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미니, 하나로마트 전철 밟을까

수입 농수산물 범람 속에서 농협은 ‘농민들의 최후의 보루’로 불린다. 하지만 농협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매년 국감장에선 농협의 ‘농수산물 판매 비중 미달’이나 ‘수입 농산물 판매 증가’가 도마 위에 오른다. 최근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 농협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농협판 편의점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농협이 노후화한 하나로마트를 편의형 매장인 ‘하나로미니’로 전환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농협이 노후화한 하나로마트를 편의형 매장인 ‘하나로미니’로 전환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농협이 ‘하나로미니’라는 이름을 내걸고 편의점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성남에 1호점을 연 데 이어 서울 관악, 경남 창원, 충남 천안 등에 5개 점포를 오픈했다. 편의점 사업을 주도하는 농협하나로유통은 올해 안에 점포를 50개로 확대하고 2020년까지 150개 점포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편의점과 차별화 전략도 내놨다. 하나로마트 물류시스템을 활용해 일반 편의점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한다. 1~2인 가구를 위한 소량 농수산물도 판매한다.

하지만 농협의 편의점 사업 진출을 두고 지나치게 유통사업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하나로유통 관계자는 “일부 노후화한 하나로마트를 하나로미니로 현대화하는 게 주요 작업이다”면서 “모두 직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성보다는 조합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유통사업에만 힘을 쏟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로미니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숱하게 많은 문제점이 제기돼온 ‘하나로마트’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하나로마트는 농협의 5개 유통계열사(농협하나로유통ㆍ농협유통ㆍ농협부산경남유통ㆍ농협대전유통ㆍ농협충북유통)와 지역단위 농ㆍ축협이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매장수는 2000여곳으로, 이중 대형마트(매장면적 30000㎡ 이상)준대규모점포는 총 48곳이다.

하나로마트는 대형마트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농수산물 매출 비중이 전체의 55% 이상이면 의무휴업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법을 두고 당시 “사실상 농협을 위한 예외조항”이란 말이 나돌았던 이유다.

문제는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인화(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산물 매출 기준 미달인 하나로마트는 48곳 중 27곳에 달했다. 그럼에도 27곳 중 11곳(41%)은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받지 않았다.

대형마트인가 아닌가

농협경제지주사 관계자는 “지자체가 매년 농수산물 매출 비중을 점검하고 있다”면서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기준 미달시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을 지키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농협 밖에서 하나로마트를 보는 시각은 다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하나로마트는 규모나 판매품목 면에서 대형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농협은 법과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고 꼬집었다.

하나로미니도 당초 취지와 달리 하나로마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하나로미니 매장에선 농수산물 대비 공산품이나 가공식품 비중이 높다. 이정희 중앙대(경영학부) 교수는 “농협을 규제 대상에 넣을지 말지는 농협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다”면서 “농협이 대형마트와 다른 특수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산 농수산물의 유통창구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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