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바람과 넷플릭스

보유 인기작 4800편, 2018년 콘텐트 투자비용 8조6000억원, 100% 사전제작 방식…. 글로벌 OTT(Over the Top) 기업 ‘넷플릭스’가 세계시장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36%에 이른다. 그런데 ‘한류의 땅’ 한국에선 넷플릭스의 열기가 뜨겁지 않다. 한국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콘텐트가 부족했고, 무엇보다 넷플릭스에 접근하는 환경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랬던 넷플릭스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한국시장을 겨냥해 수준 높은 콘텐트들을 뽑아내고 있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넷플릭스의 자본력을 뽐낸 콘텐트는 벌써 나왔다. 올해 안에 넷플릭스 콘텐트를 인터넷TV를 통해 볼 수 있을 거라는 소식도 들린다. 넷플릭스 전용 플랫폼을 굳이 설치하지 않아도 리모컨 버튼만 누르면 넷플릭스를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한류의 땅을 잠식할 것인가. 아니면, 한류에 날개를 달아줄 역할도 겸할 것인가. 더스쿠프(The SCOOP)가 넷플릭스 바람을 짚어봤다. 

넷플릭스의 한국 유료방송시장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사진=뉴시스]
넷플릭스의 한국 유료방송시장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사진=뉴시스]

넷플릭스가 한국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얼마 전엔 LG유플러스와 제휴설이 나돌았다. 국내 방송업계는 긴장하는 눈치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트 수준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넷플릭스가 황소개구리처럼 국내 방송 콘텐트를 잡아먹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과연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넷플릭스의 경쟁력과 의미를 취재했다.

국내 유료 방송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글로벌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올해 안에 인터넷TV(IPTV)를 통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지난 4일 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프로모션 제휴를 시작하면서부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IPTV사업자 간의 ‘넷플릭스 모시기’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IPTV 진출설이 구체화하자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17일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제휴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넷플릭스가 국내 유료 방송 시장에 발을 들이면 미디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문제 삼는 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자체 제작) 시리즈’다. 이는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전량 투자해 만든 콘텐트로 넷플릭스 구독자만 시청할 수 있다. 라이선스 판매권이 넷플릭스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한국방송협회는 이점을 들어 “국내 콘텐트 제작사들은 해외진출의 기회를 뺏기고 결국 넷플릭스의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는 콘텐트 제작시장의 ‘갑甲’인 방송사들의 볼멘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영화·드라마 제작사들은 대부분 극한의 제작환경 속에서 작품을 만든다.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일례로 국내 대다수의 드라마 제작사는 방송사로부터 전체 제작비의 50%만을 받은 상태로 제작에 들어간다. 나머지는 간접광고·협찬이나 작품의 해외 판매금액 등으로 채운다.

제작사는 해외 수출에 실패하거나 협찬이 줄어드는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방법은 사전에 제작비를 아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촬영횟수와 편집기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밤샘촬영은 물론 편집 실수, 스태프 부상 등 방송사고가 잦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한국 드라마 제작사는 일주일에 70분짜리 드라마 2편을 제작할 수 있는데, 이는 세계 어떤 제작사도 갖추지 못한 경쟁력”이라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역량을 갖출 수 있었던 건 한정된 제작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방송업계에서 콘텐트 제작자의 입지는 좁다. 편성권(방송 시간대와 방영될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권한)을 방송사에서 갖고 있어서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꼬집었다. “넷플릭스가 미디어산업의 황소개구리인 건 사실이다. 세계 각국의 콘텐트를 포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기존 미디어 플랫폼인 방송사의 입장이지 콘텐트 제작사 입장에선 나쁜 상황이 아니다.”

한국 콘텐트의 ‘악’인가

실제로 콘텐트 제작사에 넷플릭스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가 워낙 퀄리티가 높은 작품을 지향해서다. 넷플릭스는 매년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한다. 올해에만 80억 달러(약 8조6488억원)를 쓸 예정인데,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작품 한편을 만드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영화 ‘옥자’ 제작에만도 5000만 달러(약 579억원)가 들었다.

반면 넷플릭스가 기대할 수 있는 수입원은 구독자들이 매월 내는 구독료(9500~1만4500원)뿐이다. 이 구독료가 전체 매출의 95%를 차지한다. 매출을 늘리는 유일한 길은 가입자수를 늘리는 건데, 그러려면 제작한 콘텐트가 반드시 ‘대박’을 쳐야 한다. 넷플릭스의 콘텐트가 알차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박을 못 치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콘텐트의 질을 담보하고 있다는 거다.

넷플릭스가 5월초 선보인 예능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범바너)’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기존 예능이 매주 1~2회 분량씩 촬영하는 것과 달리 범바너는 사전에 제작을 끝마쳤다. 투자금도 넉넉했다. 범바너는 각 회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특집편급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화 캐스팅도 화제였다. 유재석, 박민영, 엑소 세훈을 비롯한 출연진에 ‘런닝맨’을 제작한 조효진·김주형PD 등이 참여할 수 있었던 건 넷플릭스의 풍부한 투자금 덕분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사전제작 시스템과 투자금을 갖춘 넷플릭스는 제작비에 쫓겨온 국내 콘텐트 제작자에 기회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콘텐트 제작사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또 있다. 한국 콘텐트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케이블 드라마 ‘비밀의 숲’은 지난해 6월 한국과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상영됐다.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것은 물론 한국 드라마로는 유일하게 뉴욕타임스에서 ‘베스트 인터내셔널 쇼 톱10’에 꼽혀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이런 성과는 해외 투자처에 한국 콘텐트의 저력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박상주 사무국장은 “대박을 쳤던 ‘태양의 후예’도 총 제작비 중 100억원을 해외 투자로 모았다”면서 “넷플릭스를 통한 한국 콘텐트의 해외진출은 풍부한 해외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기회의 땅

물론 국내 콘텐트 제작사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수두룩하다.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에 쏟아질 수준 높은 해외 콘텐트들과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기묘한 이야기’ ‘하우스 오브 카드’ 등 몇몇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이미 유튜브와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박정엽 미래에셋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 이용자수가 늘어날수록 국내·해외 콘텐트간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콘텐트 제작능력을 갖춘 업체들만이 넷플릭스라는 파이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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