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 5人의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 우희현 다누리맘 대표

뻔한 일을 하기 싫어 창업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아이템은 그럴듯했고, 자신도 있었다. 창업 후 1년, 그는 ‘쓰디쓴 5월의 봄’을 보내고 있다. 수익은 아직 성에 차지 않고, 아이템이 시장에 정착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힘겨운 봄을 겪고 있는 우희현(28) 다누리맘 대표를 더스쿠프(The SCOOP)가 만났다.

우희현 다누리맘 대표는 “매일 새로운 일을 하면서 사회엔 도움이 되고 돈도 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우희현 다누리맘 대표는 “매일 새로운 일을 하면서 사회엔 도움이 되고 돈도 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뻔하고 반복적인 일은 하기 싫다. 매일매일 새로운 일,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잘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5년 졸업을 코앞에 둔 25살 여대생의 포부는 거창했다. ‘정규직으로 취직만 됐으면 좋겠다’는 다른 젊은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전공(통계)을 살려 금융업계로 간 선배들도 부럽지 않았다. “일반적인 직장생활을 하면서 과연 행복할까”라는 의문만 가졌다.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행복한 삶’에 더 관심이 많았던 우희현 다누리맘 대표는 남들과는 다른 세상을 꿈꿨다. 결론은 창업이었다. “제 기준을 충족할 만한 직장이 눈에 띄지 않았어요. 그래서 창업을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에 ‘이거다’ 싶은 아이템으로 창업한 지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직원이자 동업자 같은 관계가 시작됐어요.”

주변에선 “힘들지 않겠느냐” “비전이 있겠느냐”는 우려를 보냈다. 그때마다 우 대표는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걱정도 없는 법”이라면서 마음을 단단하게 먹었다. 하지만 창업을 밀어붙인 후에야 우 대표는 깨달았다. “남다른 선택을 한 만큼 날마다 새로운 문제를 풀어야 했어요.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도 저밖에 없었죠.” 우 대표는 “창업은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작한 사업이 잘 완성되도록 하는 과정인 것 같다”면서 “요즘 그걸 절실히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쓰디쓴 봄을 함께 느껴봤다. 

✚ 창업 배경은 뭔가요? 
“대학에서 수학통계를 전공했어요. 선배들은 학원강사 아니면 금융권으로 갔죠. 하지만 저는 일반적인 삶이 싫었어요. 그래서 창업동아리에 들어갔어요. 매일 새로운 일을 하고 사회에 도움도 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고 싶었죠. 그러던 중에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2013년에 창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그 지인이 창업한 일이 딱 제가 원하던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함께 하자고 했죠. 그게 다누리맘의 시작이에요.”


우 대표의 창업과정은 좀 독특하다.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인 2015년 2월 우 대표는 다누리맘의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사업내용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다누리맘을 창업했던 친구가 손을 뗐고, 우 대표가 법인을 넘겨받았다. 지난해 봄의 일이었다. 

✚ 다누리맘의 첫 아이템은 뭐였나요?
“국가맞춤 산후조리였어요.”

✚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한국 여성들은 애를 낳고 나면 미역국을 먹어요. 모든 나라가 그렇진 않죠. 나라마다 음식문화가 다르기 때문이죠. 일례로 베트남은 산후조리 음식으로 돼지족발을, 몽골은 양고깃국을 먹어요. 그래서 국가맞춤형 산후조리를 해주자는 걸 사업의 취지로 삼았죠.”

✚ 신선한 아이템인 듯한데요?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다문화가정의 여성(이하 다문화여성)에겐 산후조리사라는 직업을 줄 수 있었어요. 다른 한편으론 다문화여성에게 산후조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능했죠. 우리 사업이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어요.”

✚ 돈은 좀 벌었나요?
“그게 문제였어요.”

✚ 비즈니스 모델로는 불합격이었나 보군요. 
“다문화여성의 대부분은 산후조리 비용을 지불하는 걸 힘겨워했어요. 그 때문에 지역 보건소의 보조금을 받아 사업을 꾸려야 했죠. 다문화여성 산후조리사들도 돈을 많이 벌 수 없었어요.”

✚ 가장 큰 난제를 만난 셈이군요.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했어요.” 


✚ 난제를 어떻게 푸셨나요? 
“2016년 8월, 서울시에서 뜻밖의 제안을 했어요. 당시 한식을 할 줄 몰라 가정 내 갈등을 겪는 다문화여성들이 많았던 모양이에요. 그 해결책으로 서울시가 다누리맘 사업 특성을 살려서 다문화여성들을 요리활동가로 키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죠. 다문화여성에게 요리를 가르칠 수 있는 다문화여성을 육성하는 사업이었어요.” 

✚ 사업 내용이 달라졌겠군요. 
“요리활동가는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를 받지 않아도 자생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사업의 목적이 바뀌면서 기존 대표가 법인을 제게 넘겼어요. 2017년 7월이었어요.”

그리고 그해 8월, 다누리맘의 대표자 명의가 우 대표로 바뀌었다.

 

베트남 분싸오 쌀국수 만들기 요리교실을 열던 날. 40여명이 관심을 갖고 요리교실에 참여했다.[사진=천막사진관]
베트남 분싸오 쌀국수 만들기 요리교실을 열던 날. 40여명이 관심을 갖고 요리교실에 참여했다.[사진=천막사진관]

✚ 법인을 물려받은 후 사업은 잘 됐나요. 
“서울시와 손잡고 베트남ㆍ일본ㆍ중국 등 15명의 다문화여성 요리활동가를 키워냈어요. 그들과 함께 서울시, 보건소, 서울시 식생활종합지원센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등과 협업해 다양한 요리교실을 개최했죠. 다누리맘 자체적으로도 개인들에게 비용을 받는 요리교실을 수차례 열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역시 지자체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보조금이 나오는 구조였다. 사업 중간중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요리교실을 통해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부족했다. 우 대표는 지금 외롭고 힘겹다. 고정비(임대료+직원 1명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도 벅차다. 지자체의 청년창업 지원정책에 따라 무료로 임대했던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사무실의 임대기간 만료일(2019년 8월)도 다가오고 있다. 

✚ 자신이 부족했다고 자책하나요?
“……”

우 대표는 잠깐 입을 열지 않았다. 비정한 현실을 마주한 창업자의 외로움이 스쳤다. 그렇다고 그가 백기를 든 건 아니다. “이 정도 위기에 무너질 거였다면, 창업시장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을 거예요.” 우 대표는 최근 주 2~3회 수제맥줏집 아르바이트를 간다. 더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다. 

✚ 왜 수제맥줏집인가요?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참여할 수 있는 요리교실을 만들고 싶어요. ‘맥주와 궁합 맞는 안주 만들기’ 같은 아이템은 흥미를 끌 수 있을 듯해요. 하지만 현장을 모르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이 맥줏집에 알바를 신청했죠.” 

✚ 새 아이템을 찾았나요? 
“아직은요. 하지만 수준 높은 셰프의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어요. 그 태도가 음식 맛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알게 됐죠. 손님 반응도 관찰할 수 있으니 꽤 괜찮은 경영수업인 것 같아요.” 

우 대표는 당분간 아르바이트를 계속할 생각이다. 힘겨운 봄을 보내고 있는 우 대표의 여름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글=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사진=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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