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vs 포스로의 묘한 관계 

A사. 법인도 설립하기 전에 대기업 B사가 발주한 공개경쟁입찰 사업건을 따냈다. A사는 실체가 없었지만 B사는 장기계약을 약속했고, A사는 이를 활용해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아냈다. 현재 A사의 매출 100%는 B사에서 나온다. A사의 법인 설립일은 2014년 9월, B사의 회장이 새롭게 임명된 건 2014년 3월이었다. 대체 무슨 관계일까. A사는 포스로, B사는 포스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포스코와 포스로의 묘한 관계를 취재했다. 

포스코는 계열사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14년 아무 관계도 없는 신생업체 포스로를 특별 지원했다.[사진=뉴시스]
포스코는 계열사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14년 아무 관계도 없는 신생업체 포스로를 특별 지원했다.[사진=뉴시스]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 포스로(POSLO)라는 기업이 있다. 2014년 9월 설립된 선재보관 전문업체(창고업)다. 선재는 못ㆍ나사ㆍ철사 등의 재료가 되는 코일 모양의 조강을 말한다. 포스로는 선재를 보관해주고, 요금(보관료)을 받는다. 2015년 8월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업무를 시작한 이후부터 ‘승승장구’다. 2016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8억원과 15억원. 지난해에는 112억원의 매출과 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7년 기준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5.9%에 이른다. 이 신생업체는 어떻게 성공가도를 달렸을까. 의문이 좀 있다. 

포스로는 설립 초기 약 7만㎡(약 2만평)의 부지에 5만㎡(약 1만5000평) 규모의 선재 보관 전문창고를 지었다. 이 창고에는 약 5만t의 선재를 적재ㆍ보관할 수 있다. 야외 부지에 3단으로 선재를 쌓으면 선재 2만t의 추가 보관이 가능하다. 여기 투입된 토지 매입비와 창고 건축비만 해도 450억원(감사보고서에 기재된 장부상 가치 기준)이 넘는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의문이 출발한다. 선재창고는 선재가 없으면 실적을 올릴 수 없다. 선재창고를 만드는 데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더구나 포항엔 선재창고업체도 많다. 신생업체인 포스로선 어디선가 일감을 주기로 약속하지 않았다면 대규모 보관창고를 지을 수 없다. 투자비만 날리고 부도가 날 게 뻔해서다. 

그럼 포스로에 일감을 주기로 약속한 곳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흥미롭게도 포스코다. 포스로는 포스코가 생산한 선재만을 보관ㆍ관리하고 보관료를 받는다. 포스로의 매출 100%가 포스코에서 나오는 셈이다. 두 기업은 서류상 아무런 관계가 없다. 계열사도, 자회사도 아니다. 포스코는 왜 포스로를 선택했을까.

포스코 관계자는 “2013년 포스코는 공단 내에 선재 생산공장(제4선재공장)을 추가로 지었고, 이에 따라 선재 보관ㆍ관리가 필요했다”면서 “업체 선정의 관건은 얼마나 접근성 좋은 곳에 큰 부지를 갖고 있느냐는 거였고, 포스로는 이런 조건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포스로 측은 이렇게 설명했다. “광명산업단지(포스로가 속한 산업단지)의 시행사인 금호산업이 포스코 공단 내에 선재를 보관할 창고가 부족하다는 걸 알고 사업 아이디어를 줬다.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포스로 대표가 포스코에 제안을 했다. 포스코 실무진이 제안 내용을 검토했고, 이후 포스코 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진 공개경쟁 입찰(2014년 8월)을 거쳐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 설명을 십분 받아들이더라도 포스로의 설립 과정엔 의문점이 많다. 

 

■ 의문1 포스로의 업력과 실체 = 가장 큰 문제는 포스로가 대체 무엇으로 공개경쟁입찰에서 승리했느냐다. 앞서 포스코 측이 밝힌 것처럼 포스로가 큰 부지를 갖고 있었다고 치자. 하지만 공개경쟁입찰이 진행된 2014년 8월은 포스로가 설립(2014년 9월)되기도 전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로는 당시 ‘광명물류’라는 이름으로 입찰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포스로 법인등기 이력엔 ‘광명물류’라는 곳이 등장하지 않는다. 전국에 ‘광명물류’로 등록된 법인 중 포스로 대표가 만든 회사는 없다. 

