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요금 원가는 왜 며느리도 모를까

지난 4월 대법원의 “통신비의 원가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보셨나요? 꽤 떠들썩했죠. 아마도 많은 이들이 같은 생각을 품었을 겁니다. “이제 통신요금이 왜 비싼지 확인할 수 있겠다.” 글쎄요, 과연 그런 시대가 왔을까요?

아닙니다. 아직은 설익은 기대일 뿐입니다. 대법원의 판결로 이통3사가 공개해야 하는 통신요금 원가의 대상은 2Gㆍ3G입니다.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LTE 요금의 원가는 공개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정부 역시 당분간 LTE 요금의 원가를 공개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질긴 싸움을 또 걸어야 할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LTE 요금의 원가와 베일을 취재했습니다.

LTE 요금의 원가가 공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LTE 요금의 원가가 공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신비 원가原價 공개를 허하라.” 지난 4월 대법원은 이통3사의 통신요금 원가를 국민에게 알리라고 했다. 많은 이들 ‘통신요금이 높은 이유를 알 수 있게 됐다’며 환호했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훌쩍 흐른 5월, 누구도 통신요금의 비밀을 풀지 못하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LTE 통신요금이 공개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LTE 통신요금을 알아내려면 또다른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통신비 원가 정보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통신시장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통신비 원가 정보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통신시장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이동통신 서비스는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공자원을 이용해 제공되고, 국민 전체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이동통신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국가의 감독ㆍ규제가 적절하게 행사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이 크다.” 

지난 4월 12일, ‘통신비 원가 공개’를 둘러싼 긴 소송전이 7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이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통신요금 산정 근거로 삼는 자료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다. 소송은 2011년 5월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정부를 상대로 “이통3사 통신비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고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통신비 원가를 분석해 현 요금제가 적절한지를 국민의 시선으로 판단하겠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처분을 내렸고, 참여연대는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이통3사의 치열한 반론을 꺾고 1심에서 승리했다. 2심도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설사 영업비밀이라고 해도 비밀로서 가치는 크지 않고 이통3사의 독과점적 지배구조와 과다한 영업이익, 과도한 마케팅 비용 등으로 발생한 통신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정부 감독권 행사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공익적 요청이 더 크다.” 이후 4년이 넘는 시간 계류 중이던 사건은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종결됐다. 

이제 ‘이통3사만 알던 통신비의 비밀’은 유지될 수 없게 됐다. 이통3사는 영업보고서의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자료는 물론 서비스 상품별로 요금이 적정하게 산정됐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분기별 가입자 수, 회선 수, 통화량 등을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참여연대가 요구한 건 2005~2011년 5월 2ㆍ3세대 이동통신(2ㆍ3G) 서비스 통신비 원가 산정에 들어간 자료였는데, 소송을 걸고 난 후 등장한 4세대 이동통신(LTE) 서비스 관련 자료가 빠져 있다. 국민 대부분(4631만262명)이 LTE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통3사가 공개한 통신비의 비밀은 ‘팥소 빠진 찐빵’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LTE 통신비의 비밀을 알아내는 게 쉬운 것도 아니다. 한편에선 ‘대법원이 힘을 실어줬으니 LTE뿐만 아니라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의 원가 역시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대법원의 의미 있는 판결, 하지만…

더스쿠프(The SCOOP)는 지난 5월초 LTE 요금제의 원가자료(2016~2017년)의 공개를 청구했다. 과기부은 뜻밖의 답변을 내놓으면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2017년 영업보고서 자료는 현재 검증 중이라 공개가 어렵다. 나머지는 법인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일부 정보의 경우 비공개 처리된다. 이통3사와 협의 후 공개가 가능하다.”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자료는 아직 공개할 수 없고, 이통3사와의 협의까지 거쳐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대법원이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을 강조했음에도 정부는 ‘이통3사의 이익과 비밀’에 무게를 뒀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대법원 판결문에 힌트가 있다. “이동통신시장의 특성상, 정보 작성 시점으로부터 상당 기간이 경과한 약관 및 요금 관련 정보는 공개되더라도 통신업체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크지 않다.” 

결국 참여연대가 요청한 게 7년 전 자료이기 때문에 ‘흔쾌히’ 공개가 가능하다는 거다. 판결 이후 한 달이 흘렀음에도 참여연대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대법원 명령에 따른 공개 자료 중 일부만 받은 상황이지만, 현재까지는 과거 소송을 진행하던 도중 받은 자료와 큰 차이가 없다”면서 “아직 요금제의 합리성을 분석할 만한 의미 있는 자료는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높은 ‘원가 공개’의 벽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와 협의 후 내놓는 자료라면 요금제의 합리성을 판단하기에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공개 대상과 비공개 대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규율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3조는 “전기통신서비스의 요금은 공평하고 저렴하게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들이 궁금했던 건 간단하다. ‘통신비가 실제로 저렴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있는지’였다. 어쩌면 이 간단한 비밀을 풀기 위해서 또다시 긴 싸움을 벌여야 할지 모른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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