비록 계산된 것일지라도 평화만큼 좋은 경제 추동력은 없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 막중해졌다. 회담의 중재자나 당사자 차원을 뛰어넘는 길잡이 역할이 요구된다. 남북정상간 핫라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고 미국과도 의견 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어렵고 힘든 상황일수록 우리가 주변을 압도하는 명분과 힘을 지녀야 한다. 어렵사리 마련한 한반도 평화시계를 다시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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