포스코의 주장대로 광명물류의 실체가 있었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창고조차 없던 광명물류가 공개경쟁입찰을 덥석 따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포스로와 2015년 8월에야 본계약을 맺었다는 걸 감안하면 광명물류(입찰 후 포스로로 사명 변경)는 포스코로부터 장기계약(2015년 7월 1일~2030년 7월 31일) 약속을 받아낸 뒤 이를 활용해 시중은행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아 창고를 지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포스코로선 부지밖에 없던 광명물류에 공개경쟁입찰이라는 형식을 빌려 일감을 준 셈이다. 이를 통해 포스로가 챙기는 이익은 15년간의 영업이익(연평균 20억원 가정)과 대출상환금만 단순 계산해도 약 800억원에 이른다.

■의문2. 이상한 공개경쟁입찰 = 포스로가 등장하기 전 포스코는 10개 이상의 운수창고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중엔 CJ대한통운이나 한진운수와 같은 대기업 계열사도 있고, 차별적인 물류보관시스템으로 시장을 선진화했다는 이유로 정부 훈장을 받은 중견기업도 있다. 공개경쟁 입찰이 있었다면 설비만 잘 갖춰 놔도 꾸준한 이윤을 낼 수 있는 사업에 이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런 운수창고업체들이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했다면 실체가 불분명한 포스로가 선재보관 전문업체로 선정될 수 있었을까. 공개경쟁 입찰에 어떤 기업들이 참여했는지는 포스코든 포스로든 업무상 비밀을 이유로 알려주지 않았다. 포스로 관계자는 “부지 위치라든지 보관방식 등에서 포스로가 차별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선정됐다”는 해명만을 반복했다. 

■의문3. 장기계약과 대출 = 앞서 언급했듯 포스코가 포스로를 위해 약속한 ‘장기계약건’은 실체가 불분명하던 포스로에 ‘대출길’을 열어줬다. 실제로 포스로는 대출을 받지 않고선 사업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자본금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포스로 관계자는 “대출금의 10%에 해당하는 현금이 있어야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것도 겨우 구했다”고 털어놨다. 

 

권오준 회장은 취임 직후 계열사 구조조정을 단행했다.[사진=뉴시스]
권오준 회장은 취임 직후 계열사 구조조정을 단행했다.[사진=뉴시스]

포스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포스로가 우리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은 517억원이다. 2014년 부산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가 이후 이자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2015년 우리은행으로 전환했다. 시중은행 대출 담당 관계자들은 “기업 대출은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고려할 사안이 한두개가 아니다”면서 “담보만 있다고 해서 업력도 없고 실체도 없는 사업주에게 수백억원을 대출해줄 은행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포스코와의 장기계약 내용과 담보(토지와 창고 건물) 가치를 고려해 대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사실상 포스로가 사업을 할 수 있는 모든 길을 터준 셈이다. 

■의문4. 포스로의 신통한 영업이익률 = 사실상 포스코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포스코의 영업이익률(2017년 기준)은 25.8%에 이른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일례로 포스코 계열의 물류운수창고업체인 포스코터미날의 최근 3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17.5%에 그쳤다. 일감을 주는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10%대다. 신생업체 포스로가 알짜사업을 거머쥔 셈이다. 

■의문5. 계열사 정리하던 회장 왜? = 주목할 점은 또 있다. 2014년은 포스코 계열사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때다. 권오준 회장은 그해 3월 취임 이후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내걸고 포스코의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2013년 포스코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이 2조9000억원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7조2000억원)보다 약 40%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4년 8월 흑자기업인 포스코특수강까지 팔려나갈 만큼 구조조정의 강도는 거셌다. 결국 포스코는 한푼이 아쉬운 때에 신생업체 포스로에 일감을 준 것도 모자라 높은 이익까지 보장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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